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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화장실 달려가는 중년남성, 전립선비대증·과민성방광 완벽 해부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3-16 01:08:17
  • 수정 2020-09-14 13: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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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성호르몬 ‘DHT’ 원인, 겨울철 발병률 1.2배 증가 … 치료 미루면 배뇨 불가능한 요폐로 악화

직장인 권모 씨(46)는 요즘 화장실에 가느라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다. 잠자리에 눕기 전 소변을 봤는데도 어김없이 새벽이 되면 눈이 떠진다. 이런 일이 한 번이 아니라 두세 번 반복되다보니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다. 소변을 보더라도 잔뇨감이 남아 기분이 상쾌하지가 않다. 

권 씨의 사례처럼 방광, 전립선, 요도 등 하부요로에 이상이 생겨 소변을 자주 보는 것을 배뇨장애라고 한다. 전립선 조직이 커지면서 요도를 압박하는 전립선비대증과 과민성방광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2년 전립선 비대증 진료환자는 89만8217명으로 2008년의 60만3823명보다 1.5배 증가했다.
이 질환은 기원전 1500년경 고대 이집트에서 발병했다는 기록이 남아있고 기원전 500년경엔 그리스 의학자 히포크라테스의 서적에 언급되기도 했다. 주로 40대 말부터 발병하고 가족력이 있거나 진행이 빠른 사람은 30대 후반부터 발견되기도 한다. 동양인보다 서양인에서 발병률이 높은 편이다.

전립선은 남성에만 있는 신체기관으로 위로는 방광, 아래로는 외요도괄약근, 앞에는 치골, 뒤에는 직장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크기는 좌우폭이 3.9㎝, 상하 길이는 3.1㎝ 정도이며 무게는 약 20g이다. 출생시에는 완두콩 만한 크기였다가 점차 커지고 사춘기 이후부터 20대 후반까지 1년에 1.6·씩 급성장한다. 31세부터는 1년에 0.4g씩 증가한다.  분비물을 생성하는 생세포와 근육을 형성하는 근육세포로 이뤄져 있고, 이들 근육 모두가 커지는 것을 비대증으로 부른다. 

전립선비대증의 정확한 발병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남성호르몬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을 뿐이다. 남성호르몬 중 DHT(Dihydrotestosterone)호르몬은 전립선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이가 들어 혈중 남성호르몬 수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전립선내 DHT 농도가 유지 및 증가되면 전립선세포 성장이 촉진돼 비대증을 유발할 수 있다. 또 노화 과정에서 남성호르몬으로부터 변성된 여성호르몬이 전립선 세포를 촉진하기도 한다. 이밖에 유전적 요인, 비만, 대사증후군 등도 발병률을 높이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과도한 성생활이나 금욕이 원인이라는 추측도 있지만 독신인 성직자도 비슷한 유병률이 보이는 것으로 미뤄볼 때 연관성이 없다.
젊은층보다 40대 이후 중장년층, 동양인보다 서양인, 채식 위주의 남성보다 육류와 우유를 많이 마시는 남성에서 발병률이 높다. 또 아직 확실하게 입증되지 않았지만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질환 환자에서 발병률이 높고 반대로 간경화증 환자에서는 낮은 편이다.

