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이 13일 서울 위례성대로 한미타워 2층 파크홀에서 제5기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한 국내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13일 “총매출액과 영업이익 등이 같이 올라가면 배당금을 올리는 데 별 장애가 없겠지만 주식평가액만 상승하거나 ‘풍문’이나 ‘작전’으로 주가가 올라가는 경우에는 배당금 인상 압박을 받게 돼 회사에서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9월 29일 8만4800원에서 반등하기 시작해 3월 13일 14만9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이날 주식배당은 하지 않았다. 글로벌임상 등 신약개발에 대한 과감한 R&D 투자로 배당여력이 없다는 게 이 회사의 입장이다. 한미약품은 13일 주총에서 매출 7612억원, 영업이익 344억원, 순이익 432억원 달성과 매출액 대비 20.0%인 1525억원 R&D 투자 등 2014년 경영실적을 보고했다.
이밖에 종근당, LG생명과학, 대웅제약, 유한양행,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등이 최근 한 달새 주가가 대폭 올랐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업계 금년도 배당총액은 1316억원으로 전년보다 21% 상승했다. 지난해 1조 매출을 돌파한 유한양행이 배당총액 180억원에 1주당 1750원으로 가장 높았고, 녹십자가 그 뒤를 이어 총 배당금 144억원에 1주당 1250원을 기록했다.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1주당 250원이었던 배당금을 750원으로 늘리며 배당총액 58억원 규모를 기록했다.
이밖에 종근당(주당 800원, 배당총액 75억원), 대웅제약(주당 700원, 배당총액 72억원)을 비롯한 37개 제약사가 배당을 실시, 이 가운데 18개 기업이 전년보다 금액을 늘렸다.
적잖은 기업들이 정부의 정책 주문대로 투자 확대 대신 배당 늘리기에 동참한 것으로 분석된다. 제약업체의 또다른 관계자는 “과거에는 주총이 다가오면 한달 전부터 주가올리기를 위한 언론플레이를 했고, 주주들의 불만을 약간의 무상증자를 통해 누그러뜨렸다”며 “갈수록 기업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어드는 가운데 주주불만과 주식배당을 감안하면 주가를 낮출 수도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과도하다며 기업들이 배당을 늘리지 않을 경우 기업환류세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정책은 주문대로 투자 확대 대신 배당을 늘렸으나 대주주와 외국인 배만 불린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국내 제약업계는 13일 한미약품, 영진약품, LG생명과학 등을 시작으로 주총시즌에 돌입해 20일 대부분의 제약회사들이 주주총회를 연다. 20일은 261개 기업이 주총을 열기 때문에 주주총회에 쏠리는 이목을 분산시키기 위한 기업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가장 예의 주시되는 녹십자와 일동제약의 주총도 이날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