최근 메이저리거 류현진 선수가 어깨통증이 재발해 코티손주사(cortisone injection)를 맞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리그 선발 등판에 적신호가 켜졌다. 캐치볼을 시작하며 건재함을 과시했지만 재발에 대한 부담 탓에 향후 경기일정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어깨통증의 원인은 오십견(유착성 관절낭염), 회전근개파열, 어깨충돌증후군 등으로 다양하다. 통증 원인이나 부위에 따라 치료법에 다르기 때문에 전문의에게 진단을 받고 적합한 치료법을 선택하는 게 좋다.
어깨질환 관련 치료법 중 인기를 얻고 있는 게 주사치료다. 절개나 수술 없이 간단히 통증을 개선할 수 있고 회복 기간이 짧아 활동량이 많은 젊은층에게 인기다. 수술에 대한 부담이 큰 고령 환자에게도 적용 가능하지만 남용할 경우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이태진 강동 연세사랑병원 어깨상지관절센터 소장은 “어깨질환에 대한 주사치료는 스테로이드주사와 힘줄강화주사로 구분할 수 있다”며 “스테로이드는 강력한 소염작용으로 염증을 억제해 통증을 줄여주고, 힘줄강화주사는 새로운 섬유조직 세포의 생성을 유도해 조직 회복을 촉진시킨다”고 설명했다.
스테로이드는 흔히 ‘스포츠스타가 성적 향상을 위해 불법으로 사용하는 약물’ 등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춰질 때가 많다. 하지만 원래 인체에서 분비되는 여러 호르몬 중 하나로 크게 부신피질호르몬(adrenal cortical hormone, 코르티코스테로이드)과 성호르몬(sex hormone)으로 나뉜다.
이 중 운동선수들이 운동능력을 최대한으로 내기 위해 불법 사용하는 것은 성호르몬의 일종인 테스토스테론이고, 의학적으로 주사나 연고 등에 사용되는 스테로이드는 부신피질호르몬 유사체로 볼 수 있다.
부신피질호르몬의 하나인 코르티코스테로이드는 다시 당질코르티코이드와 무기질코르티코이드로 나뉜다. 전자는 대사 및 면역기능, 후자는 배설기능 및 전해질 조절에 관여한다.
외부물질이 침입하거나 병원체에 감염되면 인체 면역체계는 일종의 방어기전으로 인터루킨, 인지질분해효소에 의한 부산물(아라키돈산 등) 등 다양한 염증성 물질을 분비한다. 이들 물질은 파수꾼 역할을 하는 백혈구 세포를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병변 부위로 몰려든 백혈구가 병원성 물질을 파괴하면 독성 대사물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인터루킨 등 염증성 물질과 독성물질이 상호작용할 경우 통증신경이 자극을 받으면서 병변 부위가 아픈 증상을 경험하게 된다.
스테로이드주사는 이 면역반응 자체를 억제해 통증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치료 과정이 간단하고 회복이 빠르며 피부·호흡기·위장관·종양성질환 등에 폭넓게 사용돼 일각에서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하지만 사용빈도가 높은 만큼 부작용 위험도 크다. 이태진 소장은 “스테로이드 주사의 부작용으로는 주사 맞은 부위의 탈색, 지방층 괴사, 건 또는 인대 손상 및 파열, 혈관에 대한 미주신경반응(어지럼증, 구토, 메스꺼움, 식은땀, 무력증, 실신) 등이 나타난다”며 “고용량 스테로이드제제를 장기간 복용 및 투여할 경우 쿠싱증후군, 혈당 증가, 소화기궤양 등 일부 전신적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류현진 선수가 맞은 코티손 주사도 스테로이드의 일종이다. 코티손은 부신피질에서 추출되는 결정성 물질로 1936년 미국에서 처음 발견됐다. 류마티스관절염, 기관지천식, 전신성 낭창(erythematosus, 狼瘡), 피부질환 등에 사용되고 있다.