계절도 발병률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연구결과 전립선비대증이 ‘겨울 질환’이라는 사실이 통계적으로 입증됐다. 이경섭 동국대 경주병원 비뇨기과 교수팀이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이용해 각급 병원의 2004∼2008년 1200만여건의 전립선비대증 전체 치료 건수를 분석한 결과 추운 동절기엔 병원을 방문한 횟수가 따뜻한 하절기보다 1.2배 많았다. 방문 건수는 가을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12월에 정점을 찍는 양상을 해마다 반복했다. 기온이 약간 오르기 시작하는 2∼4월엔 병원 방문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기온이 떨어지면 소변을 참기 힘들고, 소변을 봐도 잔뇨감 등의 자각 증상을 느낄 때가 많다. 김재식 국립교통재활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겨울에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교감신경을 활성화시켜 땀의 배출을 줄이기 때문에 체내 수분량이 늘어 방광에 소변이 자주 많이 차게 된다”며 “또 교감신경이 활성화돼 요도근육의 이완성이 떨어지면 방광엔 소변이 가득차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는 급성 요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겨울철 배뇨 장애는 실내외 온도차가 클수록 심해진다. 차가운 외부에 있다가 따뜻한 실내에 들어오면 혈액순환이 갑자기 빨라져 소변이 마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전립선비대가 만성화되면 요로가 아예 막혀 배뇨가 불가능한 요폐로 악화되고 심한 경우 방광이 과팽창돼 회복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간혹 지속적인 요폐로 방광결석, 방광게실(방광벽 일부가 방광외로 돌출된 상태), 신기능 상실, 요로감염, 신우신염 등도 초래된다. 또 하부요로폐쇄로 방광근육이 변성돼 과민성방광이 동반될 수 있다. 이런 경우 급박뇨와 빈뇨가 모두 발생하거나 한 가지 증상만 나타날 때도 있다. 이 질환은 평소 소변을 오래 참는 습관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이경섭 교수는 “밤에 자다가 요의를 느껴 일어나는 게 전립선비대증 증상이라는 사실이 각종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면서 최근 병원 방문 횟수가 급증하고 있다”며 “스트레스, 노인 인구 증가, 서구식 식습관이 확대되면서 전립선비대증 유병률 자체가 높아진 것도 환자 수 증가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전립선비대증 증상은 크게 요로폐색증상과 자극증상으로 나뉜다. 전자에는 소변줄기가 약해지는 약뇨, 소변을 본 뒤 잔뇨가 방광에 남아 있는 잔뇨감, 소변이 잠시 멈췄다가 다시 시작되는 간혈뇨, 소변을 볼 때 힘을 줘야 하거나 한참 기다려야 하는 요주저 등이 해당된다.
후자에는 소변을 본 뒤 2시간 이내 다시 소변을 보는 빈뇨, 소변이 마려울 때 참기 어려운 요절박, 수면 중 소변을 보기 위해 한 번 이상 일어나는 야간빈뇨 등이 포함된다.
이밖에 소변을 본 뒤 속옷에 잔뇨가 떨어지는 배뇨후 요점적, 소변 줄기가 갈라지는 요방산, 소변을 참지 못하고 실수하는 급박요실금, 물줄기 흐르는 소리를 듣거나 기침을 하면 자신도 모르게 속옷에 소변이 묻는 긴장성 요실금, 소변이 꽉 막혀 배뇨가 어려운 요폐 등이 나타난다.

전립선이 비대해지면 성기능에도 문제가 생긴다. 전립선비대증과 발기부전의 발병 관계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발기부전 환자의 72%가 양성 전립선 비대증을 겪고 있을 만큼 발기부전과 전립선 비대증은 상호 유병률이 높다. 전립선 비대증의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약물 중 남성호르몬을 억제시키는 부작용을 일으키는 약물에 의해 발기부전이 악화될 수 있다. 과거에는 전립선비대증 치료 과정에서 전립선 주변의 성기능 관련 신경을 손상시켜 발기부전이 유발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내시경 장비와 기술의 발달로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선행 연구결과 발기부전의 유병률은 흡연, 당뇨,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의 심혈관계 위험인자들과 역학적으로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발기부전과 대사증후군과의 관련성을 조사한 연구에서도 대사증후군 환자들에게서 발기부전 유병률이 일반 대조군보다 높게 나왔다. 발기부전은 자신감 상실, 배우자와의 갈등 및 심리적 좌절 등을 야기해 남성의 삶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

전립선비대증 환자는 기름지거나 맵거나 짠 음식물 섭취를 줄이고 탄수화물과 채소 섭취량을 늘리는 게 좋다. 커피와 탄산음료·음주·흡연도 가급적 삼가야 한다. 특히 술을 많이 마시면 갑자기 소변량이 늘어나 방광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에 과음은 금물이다. 감기약에 전립선비대증을 악화시키는 성분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아 겨울철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비만은 성기능장애, 전립선비대증, 전립선염 등의 주요 원인이 되므로 꾸준한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대한비뇨기과학회 연구결과 40대 이상 남성의 경우 비만도가 높을수록 성기능이 떨어지고 배뇨장애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비뇨기과학회는 올해 1~10월 배뇨문제로 대학병원을 찾은 40세 이상 성인남성 1151명을 대상으로 비만도와 성기능 간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체질량지수(BMI)가 23 미만인 정상 및 저체중 남성의 경우 남성호르몬 분비 수치가 5.7ng/㎖이었지만 BMI 30 이상인 중등도 비만 남성은 3.8ng/㎖로 호르몬이 적게 분비됐다.
BMI 23 미만 그룹의 성기능 수치는 11.5점, BMI 30 이상은 9.4점으로 비만 남성은 성기능 수치 역시 좋지 않았다. 남성 성기능 수치가 8~11점에 해당하면 중등도 발기부전으로 진단한다.
비만 남성틐 전립선비대증 위험도 높았다. BMI 23 미만군의 평균 전립선 크기는 25.9㏄, BMI 30 이상의 중등도비만 남성은 33.9㎘였다. 또 BMI 23 미만 남성의 배뇨불편 지수는 13.2점, BMI 30 이상 남성은 17.4점으로 비만도가 높을수록 배뇨과정에 불편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주태 대한비뇨기과학회 홍보이사(제일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비만할수록 전립선이 커지고 남성 호르몬과 성기능이 약해지며 배뇨불편을 많이 겪는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40대 남성의 경우 꾸준한 자기 관리와 정기 검진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온도 변화에 의해 증상이 나빠질 수도 있으므로 항상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게 좋다. 겨울철에는 아침에 반신욕을 하거나 내복 착용을 통해 인체를 따뜻하게 해주면 전립선비대증 증상 악화를 막는 데 도움된다.
겨울엔 전립선비대증 환자는 커피ㆍ탄산음료 등 이뇨(利尿) 효과가 있는 카페인 음료의 섭취를 자제하고, 저녁식사 후엔 가급적 수분 섭취를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립선비대증 진단에는 주로 증상의 정도를 파악하기 위한 증상점수표, 직장수지검사, 요속검사, 경직장초음파검사 등이 이용된다. 김형곤 건국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치료는 약물치료와 수술치료로 나눌 수 있는데 약물치료는 전립선 부위의 긴장을 풀어주거나 전립선의 크기를 줄여서 소변을 잘 나오게 만들어 준다”고 설명했다.  

