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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는 ‘연예인병’? … 스트레스 시달리는 당신도 위험하다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3-23 01:59:37
  • 수정 2020-09-14 13: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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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안감·어지럼증·죽음의 공포 동반, 세로토닌 등 신경전달물질 이상 … 인지행동치료·약물투여 병행

공황장애 환자는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발작, 불안감, 호흡곤란 등으로 고통받는다.얼마전 기내 흡연으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은 가수 김장훈 씨가 공황장애로 인한 불안감을 이겨내기 위해 담배를 폈다고 고백해 화제가 됐다. 이에 앞서 개그맨 이경규, 배우 이병헌, 류승수, 차태현, 양현석 YG엔터테이먼트 사장 등이 이 질환을 호소하기도 했다. 연예인들이 자주 호소한다고 해서 일명 ‘연예인병’으로 불리는 공황장애 환자가 최근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8~2013년 건강보험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 공황장애 진료인원은 2008년 39만8000명에서 2013년 52만2000명으로 1.3배 늘었다.

2013년 기준 연령대별 진료인원은 70대 이상이 인구 10만명당 305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60대(2147명), 50대(1490명) 순으로 연령대가 높을수록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70대 이상 노인 진료인원은 60대 이하(877명)에 비해 3배 이상 많았다.
전체 인구의 1.5~2.5%가 공황장애를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남성 환자보다 여성 환자가 2배 이상 많다. 모든 연령층에서 발병할 수 있지만 후기 청소년기에 가장 많이 발병한다.

공황장애(panic disorder)란 ‘심하게 두려워하며(恐) 당황한다(慌)’는 뜻을 지닌 불안장애의 일종이다.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공황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심한 불안감, 심계항진, 어지럼증, 파멸감, 죽음의 공포, 가슴 두근거림, 두통, 호흡곤란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심각한 신체질환을 암시하는 듯한 증상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까지 병원을 전전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단 진단이 내려지면 치료과정은 어렵지 않다.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발표한 정신장애 분류체계인 ‘DSM-IV’(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4th edition)에 따르면 불안장애에는 공황장애, 범불안장애, 사회공포증, 특정 공포증, 광장공포증 등이 포함된다.

1871년 미국의 군의관 제이콥 멘데스 다코스타(Jacob Mendes DaCosta)는 남북전쟁에 참전했던 병사 중 갑자기 가슴이 뛰고 심장 부위의 통증과 호흡곤란을 느끼는 환자를 발견하고 이같은 증상을 ‘예민한 심장(Irritable Heart)’이라고 명명했다.  이후 여러 전쟁을 거치면서 다코스타(Dacosta)증후군, 군인의심장(Soldier’s Heart), 노고증후군(Effort syndrome) 등으로 불렸다. 현대의학에서 공황장애가 심장질환 신경계질환 내과계질환 등과 분리되기까지 거의 150년이 걸렸다.

윤지호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불안장애는 다양한 신체증상을 유발하는 만큼 처음엔 정신과적 문제로 생각지 못해 다른 진료과를 먼저 찾게 된다”며 “검사 결과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는데도 어지러움증, 가슴떨림, 호흡곤란, 소화장애 등이 지속된다면 공황장애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 질환을 오래 방치하면 뇌기능 및 심혈관기능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가급적 빨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 자문을 구하고 치료 전략을 상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만약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빨라짐 △식은땀이 남 △몸이 떨리거나 흔들림 △숨이 막히거나 답답한 느낌 △질식할 것 같은 느낌 △가슴이 아프거나 불쾌함 △속이 울렁거리거나 불쾌함 △어지럽거나 쓰러질 것 같음 △세상이 평소와 다르게 느껴짐 △죽을 것 같은 두려움 △미쳐버릴 것 같거나 내 자신을 통제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 △신체감각이 달라짐 (둔해지거나 따끔거림 등) △몸에서 열이 오르거나 오한이 듦 등이 월 4회 이상 반복되면 공황장애를 의심해볼 수 있다.

