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짱, 몸짱에 이어 이제는 ‘뇌섹’이 매력의 한 요소로 뜨고 있다. 뇌섹남이란 ‘똑똑하면서도 생각이 깊고 개성이 뚜렷한 남자’라는 뜻이다.
뇌섹남은 이성을 대표하는 ‘뇌’와 성적 욕망을 의미하는 ‘섹시’의 결합이 독특한 사람들이다. 대체로 남을 신경쓰지 않는 자유로운 사고의 소유자이다. 외모와 몸매 이상으로 중요한 어떤 매력이 바로 ‘뇌섹’이라는 단어에 녹아 있다.
진료실에서 체중감량하러 온 남녀에게 나는 꼭 묻는 질문이 하나 있다. “당신의 매력포인트는 무엇입니까?” 대부분은 대답을 못한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거나 겸손해하며 웃기만 한다.
정신과 의사의 역할 중 하나는 상대의 매력을 찾아서 이끌어 내주는 데 있다. 체중감량으로 변신한 외모와 함께 자신감, 매력을 보너스로 얻는 환자를 보면서 치료자로서도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아, 이제 못 알아보겠어요” 우리 병원 직원들은 찾아오는 연예인 지망생 가운데 매력을 찾고 자신감이 생긴 후 ‘뜬 사람’이 많다고 좋아한다.
옷은 마음을 입는다
지난 15년간 비만과 스트레스 환자를 만나면서 느낀 점은 ‘패션이 사람의 심리적 상태를 대변한다’는 것이었다. 무채색의 칙칙한 옷을 입고 병원을 내원한 사람도 체중이 감량되고 우울감이 해소되면서 점차 화려하고 매력적인 모습으로 변해간다.
M은 하얀 얼굴에 고등학생 티를 아직 벗지 못한 대학교 2학년 여대생이었다. 엄마가 살을 빼야 한다고 해서 억지로 병원으로 데리고 왔다. 어려서부터 엄마 말 잘 듣고 사춘기 한번 크게 겪지 않았다. 흔히 요즘 아이들이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나, 진료실에서 만난 요즘 젊은 세대들은 오히려 자기주장이 없고 다른 사람들의 말에 쉽게 휩쓸리는 경향이 있다. 가족이나 직장도 내가 있어야 존재할 수 있는데, 남들의 눈치나 보며 원하지 않는 인생의 결정을 내렸다.
“옷이 안 어울린다. 바꿔 입어”라는 말이 마음에 걸려 다시 옷을 갈아 입었던 M은 10㎏ 이상 체중감량에 성공했지만, 늘씬한 서구형 미인을 부러워하고 자기 장점은 보지 못했다. 그녀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쁘띠 사이즈’의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은 캐릭터이니 그 매력을 살려라!” 생활습관도 살이 안찌는 건강한 습관으로 바뀌었고, 옷도 자기만의 스타일이 살아나고, 표정과 눈빛마저도 자신감으로 활기가 넘쳤다. 바로 ‘뇌섹’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는 성숙한 여인으로 바뀐 사례였다.
매력적인 사람을 만드는 라이프스타일은 반드시 있다
매력적인 사람은 첫인상이 가장 중요하다. 소개팅이나 면접을 가는 남녀에게 필자는 “단 몇 분이라도 상대방이 같이 있는 내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만들어보라. ‘이 사람, 한 번 더 만나고 싶은데’”라는 생각을 하게끔 첫인상을 남겨보라. 외모가 잘생기고 예쁜 것보다도 더 중요한 게 바로 미소와 목소리이다.
성형수술로 눈과 코를 고치기도 하지만, 얼굴의 미세한 근육들은 성형수술 없이도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웃는 눈매와 올라간 입 꼬리는 거울을 보면 연습할 수 있다. 소개팅 파트너와 면접관은 잘생긴 외모를 찾는 것이 아니라, 호감 가는 첫인상을 기억한다. 대화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자신 있게 소신을 말하는 태도와 눈빛의 그 사람을 주시한다.
나는 기자들에게 이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배가 나와 죽겠어요. 뱃살 빼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뭐에요?” 그러면 나는 웃으면서 “사랑에 빠져 보세요”라고 말한다. 사랑에 빠지면 분비되는 물질은 바로 도파민이다. 도파민은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절로 생기고 매일매일 삶에 활력이 생길 때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이 도파민의 역할로 사랑이 즐겁고 다이나믹해지며, 신진대사도 원활해지고 면역기능까지 높아진다. 더불어 왕성한 식욕마저 사라지니 정말 최고의 다이어트 효과다.
애인이 없다면, 사랑할 대상을 만들어라. 내가 가슴 떨리는 경험을 한 순간이 언제였는지 생각해보라. 애완견이든, 연예인이든, 좋아하는 취미생활이든 다 좋다. 내가 좋아하는 그 무엇, 내가 살아있다고 느낄 수 있는 이유가 있으면 된다. 그게 바로 삶의 의미라는 것이다. 아침에 눈뜨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은 하루하루 사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의미는 내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지 발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루 종일 하나하나 선택들을 결정하는 주체가 바로 내가 되는 것이 삶의 의미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내 삶의 기준을 바로 내가 세울수 있는 자립성 말이다.
성형수술을 하거나, 학원을 다니거나, 직업을 선택할 때 내가 남을 의식하지 않고 스스로 결정하고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어야 자존감이 생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다양한 삶의 형태를 취할 수 있고, 서로 상반되는 의견을 가질 수 있으며, 각자 자립성을 존중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살아가고 싶다는 열망을 가진 사람이 늘어날 때 ‘뇌섹’도 많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