약물치료 효과가 없거나 증상이 심한 전립선비대증에는 내시경으로 전립선을 절제한 뒤 막혀있는 요도를 뚫는 경요도전립선절제술을 시행한다. 특별한 절개 없이 요도를 통해 내시경을 넣어서 시술하기 때문에 회복이 빠르고 흉터가 남지 않는다. 하지만 이후 전립선이 다시 자라 10년 후 10%의 확률이 재수술이 필요하며 수술 후 출혈, 전해질 이상, 역행성 사정, 발기부전, 요도협착 등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최근 도입된 홀뮴레이저(Holmium laser)를 이용한 전립선제거술(HoLEP)이 경요도전립선절제술의 단점을 보완하고 더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면서 새로운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잡는 추세”라며 “이밖에 전립선내 부목, 경요도침소작술(TUNA), 경요도극초단파고온치료(TUMT), 경요도전립선전기기화술(TUEVP), 고강도집속형초음파술(HIFU), 에탄올이나 보톨리늄톡신(Botulinum toxin) 등을 이용한 전립선내 주사요법, 전립선색전술 등이 전립선비대증에 대한 최소침습적 치료법으로 시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민성방광도 배뇨장애를 일으키는 주원인이다. 원래 방광은 소변이 가득 찰 때까지 수축되지 않기 때문에 소변이 300~500㎖ 모일 때까지 참을 수 있다. 하지만 자궁·방광·요도 등을 지지하는 골반저근이 약해지거나, 신경계에 문제가 생긴 경우 소변이 차지 않았는데도 방광이 수축돼 갑작스럽게 요의를 느끼게 된다. 패드나 기저귀를 착용해야 할 정도로 소변이 심하게 마렵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한다. 

정확한 발병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골반저근 약화, 전립선비대증, 방광염, 방광결석, 뇌종양·치매·파킨슨씨병 등으로 인한 신경계 이상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측된다. 특성상 저절로 나아지는 질환이 아니므로 증상이 악화되기 전 진료를 받는 게 좋다.

진단은 증상에 대한 병력 청취, 신경학적검사, 전립선촉진검사, 여성생식기 검사, 소변검사, 요속검사, 잔뇨검사, 배뇨일지 작성 등으로 이뤄진다.
치료는 증상 정도에 따라 행동요법, 약물요법, 전기자극치료 등을 시행한다.

약물치료는 방광 배뇨근의 수축을 억제해 방광을 안정시켜 소변 배출 기능을 회복시킨다. 2주내에 증상이 개선되는 경우도 있지만 재발률이 높고 3개월 이상 약물을 복용해야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기 때문에 임의로 약물 복용을 중단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주로 항무스카린 계열의 약을 사용한다. 이 계열의 약은 입마름, 변비, 안압 증가, 소화장애, 졸음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지만 최근 방광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기술이 적용돼 부작용이 상당 부분 줄었다.
행동요법에는 소변을 참는 방광훈련과 항문을 조였다 이완시키는 골반저근운동이 포함된다.
전기자극치료는 골반 부위를 전기로 자극하여 척수와 대뇌반사를 통해 불필요하게 과민한 방광을 억제하는 치료법이다. 전립선비대증과 요실금이 동반된 경우 전립선수술과 요실금수술을 먼저 시행해야 과민성방광 증상이 개선된다. 

호박과 대두는 빈뇨나 야간뇨 등 과민성방광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된다. ‘색동호박’으로 불리는 폐포계 호박은 유럽, 특히 독일에서 많이 재배되는 종으로 방광 내압을 줄여주는 폴리페놀 성분이 풍부하다.
대두는 배아에 들어 있는 다이드진, 제니스틴, 글리시틴 같은 이소플라본 성분이 방광의 과도한 수축을 억제해 배뇨기능을 개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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