공황장애와 자주 동반되는 질환으로 광장공포증(agoraphobia)이 있다. 광장처럼 넓은 장소나 급히 빠져나갈 수 없는 장소에 혼자 가기가 두려워 피하게 되는 질환으로, 광장공포증 환자의 약 3분의 2가 공황장애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혼자 외출을 하거나, 군중 속에 있거나, 줄을 서거나, 다리 위를 지나거나, 도중에 내리기 어려운 운송수단 버스와 기차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공황장애 등 불안장애의 발병원인은 무엇일까. 윤지호 교수는 “불안장애는 각기 다른 성격의 여러 정신질환이 포함돼 있어 원인을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렵다”며 “발병 원인으로 △정서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뇌신경 내 신경전달물질인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세로토닌(serotonin)·감마아미노뷰티르산(GABA)의 부족 또는 과다 △유전적 원인 △뇌영상연구에서 밝혀진 뇌의 기능·구조적 변화를 포함한 사회심리학적 측면 △과거의 경험 및 현재의 받아들인 정보를 해석하고 판단하는 인지행동적인 부분 등을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불안감을 조절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뇌 속 편도체, 특정 자극을 공포스럽게 받아들이는 역할을 하는 대뇌피질, 공포에 대해 반응하는 뇌 회색질, 교감신경과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시상하부 등 기관의 불균형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2010년에는 TgNTRK3 유전자가 과잉 발현되면 해마(기억중추)가 자극을 받으면서 편도체 회로가 오작동하게 되고, 이로 인해 공황발작이 생긴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심리적 요인도 주요 발병원인 중 하나다. 대인관계 스트레스나 주변인과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심장마비, 뇌졸중, 약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 지나친 음주에 따른 숙취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 유전적 원인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졌지만 공황장애와의 연관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정신분석가들은 공황발작은 개인이 받아들이기 힘든 생각, 소망, 충동들이 억압돼 있다가 무의식적으로 터져 나올 때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어릴 때 부모를 잃거나, 분리 불안의 경험이 있는 사람에서 발병률이 높다.

이 질환은 크게 3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첫 번째로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심박 수가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진다. 이 때 공황장애를 인지하지 못한 채 치료 시기를 놓치면 두 번째 단계로 발작 빈도가 증가하는 반면 증상의 강도가 약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 시기엔 공황장애에 대한 두려움 탓에 공황발작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아예 장소를 피하려는 회피반응을 보이게 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대중교통뿐만 아니라 극장이나 식당 등 사람이 많고 밀폐된 장소에 아예 가지 못하고, 혼자서 외출을 하지 못하는 광장공포증 증세를 나타난다.
시도 때도 없이 공황발작이 생기기 때문에 직장 생활이 어렵고 가족도 지친다. 정신과가 아닌 일반병원에 가면 뚜렷한 병명이 나오지 않아 꾀병으로 의심받기도 한다.

유제춘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초기에는 간헐적으로 발작이 나타나다 만성화될 경우 불면증, 광장공포증, 우울증, 자살, 알코올중독, 약물남용 등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황장애에 대한 비약물치료법은 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 바이오피드백, 정신교육 등으로 나뉜다. 특히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는 게 중요하다.
질환 초기에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Serotonine Specific ReuptakeInhibitor) 같은 항우울제나 신경안정제의 한 종류인 ‘알프라졸람(alprazolam)’을 투여해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다.  이밖에 벤조다이아제핀계 약물, 단가아민산화억제제(MAOI) 등이 처방되고 최근에는 세로토닌 계열의 항우울제가 많이 사용된다. 치료 3개월 후부터 투여량을 점차 줄여 최종적으로 치료를 중단한다.
약물치료는 공황발작의 빈도와 정도, ‘증상이 재발하지 않을까’라고 불안해하는 예기불안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약물을 통해 증상이 경감되면 조금씩 자신감을 얻게 된다.

인지행동치료는 불안으로 오는 신체반응을 심각한 증상으로 여기거나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 지나친 일반화 등 인지 이상을 교정하는데 효과적이다. 유제춘 교수는 “인지행동치료는 공황 증상의 진행으로 인한 고통을 줄여주고 정신적인 극복 과정을 돕는다”며 “가족들은 공황장애가 개인의 의지박약이 아닌 뇌 전달물질의 생물학적 이상으로 발생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치료에는 8~12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에 치료를 도중에 중단하거나 갑작스럽게 약물 투여량을 줄이면 재발 위험이 커진다. 정신사회적인 스트레스 대처훈련법, 불안반응 억제를 위한 근육이완훈련법 등을 병행하면 증상 완화에 도움된다. 과음과 카페인은 증상을 악화시키는 주요인으로 피하는 게 좋다. 

질환 초기에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할 경우 환자의 30~40%는 재발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고, 50%는 증상이 있더라도 가벼워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만 10~20%의 환자는 치료 후에도 증상이 남아 있어 추가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윤 교수는 “공황장애를 포함한 불안장애는 발병 원인이 다양해 예방하기가 쉽지 않다”며 “다만 적절한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으로 불안과 공포의 감정은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순기능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같은 정신과 질환은 대부분 과도한 스트레스나 심리적외상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평소 적절한 휴식, 취미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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