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중독 나르시시즘과 연관, 대인관계 이상 생겨 … 강박증·암·노안·안구건조증·목디스크 유발
2000년대 중반 등장한 스마트폰은 10년도 채 안돼 현대인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품이 됐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통신진흥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스마트폰 이용자 수는 4000만명을 넘어섰다. 스마트폰은 기본적인 전화나 메시지 전송 기능 외에도 게임, 정보 검색, 네비게이션, 음악 청취 등 기존 컴퓨터나 텔레비전이 수행하던 기능까지 흡수함으로써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야기되는 문제도 심각하다. 스마트폰에 중독돼 강박, 집착증을 보이거나 수면장애에 시달리기도 한다. 스마트폰을 끊으면 무기력증과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눈과 목 건강에도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친다.
지난해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간한 ‘2013년 인터넷중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1만7500명의 스마트폰 이용자 중 11.8%가 중독 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의 경우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이 25.5%로 성인의 8.9%보다 약 2.9배 높았다.
스마트폰중독은 술·담배보다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자히르 후세인 영국 더비대 교수팀이 평균 29.2세인 성인 256명의 스마트폰 사용량과 성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응답자의 13%가 스마트폰중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이용시간은 3.6시간이었고, 대다수는 스마트폰으로 인해 대인관계에서 피해를 보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응답자의 35%는 운전 등 휴대전화 사용이 금지된 장소와 상황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했다고 답변했다.
스마트폰 중독이 나르시시즘(자기애)과 연관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후세인 교수는 “스마트폰은 사용자를 나르시시즘에 빠지게 하는 등 정신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지나친 사용은 금물”이라며 “나르시시즘은 부정적인 성격의 특징으로, 스마트폰을 통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을 장시간 하는 사람은 이런 성향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전자파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스마트폰·무선전화기 등에서 발생하는 고주파인 ‘무선주파수(3㎑ 이상)’는 2011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RAC)로부터 ‘2B(발암가능물질)’로 분류했다. 이 단체는 “3~4mG(밀리가우스-전자파를 측정하는 단위) 이상 전자파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소아백혈병 발병률이 두 배 이상 증가한다”며 “암·발달장애·면역변형·우울증·신경질환·생식기능 장애 등도 유발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휴대폰 자체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은 0.11mG 정도에 불과하지만 사용 빈도가 높고 통화 과정에서 수치가 올라가므로 인체에 미치는 피해는 더 커진다.
전자파는 스마트폰의 본체와 안테나의 연결부에서 가장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이 때문에 안테나가 본체 오른쪽에 붙어 있다면 통화할 때 오른손으로 휴대폰을 손에 쥐고 얼굴 쪽으로 돌려 머리부분과 안테나 거리를 떨어뜨리는 게 좋다.
전자파 강도(전기장)는 평상시 0.03~0.14V/m 수준이고, ‘통화연결’ 중일 때 가장 세져 0.11~0.27V/m에 이른다. ‘통화’ 중일 때는 0.08~0.24V/m 강도의 전자파가 나온다. 통화 중 발생하는 전자파 강도는 엘리베이터 등 밀폐된 장소일 때 7배, 대중교통 이용 등 빠른 속도로 움직일 때 5배 증가한다.
국내에도 비슷한 연구결과가 있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 교수팀은 2009년 ‘휴대전화 사용과 종양의 위험성’이라는 연구논문을 통해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종양 발생률이 더 높으며, 10년 이상 사용한 경우 암 발생 가능성이 30% 더 높아졌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스마트폰 사용량과 뇌종양 발생률이 비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레나르트 하르델 스웨덴 오레브로대병원 종양내과 교수팀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포함한 핸드폰 사용기간이 25년 이상인 사람은 뇌종양 발생률이 3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윤신 한양대병원 교수는 “휴대폰은 전자파 피해가 가장 크게 우려되는 제품”이라며 “이어폰이나 핸즈프리를 이용하고 잠을 자거나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몸에서 멀리 떨어뜨려 놓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8월부터는 전자파 인체흡수율(SAR)을 기준으로 휴대폰의 유해성 등급을 구분하는 ‘휴대폰 유해성 등급제’가 실시됐다. 인체흡수율이 0.8W/㎏ 이하면 1등급, 0.8~1.6W/kg은 2등급으로 분류된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와이파이(Wi-Fi·고성능 무선통신 기술)’에 연결해 사용하면 전자파 우려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덕우 고려대 안산병원 성형외과 교수팀이 스마트폰의 와이파이 신호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한 결과 별다른 연관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김 교수는 사람의 원시세포로 볼 수 있는 ‘지방추출줄기세포’를 스마트폰 와이파이 신호에 5일간 노출한 뒤 세포의 증식도를 관찰한 결과 와이파이 신호에 노출시킨 줄기세포의 증식도가 와이파이 신호 없이 배양한 줄기세포보다 오히려 더 높았다. 또 실험에 사용된 줄기세포에 대한 세포자살, 세포검사, 성장인자 분석 등에서도 와이파이 신호의 영향으로 볼 수 있는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김 교수는 “줄기세포의 증식에 아무런 영향이 관찰되지 않았던 점으로 볼 때 스마트폰의 와이파이 신호가 인체에 직접적 위해요인이 된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다만 이번 실험이 와이파이 신호가 줄기세포의 증식에 미치는 영향을 본 것인 만큼 모든 휴대전화 전자파가 유해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눈은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으로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신체 부위다. 대한안과학회 조사 결과 2008~2012년 10대 청소년의 평균 근시 유병률은 80.4%였으며, 실명을 유발할 수 있는 고도근시 유병률(-6 디옵터 이상)은 12%에 달했다.
