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운동은 건강과 직결된다고 생각하지만 강도와 방법이 잘못되면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 질환별로 적절한 운동법이 달라 관련 정보를 미리 숙지해두는 게 좋다.
운동은 심폐기능 및 근력 향상, 체중(지방) 감소, 면역체계 발달, 인슐린 등 호르몬 분비시스템의 적절한 조절 등을 통해 건강한 노화를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과도한 운동이 세포를 산화시켜 노화를 촉진한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어느 정도의 운동량과 방법이 적당한지는 아직도 한창 연구가 진행 중이어서 정답을 낼 순 없지만 다양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근사치를 제시할 수는 있다.
운동량의 경중은 흔히 최대심박수와 대사활동량(MET, metabolic equivalent tasks) 등 두 기준으로 분류된다. 유산소운동의 경우 분당 최대심박수의 40%, 중등도운동은 40∼70%, 고강도운동은 70% 이상으로 구분된다. MET를 기준으로 삼으면 저강도운동은 3MET 미만, 중등도운동은 3∼6MET, 고강도운동은 6MET이상이다. MET는 개인의 체력수준에 따라 달리 나올 수 있어 더 정확한 합당한 기준이 필요하다. 근력을 향상시키는 중강도운동으로는 10∼15회 무리없이 반복해 들 수 있는 무게를 선택해 주 2회 이상 실시하는게 추천된다.
선행 연구결과 1주일 동안 3~4시간 정도 운동하면 대장암, 유방암, 폐암 등의 발병률이 30%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을 예방하는 데에는 3∼6MET(1MET는 체중 1㎏당 1분당 3.5㎖의 산소를 소모하는 운동량)의 중등도 운동이 적합하다. 빠르게 걷기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
또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꾸준히 운동해온 사람은 더 오래 살았고, 특히 주당 2000㎉를 소모하는 중등도 운동을 계속한 사람은 전반적인 질병에 의한 사망률이 일반인보다 25∼30% 낮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운동을 통해 근육의 발달과 성장을 유도하는 데에는 IGF-1, mTOR, AKT 등 호르몬이나 세포내 신호전달물질이 관여한다. 문제는 이들 물질이 암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을 유발하는 역할도 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과도한 운동이 암을 초래하거나 악화시킨다는 오해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적당한 운동은 인체에 긍정적인 스트레스를 가하고 암을 억제하는 다양한 신호전달물질을 증가시킨다는 게 대부분 의사들의 설명이다.
물론 자신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운동은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등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운동량이 적정 수준을 넘으면 호흡이 증가하면서 체내 유해활성산소의 생성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DNA가 활성산소, 자외선, 유해화학물질 등에 손상되면 노화가 촉진된다.
결국 운동량이 적정수준을 넘어서면 면역력 저하와 활성산소 증가에 의해 노화와 암이 촉진될 수 있다. 또 평소에 거의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갑작스럽게 운동하면 활성산소가 많이 생성돼 노화가 빨라지기 때문에 꾸준하게 운동하는 게 중요하다.
운동은 약간 숨이 찬 강도로 1주일에 20~60분씩 3회 이상 하는 게 적당하다. 운동이 신체에 미치는 좋은 영향은 3일이 지나면 없어지기 때문에 2~3일에 한번씩 운동하는 게 좋다. 체중감소가 목적이라면 1주일에 5일 이상은 운동해야 한다.
하지만 관상동맥질환, 당뇨병으로 인한 망막합병증 및 신장합병증 등이 있을 땐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어 주치의와 운동 여부와 강도를 상담하는 게 바람직하다.
여러 신체부위 중 심장은 특히 운동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심장병 예방엔 걷기, 조깅, 자전거타기, 수영, 에어로빅 등 유산소운동이 도움된다. 30대 초기 고혈압 환자는 가벼운 걷기, 40대 이후에는 빠르게 걷기가 적합하다.
강도 낮은 운동을 오래 하는 게 강도 높은 운동을 짧은 시간에 하는 것보다 도움된다. 또 새벽에 무리하게 운동하면 급성 심근경색이 올 수 있어 가급적 오후 시간대를 선택하는 게 좋다. 고혈압, 두통, 어지럼증, 사지통증이 생기면 즉시 운동량을 줄이거나 중단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에게는 유산소운동이 권장된다. 유산소운동을 하면 칼로리가 소모되고 인슐린 분비가 활발해지면서 혈당이 떨어진다. 또 운동을 통한 체중감량은 체지방을 줄여 혈당감소에 도움을 준다.
