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손으로 술잔따르기, 혼자 술마시기, 상사 먼저 자리뜨기 절대 금물 … 고개돌려 마시는 건 예법에 없지만 관행으로 중시해야
술을 마신다는 것은 어쩌면 자유를 사는 것이다. 음주하는 동안이라도 자유를 만끽하고 싶겠지만 그렇다고 너무 늘어져 음주 매너를 지키지 않으면 ‘예의범절이 없는 집안 출신’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자유를 사는 만큼 그 속에서도 지켜야 할 책임과 질서가 엄정했기에 우리 조상들은 음주예절을 성문법처럼 중시했던 것 같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동서양의 음주 에티켓이 뒤섞이고, 즐겁게 마시면 됐지 까탈스럽게 매너를 왜 따지느냐는 시각도 있어 최상의 주법(酒法)에 대해 정의하기도, 권고하기도 힘들게 됐다. 다만 신입사원이나 대학신입생이 상사나 선배와 처음 대작하는 자리에서 거슬리는 모습을 보이면 처세와 적응에 이롭지 않으니 시대가 변했어도 금과옥조의 주도를 몇가지 지킨다면 사랑도 받고 승승장구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술은 윗어른에게 배워야 한다든지, 주법을 제대로 배워야 한다든지 등은 술자리에서의 예의를 극히 강조한 말이다. 확실히 또래끼리 술을 시작한 사람은 나이 들어서도 음주 실수가 잦고, 자기 기분만 내세운다. 따라서 음주 매너 좋지 않다는 소릴 듣지 않으려면, 버르장머리 없다는 오해의 소리를 면하려면 알 것은 알아야 한다.
우선 상석을 챙긴 후에 술자리에 착석해야 한다. 입구에서 먼 자리, 입구가 바라다보이는 자리가 상석이다. 그 중 가운데 자리가 최상석이다. 음주 중 적이 침입했다고 가정할 때 입구와 등지고 있는 사람보다 대면하고 있는 쪽이 대응이 빠를 것이다. 접대를 받는다해도 상대측에 연장자가 있으면 상석을 양보하거나, 최소한 그런 시늉이라도 내는 게 아름답다. 하급자나 연하자가 미리 와서 상석을 차지하거나, 반찬을 끄적대거나, 등에 기대어 앉아 있다면 예의가 아니다.
상사와 건배할 때 잔을 낮춰 술잔을 부딪친다. 겸양의 표시다. 간혹 와인잔과 소주잔처럼 잔 높이가 달라도 반드시 연하자나 하급자는 잔을 낮추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상사나 선배가 권한 술은 절대 그냥 내려 놓아서는 안된다. 첫 순배는 입술이라도 축이는 흉내는 내야 한다.
술을 마실 때 한국에서는 술잔을 받은 방향의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려(어떤이는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야 한다 함) 마시는 게 예법으로 굳어졌다. 하지만 이런 예법이 어디에서 유래됐는지 알길이 없고 세계적으로 통용되지도 않는다. 일반적으로 서구에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술잔을 눈 높이보다 약간 낮게 올리고 상대방을 존경과 사랑의 눈빛으로 바라보며 술을 들이키게 돼 있다. 이런 주법은 거의 전세계적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술을 마실 때에는 상사나 선배의 음주 패턴을 봐가며 상황에 맞게 적절히 선택하면 될 것이다. 초면이라면 아무래도 고개를 살짝 돌려 예를 표하는 게 상호 오해가 없을 일이다.
건배는 잔을 말리자는 것이니까, 영어로 속칭 ‘원샷’이다. 일반적으로 식사 전에 원샷하는 것은 술에 취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바람직하지 않다. 간이 알코올에 적응하는 데에는 수십분이 필요하므로 첫잔은 원샷을 강요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 공식 만찬 등에서 건배를 할 때에도 실수할 것에 대비해 원샷하는 것은 자제하는 게 좋다.
술이 남은 잔에 술을 더 붓는 첨잔은 제사지낼 때나 하는 것이라며 싫어하는 게 우리네 관습이다. 하지만 건배하길 좋아하는 중국에서도 첨잔을 계속하면서 상대방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게 관행이니 나쁠 게 없다.
술을 혼자 따라마시는 것은 삼가야 한다. ‘나는 외롭소’, ‘당신들 말 따위에 상관없이 술이나 마시겠소’하며 시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어울리는 자리에는 술이 고프더라도 남이 따라주길 그윽하게 기다리는 게 미덕이다. 여럿 있는 자리에서 ‘고독주’는 노골적인 반항으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주위에서는 대화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말을 건네도록 한다. 삼삼오오 끼리끼리 수다떠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윗사람에게 술을 따를 때에는 두손으로 병이나 주전자를 받아드는 형태를 취해야 한다. 왼손으로 술잔을 받아서도 안된다. 반드시 오른손이어야 한다. 필자가 다니던 직장에서 왼손으로 술잔을 받았다가 한직으로 2년간 좌천된 선배도 보았다.
이 때 안주나 숟가락, 젓가락을 손에 쥐고 있는 것도 삼가야 한다.
아랫사람에게 술을 따르거나 술잔을 받을 때에도 이같은 예의를 어느 정도 지켜주는 게 신사다운 모습으로 기억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상대방의 손과 술잔을 동시에 잡으면서 지나치게 애교떨듯, 간살떨듯 따르는 모습은 남자답지 않은 이미지로 남기 쉬우니 생각해볼 일이다.
좌식 술자리에서는 방석이나 옷자락을 밟지 않도록 주의한다. 특히 상사의 것이라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윗사람보다 먼저 술자리를 떠서도 안된다. 윗사람이 귀가한 연후에 술자리를 파하는 게 예의다. 만취한 사람이 안전하게, 귀중품을 분실하지 않게 챙겨주는 것도 매너다. 상사가 떠난 후 주당끼리 한잔하다보면 사고가 나거나, 금전적 손실이 크거나, 다음날 업무에 큰 지장이 생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므로 절제가 요구된다.
술자리에 가면 항상 시비를 일으키고 목청을 높이거나, 주제없이 횡설수설하거나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친하답시고 욕설과 반말을 서슴지 않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게다가 병이나 잔을 깨거나 주먹다짐을 하는 이도 있다. 이럴 경우 매너없는 사람으로 평생 찍히게 되므로 언제 어디서나 부드럽고 정감있는 말씨가 몸에 배도록 수양해나가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