힘줄·인대 강화 주사요법(일명 프롤로치료)은 다친 인대나 관절에 주사 부위에 포도당 용액이나 설탕물을 직접 주사해 염증을 유발시켜 새로운 섬유조직 세포를 생성을 유도하는 치료다. 프롤로테라피(Prolotherapy)는 증식(proliferation)과 요법(therapy)의 합성어로 직역하면 증식요법으로서 손상된 조직의 치유과정을 증강시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손상된 인대와 힘줄에 삼투압이 높은 포도당을 직접 주사하면 염증이 늘어나고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약해진 인대와 힘줄을 튼튼하게 만들어준다. 흔히 ‘뼈주사’로 불리는 관절주사와는 달리 초음파 영상을 약물을 주입, 통증을 유발해 조직재생을 촉진시킨다.
자기 혈액에서 채취한 혈소판 성장인자를 이용, 신경재생 치료를 하는 것도 일부 의사들이 프롤로치료라고 명명하긴 하나 처음 명명된 프롤로치료와는 출발선이 다른다. 혈소판풍부혈장(PRP) 유래 성장인자는 콜라겐 생성과 상처회복 및 신생혈관 재생 등에 효과적이다. 이 치료는 허리디스크 외에도 아킬레스건염, 무릎인대손상, 어깨관절질환 등에 적용되고 있다.
원래 프롤로주사에 쓰이는 자극약물은 소염진통제나 스테로이드제제가 아닌 고농도 포도당과 생리식염수 등으로 구성된다. 약물이 약해진 힘줄이나 인대에 주입되면 1차적으로 염증반응이 일어나고 섬유소가 만들어지면서 증식돼 해당 부위가 튼튼하게 된다. 힘줄이나 인대가 튼튼해지면 근육과 관절부위가 안정되고 통증이 줄어드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스포츠부상 후 만성통증 외에도 관절통증, 허리 및 골반통증, 수술 후 인대 약화로 인해 지속되는 통증, 어깨·발목 등 인대손상, 출산 후 골반통 등에도 효과가 있다. 수술이 필요한 만성통증 환자의 경우 프롤로치료를 통해 가장 효과적인 수술 부위를 가려낼 수 있다. 원인 불명의 만성통증으로 고생하는 환자에게 통증치료 및 관리법으로 활용되기도 한다.여러차례의 주사요법이 필요하며 염증반응이 유도돼 주사 부위의 통증이 심해지거나 관절강직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어깨질환은 종류에 따라 적용되는 주사치료법이 다르다. 회전근개파열의 경우 작은 크기의 부분층만 파열됐을 땐 약물치료 및 주사치료와 회전근개강화운동을 병행한다. 통증을 일으키는 관절에 약물을 주입해 통증을 줄이는 신경주사치료를 실시한다. 또는 힘줄강화주사를 놔 통증 부위 조직을 강화시켜 증상을 개선하고 어깨 인대와 힘줄을 강화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회전근개 파열 범위가 넓을 땐 주사치료만으로는 불충분하기 때문에 관절내시경수술로 손상된 부분을 봉합해야 한다.
오십견은 약물요법, 관절내주사요법, 물리치료, 운동요법을 병행한다. 관절내주사요법은 관절 내에 스테로이드 등 주사를 주입해 관절강내 유착을 풀어주고, 염증과 통증을 가라앉힌다.
석회화건염의 경우 석회 크기가 작을 땐 주사로 염증치료만 해도 증상이 호전된다. 진단 후 휴식을 취하면서 2주 정도 물리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된다.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스테로이드 등 약물을 석회가 생긴 부위에 주입해 염증과 통증을 가라앉힌다.
이 소장은 “어깨질환 초기 단계에는 주사요법이나 물리치료 등 보존적 치료만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통증이 심하거나 지속될 땐 관절내시경 수술 등 적극적인 치료법을 고려해야 한다”며 “전문의와 상담하기 전 수술을 바로 결심하거나 비수술적 치료만을 고집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