당뇨병 환자는 빨리 걷기, 조깅, 수영, 자전거타기 등 유산소운동이 권장된다. 하지만 고령 환자나 관절염 환자는 무릎관절이 손상될 수 있어 수영이나 고정식자전거타기 등이 권장된다.
특히 당뇨병 환자는 운동 중 저혈당이 올 수 있으므로 아침 식후 운동이 효과적이다. 아침 시간을 제외한 다른 시간 대에 운동이 불가능할 경우 우유 한잔과 빵 한조각을 먹은 뒤 몸을 움직이면 된다.
천식 환자는 잘못된 운동법을 선택할 경우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천식은 알레르기 염증에 의해 기관지가 예민해져 발생하는 질환이다. 평소에는 증상이 없다가 알레르기 원인물질, 대기오염, 먼지, 스트레스, 찬공기 등에 노출되면 호흡이 곤란해지거나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나타난다. 심한 경우 발작 혹은 사망할 수 있다. 흔히 운동을 하면 천식이 악화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적절한 강도로 즐긴다면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된다.
하지만 겨울철 조깅, 스키, 아이스하키 등 운동은 차고 건조한 공기를 흡입케 해 천식 증상을 악화시킨다. 또 장거리 달리기처럼 입으로 숨을 쉬게 하는 운동이나, 농구 및 축구 등 격렬한 운동도 삼가야 한다.
천식 환자는 운동 전 몸을 따뜻하게 하고 기관지확장제인 ‘벤토린(성분명 황산살부타몰, Salbutamol sulfate)’ 등을 흡입한 뒤 몸을 움직이는 게 좋다. 운동 중에는 코로 숨을 내쉬고, 호흡곤란 등 증상이 나타날 땐 운동을 바로 중지해야 한다. 운동 전후 스트레칭은 필수다.
천식 전문의가 권장하는 가장 적절한 운동은 수영이다. 수영은 폐활량을 향상시키고 자세 교정 및 근육 운동에 도움된다. 차가운 물에 갑자기 뛰어들면 발작이 올 수 있으므로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고, 염소가 들어 있는 수영장은 기도를 자극할 수 있어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처음에는 15분 정도만 하고 서서히 시간을 늘리면 된다.
관절염이 있다고 해서 아무 운동도 안하면 관절이 퇴화돼 증상이 악화된다. 관절염 환자에게 가장 좋은 운동법은 규칙적으로 걷기다. 걷기는 허벅지 앞쪽 근육인 넙적다리 네갈래근(대퇴사두근)을 강화시켜 무릎관절 개선에 효과적이다. 1주일에 3일 이상, 하루에 약 30분씩 호흡이 조금 빨라지는 강도로 걸으면 된다. 헉헉거리거나 힘들다는 느낌이 들면 강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 경사가 심한 곳, 계단, 울퉁불퉁한 자갈길은 오히려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어 피하는 게 좋다.
수영이나 고정식자전거타기, 걷기 등 유산소운동에 근력강화 운동을 병행하면 증상완화 효과가 배가된다. 가벼운 역기나 쎄라밴드처럼 저항을 줄 수 있는 운동 기구가 추천되며, 중요한 관절을 폈다 구부리면서 유연성을 기르는 것도 도움된다.
1990년대 중반만 해도 달리지 않으면 빨리 죽는다는 관념이 팽배해서 유산소운동에 치중한 측면이 컸다. 비만, 고혈압, 심장병, 당뇨병, 고지혈증 등으로 조기사망이 늘어나는 서구 선진국의 사정이 반영된 트렌드였다. 하지만 요즘엔 노인도 필수적으로 근력운동을 해야한다는 권고가 나오고 있다.
근육량이 많은 사람은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등에 걸릴 위험이 낮다. 유산소운동이 심폐기능을 강화해 만성 성인병을 예방하고 장수를 도모한다면, 근력운동은 노인의 독립적인 생활을 가능케 해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여기에 한발로 오래 서있기 같은 평형성운동과 스트레칭과 같은 유연성운동이 추가되면 효과가 배가된다.
미국대학스포츠과학회(ACSM)과 미국심장협회(AHA)는 2008년 이같은 내용을 종합해 최적의 운동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첫째 1주일에 5회 이상 하루 30분씩 중강도 운동과 1주에 3회 이상 하루 20분씩 고강도 운동을 병행한다. 모든 운동은 최소한 10분 이상 지속해서 실시한다. 근력 유지 및 강화를 위한 근력운동은 주당 2회 이상 실시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