학회 관계자는 “10대 청소년의 근시 유병률은 60대 노인보다 4.35배 높았으며 특히 고도근시 유병률의 경우 7.8배 차이나는 등 10대 눈 건강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청소년에서 근시 유병률이 높아지는 것은 유전적 요인보다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스마트기기에 노출되다보니 안경이나 렌즈를 착용하는 청소년을 쉽게 볼 수 있다. 최근 조사결과 국내에서 스마트폰을 최초로 이용하는 시기는 만 2.27세, 유아 1명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10~40분으로 나타났다. 1시간 이상 사용하는 영유아도 9.5%에 달해 부모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스마트폰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노안이 나타나는 ‘젊은 노안’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눈에는 ‘마이봄샘’이라는 기름샘이 있다. 이 기관은 눈을 깜빡일 때마다 기름을 적당량씩 안구 위로 분비해 눈물이 골고루 퍼지고 쉽게 증발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만약 출퇴근길 흔들리는 차 안이나 어두운 곳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오랫동안 주시해 눈 깜박임의 횟수가 줄면 마이봄샘이 제기능을 하지 못해 안구건조증과 노안이 촉진된다.
각종 안질환을 예방하려면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잠시 눈을 감거나 마사지해주는 게 좋다. 스마트폰 화면이 너무 밝거나 어두우면 액정을 가까이 보게 되므로 적정 밝기를 유지하고 눈과의 거리를 적어도 30㎝ 이상 떨어뜨려야 한다.
목관절에도 악영향을 준다. 최근 조사결과 스마트폰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20~30대 경추간판수핵탈출증(목디스크) 환자도 크게 늘었다. 목을 쭉 빼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PC를 장시간 보면 목뼈가 일자로 변한다. 이런 경우 목을 잡아주는 근육이 머리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부담을 받게 되면서 추간판(디스크)이 망가질 수 있다.
거북목증후군은 평소 C자 형태의 목뼈가 일자형 혹은 역C자형으로 변형돼 목이 거북이처럼 앞으로 빠져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보통 고개를 1㎝ 앞으로 내민다고 가정하면 목뼈에는 2~3㎏의 하중이 전달된다. 하지만 거북목증후군인 경우 최대 15㎏에 달하는 하중이 목뼈를 압박해 통증이 발생하게 된다.
김상혁 서울부민병원 척추센터장은 “거북목증후군을 방치할 경우 척추 사이의 추간판(디스크)이 흘러나와 신경을 누르는 경추간판수핵탈출증(목디스크)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추는 뼈를 지탱하는 근육의 양이 적은 부위로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평소 지나치게 목을 숙이는 자세는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손을 펴거나 굽힐 때 손가락마디에서 통증이 나타나거나 운동 범위가 제한되는 ‘방아쇠수지증후군’도 유발될 수 있다. 이 증후군은 군대에서 총을 많이 쏘는 사람이 집게손가락에서 통증을 느끼거나 손가락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증상을 의마한다.
최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엄지족’이라는 키워드가 인기검색어로 등장했다. 엄지족은 스마트폰이나 패드PC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엄지손가락으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거나 정보를 검색하는 젊은 세대를 의미한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방아쇠수지증후군 등 근육통을 앓는 엄지족의 수도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결과 방아쇠수지증후군 환자는 2011년 13만8359명에서 2013년 16만236명으로 2만명 이상 증가했다.
송주현 자생한방병원 원장은 “스마트폰을 이용하다가 손가락이나 손목에 통증을 느끼는 사람은 많지만 이를 치료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경우는 극소수”라며 “처음에는 별 게 아닌 뻐근함에서 시작하지만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염증질환의 원인이 되고, 일상생활에서 큰 불편함을 겪게 된다”고 설명했다.
명승권 교수는 “스마트폰의 과도하게 사용하면 스마트폰 중독, 착각진동울림증후군, 청력장애, 목통증 등 각종 질환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며 “하지만 스마트폰이 건강에 정확히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동물실험은 물론 추가적인 대규모 전향적 코호트연구나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스마트폰 사용이 건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확실한 근거가 확보될 때까지 예방적 차원에서 스마트폰 이용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