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이 20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녹십자가 추천한 사외이사와 감사 선임에 반대하며 소액주주들에게 지지를 호소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동제약은 9일 녹십자의 주주제안은 관련 법령에 따른 권리 행사로 일단 녹십자의 제안을 주주총회에 상정했지만 녹십자가 추천하는 사외이사와 감사의 선임에는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일동제약 측은 “녹십자의 주주제안과 관련해 이를 동의하고 협력할만한 기본적 신뢰가 없다”며 “녹십자는 자신들이 주장하는 ‘협력과 상생’을 위한 신뢰형성에 어떠한 노력도 보이지 않은 채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기자금이 아닌 차입금까지 동원해 일동제약 주식을 취득했고 경영참여 선언 뒤에도 협력을 위한 교감이나 협의없이 기습적으로 간섭하는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회사는 “녹십자의 추천 인사가 이사회에 들어오면 일동제약의 영업전략, 개발정보 등 경쟁사의 기밀사항에 마음대로 접근하게 돼 일동제약의 주된 영업 분야에 진출해 이를 악용할 여지가 있다”며 “녹십자가 추천하는 사외이사 후보 및 감사 후보는 녹십자 출신들로 과연 그들의 제안이 일동제약 주주 이익을 위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일동 측은 이 같은 반대 이유를 모든 주주들에게 분명히 알려 소액주주들이 현명한 선택을 통해 74년 동안 제약계에 헌신해온 일동제약이 숭고한 기업이념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호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녹십자는 일동제약에 보낸 주주제안에서 허재회 전 녹십자 대표이사를 사외이사로, 김찬섭 녹십자셀 사외이사를 감사로 각각 추천했다. 오는 20일 일동제약 주총에서 표 대결을 남겨놓고 있다.
녹십자는 2003년 1600억원에 대신생명을 인수해 녹십자생명보험(현 현대라이프생명)을 시작했다. 녹십자생명은 2011년 1월 장내매수를 통해 일동제약 지분 5.54%를 사들였고 6개월뒤 새 2.2%를 추가로 사들여 보유 지분을 7.7%까지 늘렸다. 2012년 현대차그룹에 2283억원에 매각 683억원의 투자이익을 남겼다. 녹십자 측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 측에서 일동제약 등의 주식은 다시 가져가길 원해 매입했다고 한다. 녹십자는 2012년 12월 환인제약이 보유하던 일동제약 지분 7.06%를 사들여 지분율을 15.3%까지 확대했다. 일동제약 측은 이때까지만 해도 녹십자 측에 대해 큰 경계심을 가지지 않았다. 일동 측이 본격적으로 경계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1월 녹십자가 3대주주인 이호찬씨로부터 일동제약 지분 12.14%를 사들이고, 녹십자홀딩스는 광분산업이 보유하던 0.88%를 인수하면서다.
이런 과정을 거쳐 2대 주주 녹십자는 일동제약 지분을 29.36%까지 늘렸고 투자목적도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이에 일동 측은 2014년 지주사 분할을 통해 경영권 방어를 하려고 했으나 녹십자와 피델리티 등이 반대해 무산됐다.
녹십자는 2012년 세포치료제 기업인 이노셀을 151억원에 인수했다. 이노셀을 인수해 녹십자셀로 사명을 바꾼 이 회사는 현재 주식가치가 745억원으로 2년 9개월만에 5배로 뛰었다. 녹십자는 2010년 삼천리제약의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동아제약에 내준 바 있다. 녹십자가 처음 인수에 성공한 기업은 다수의 건강기능식품을 보유한 상아제약이다. 녹십자는 지주회사 역할을 담당하는 녹십자홀딩스(옛 녹십자)를 통해 2000년 상아제약 지분 7.30%를 확보한데 이어 2004년에는 지분 100%를 약 480억원에 인수했다. 녹십자는 백신과 일반약 관련 인프라는 구축했지만 아직 전문약 시장에 나가긴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