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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영업사원 1차 무기인 브로슈어의 변화
  • 현정석 기자
  • 등록 2015-03-29 22:36:55
  • 수정 2020-09-14 13: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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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베이트 쌍벌제 이후 국내사도 브로슈어의 변화 생겨
수원지검 특수부는 작년 7월 18일 자신의 회사 약품을 처방해주는 대가로 의사, 약사들에게 금품을 전달한 혐의로 일양약품 영업본부장 등을 구속했다. 검찰은 제약회사 사원들이 약품 브로슈어 속에 현금을 끼워 의사와 약사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브로슈어는 영업사원들이 제품을 판매할 때 가장 흔하게 쓰이는 제품설명을 위한 무기다. 쌍벌제 이전에는 제네릭을 판매하는 국내사 영업사원들이 속칭 ‘해피콜’을 위해 준비한 단순한 증표였다. 해피콜은 특별한 목적없이 의사들에게 안부 인사를 묻고 간다는 영업사원들의 은어다.
리베이트를 배제한 상황에서 제약사들의 제품 디테일 활동에 대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기존의 금품 중심 디테일은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새로운 영업 패러다임에서 현장을 뛰는 제약사 영업사원들은 기존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디테일 방식을 찾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 다양한 마케팅 자료를 개발해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제약회사의 영업사원들은 하루 적게는 9명, 많게는 20명의 의사들을 만나고 있다. 실제 만나는 시간은 평균 5분 안팎이라 단시간에 디테일을 할 수 있는 방법론이 관건이다. 대부분 의사들과의 대면에서 일상적인 이야기만 하고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때문에 의사들에게 방문한 횟수와 디테일한 횟수를 조사해보면 디테일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이런 이유로 외국계 제약사 등에서는 제약 영업사원(Medical Representative, MR)이 제품 디테일을 할 때 의사에게 일방적인 정보전달을 하는 대신 의사의 부정적인 견해가 무엇인지 알아내 그 부분을 해소하고 적극 처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유 있는 디테일 방법을 사용하라고 교육한다. 짧은 시간 내에 핵심을 전달할 수 있는 능력 배양에 초점을 맞춘다.
이와 관련 국내사 영업사원은 “우린 카피를 파는데 뭐 그리 중요한가”라고 자조한다. 

서울의 한 내과 개원의는 “제품에 대해 잘 모르면서 약만 팔아달라는 MR과 제품 정보 및 타 제품과의 비교나 새로운 정보 등을 제공하는 MR 중에 누구를 더욱 선호할 것 같냐”고 반문한다. 당연히 후자가 우선이다.

제약사 MR들이 의사를 상대로 디테일 활동을 전개할 때 사용하는 여러 가지 도구 중에 가장 흔하게 쓰이는 것이 브로슈어다. 제네릭 위주의 국내 제약사와 오리지널의약품 중심의 외국계 제약회사의 브로슈어를 비교해 본 결과, 국내사는 외국사에 비해 내용이 간단하거나 혹은 무성의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자가 학회나 세미나를 통해 수거한 브로슈어 160여종을 분석한 결과 제품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과 관련 임상연구(STUDY), 적응증 추가 등 변경사항, 질환 관련 정보를 담은 일반적인 브로슈어는 국내사와 외자사를 통틀어 63종이었다.

스터디(STUDY)내용과 관련 논문 등을 촘촘히 소개한 브로슈어는 국내사의 경우 대웅제약, 한독약품, CJ제일제당 등 총 15종에 불과한 반면 외자사는 29종으로 거의 갑절이었다.

영업맨들의 활동이 활발한 회사의 경우 한 품목의 브로셔를 여러 종으로 제작해 가능한 많은 방문을 유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재방문할 때마다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관심을 유도하는 장점이 있다. 각 시리즈물 브로슈어는 제품의 포커스와 해외논문 등을 담고 있다.

시리즈 형태의 브로슈어는 외국계 제약사들은 31종인데 비해 국내사는 중외제약·CJ제일제당 등 6개에 불과했다. 외국계 제약사들은 브로슈어를 여러 종 제작한 후 의사들에게 바인더를 제공해 모아둘 수 있게 한다. 명함 크기로 제작한 독특한 브로슈어도 있다.

카탈로그형으로 여러 가지 내용을 담아 하나의 브로슈어로 여러 제품의 정보를 의사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국내사가 16종, 외국사가 경우 5종이었다. 이는 MR들이 직접 디테일보다 브로슈어 제공에 그치는 것으로 국내사가 3배가 넘게 압도적이다. 몇몇 국내 제약사는 아예 디테일용 브로셔를 따로 제작하지 않고 제품 리스트만 들어있는 카탈로그를 제작하는데 그친다.

입체적으로 제작해 눈길을 끄는 브로슈어들은 국내 제약사가 10종으로 CJ제일제당, 한미약품, 중외제약 등이 대표적이다. 외국사는 사노피아벤티스, 글락스스미스클라인(GSK), 바이엘헬스케어 등이 선호하고 있다.
브로슈어의 모양이 독특하거나 팝업 형태를 빌어 강렬한 이미지를 제공하는 특징을 보인다. 환자교육이나 처방안내에 도움을 주는 입체형은 제작비가 비싸 많이 만들어지는 편은 아니다.

엉뚱하게도 아예 의약품 소책자를 제작하거나, 브로슈어에 제약사 대표의 사진을 실어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방법을 동원하는 곳도 있었다.

영업사원 출입금지 조치로 의사들 진료실 방문이 어려워진 제약 영업사원들이 바쁜 의사들에게 해피콜 방식의 만남을 지양하고, 제약 관련 준전문가로서 의사들에게 인식되려면 더많은 연구와 교육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외국제약사의 한 PM은 “국내 제약회사들은 제네릭이라는 열등의식부터 버려야 한다”며 “제네릭도 품질이 우수하고 보험재정 절감에 기여할 수 있는 장점이 많아 외국에서 제네릭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추세임을 직시하고 인식을 바꿔 의사, 환자, 정부도 설득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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