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형 업계가 천편일률적으로 내세우는 마케팅 메시지로는 ‘빠른 회복’, ‘풍부한 경험을 갖춘 의료진’, ‘안전’, ‘마취과 의사 상주’, ‘최고급 시스템’ 등을 꼽을 수 있다. 병원마다 너무나 비슷한 문구를 앞세우면서도 ‘우리 병원만의 장점’이라고 강조한다.
시술 관련 성형외과 뉴스를 읽어보면 거기서 거기다. ‘전문 의료진이 상주하고, 마취과 의사가 함께하며, 성공적인 시술 결과로 만족도를 높여준다’는 광고문구는 일종의 ‘클리셰(cliche, 상투적 표현)’가 됐다. 하지만 정작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실제 병원은 광고와 사뭇 다른 것 같다’고 토로한다.
일부 병원에서는 상담실장이 ‘빠른 회복’을 지나치게 강조해 오히려 환자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직장인 김모 씨(26·여)도 최근 서울 강남 H성형외과에서 얼굴 지방흡입을 받기 위해 찾아갔다가 그곳 A 상담실장으로부터 “우리 원장님은 솜씨가 좋아 부기나 멍이 전혀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언제부터 출근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부기나 멍이 없을 정도로 간단한 수술로 다음날 출근해도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간단한 필러 시술에도 멍이 드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수술이면 오죽하겠냐며 오히려 불신만 커졌다. 의사는 코빼기도 보지 못했다.
주변에 물어볼만한 사람이 없어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더니 ‘다음날 출근은 말도 안된다, 1주일은 기본’, ‘얼굴지흡(지방흡입) 후에는 입 주변에 검고 보라빛나는 멍이 엄청 생기는데 이게 한달은 가더라’ 같은 반응이 대다수였다.
서울 강남구에서 핫요가강사로 일하는 백모 씨(25·여)는 평소 콤플렉스였던 낮은 이마를 개선하기 위해 지방이식 받을 곳을 수소문하고 있다. 발품을 팔아보니 여러 성형외과를 다닐수록 자신에게 최고의 솔루션을 제공해준다는 곳은 없고 원치 않는 부위까지 수술하라고 영업당하는 느낌에 언짢다.
백 씨는 직업상 항상 뜨거운 곳에 있어야 한다. 핫요가는 인도 현지의 온도를 그대로 재현한 39도 안팎에서 이뤄지는 만큼 성형수술을 받으면 수업에 지장이 있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상담실장들은 ‘사우나는 지방이식 후 다녀도 괜찮다’고 입을 모아 백 씨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들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2~3일 정도면 부기가 빠지고 빠르면 다음날 출근하는 사람도 있다고 안심시켰다. 그는 ‘어떤 시술이든 적어도 1주일은 사우나·찜질방을 피하라’는 게 원칙이라고 들었는데 어리둥절했다.
더욱이 한 친구가 지방이식을 받고 1주일 뒤에 ‘빵빵하게 부은’ 얼굴로 나타나 ‘나 지방이식 받았어요~’라고 광고하는 듯한 기억이 생생해 이들의 말이 믿겨지지 않았다. 상담실장들은 친구의 사례에 대해 한결같이 “과거에 비해 기술이 좋아지고, 우리 병원 선생님들은 노하우를 갖추고 있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백 씨는 허벅지에서 지방을 추출하면 1주일 만에 무리한 운동을 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병원에서는 ‘1주일 정도 지나면 운동에 문제 없다’고 말하지만 주변의 경험자들은 ‘절대 그렇지 않다’였다. 예전에 허벅지 흡입을 받은 친한 친구는 “피멍도 엄청 들고 아파서 화장실 가는 것조차 힘든데 무슨 핫요가냐”고 만류하며 “병원이 양심없네”라고 일축했다.
최근 의료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채널이 많아져 성형수술 관련 내용도 과거보다 훨씬 풍부해졌다. 하지만 막상 시술 부기나 멍이 드는 정도나 사후관리 등에 대한 디테일한 정보는 겪지 않고는 다 알기 어렵다. 결국 병원의 상담실장 등의 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환자는 현혹당하기 쉽다.
상담실장이 말도 안되는 클리셰를 구사하는 까닭은 보통 환자당 수술비용 중 일정액이 상담실장의 커미션으로 떨어지는 구조 때문이다. 상담실장은 성형외과의 꽃이다. 의사와 환자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며 밸런스를 맞춰주는 게 그들의 역할이지만 이제는 의미가 변질되고 있다. 영업사원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일부 코디네이터는 자신이 마치 ‘의사라도 된 양’ 거드름을 피우기도 한다. 자신의 미적 주관만 강조하며 반발하는 환자의 의견은 무시해버리기 일쑤다.
실제로 성형수술·피부시술·피부관리 비용은 전부 비급여인데 추가되는 옵션에 따라 적게는 몇십만원에서 많게는 몇백만원의 차이가 난다. 심지어 같은 수술이라도 상담실장이 환자를 어떻게 구워삶느냐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이다.
드물지만 베테랑 상담사의 연봉은 1억원이 넘는 경우도 있다. ‘상담을 잘하는’편에 속하는 사람은 연 3000만~5000만원선이다. 고액연봉자는 주로 강남에서 활동한다. 병원은 대개 기본급은 낮게 책정하고 인센티브를 상대적으로 많이 지급해 ‘과도한 영업’을 유도한다. 통상 시술 비용의 5~20%가 상담실장의 몫이다.
대한병원코디네이터협회 관계자는 “의사들이 선호하는 ‘쓸 만한’ 코디네이터는 결국 매출을 제대로 올려주는 사람”이라며 “예쁘고 날씬한 코디네이터일수록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최근 성형외과 또는 관련 클리닉이 급증하면서 코디네이터의 공급이 달리자 이들을 양산하는 학원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학원들이 ‘돈이 되는 자격증 장사’로만 여기고 제대로 된 커리큘럼과 강사를 갖추지 못하다보니 정작 업무에 투입됐을 때 형편없는 사람도 많다.
학원비는 100만~200만원대로 보통 1개월 정도 교육을 이수해야 ‘코디네이터 자격시험’을 볼 수 있는 요건을 갖출 수 있다. 요즘엔 단기코스를 개설해 1~2일 정도 교육받고 자격증 시험(사설)을 치루는 곳도 적잖다. 매너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커미션에만 열올리는 상담실장과 만났을 때 결과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환자다. 장기적으로 봤을 땐 병원에도 마이너스다. ‘상담실장이 영 아니다’는 소문이 여성 위주 커뮤니티에서 퍼지면 그 병원을 찾는 발길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적잖은 병원 코디네이터 지망생들이 강남의 잘나가는 선배들의 연봉을 보고 환상을 가지기 쉽다. 하지만 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은 극소수일 뿐 대개 초봉은 연 1200만~1600만원 수준이다. 코디네이터를 고용하는 의사들은 간호학과, 치위생과, 임상병리, 병원행정 등 의료 계통을 공부한 사람을 선호하므로 얼굴만 예뻐서는 될 게 아니다. 환자에게 엉뚱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으려면 평소에 의학지식은 물론 트렌드까지 두루 섭렵해야 한다.
매너있는 태도도 잊어서는 안 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무례한 성형외과 실장 때문에 해당 병원에서 수술받지 않겠다’고 말하는 글들이 쌓여 있다. 자신이 환자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거나, 의사라고 착각하거나, 환자의 외모를 보고 무시하는 마인드로 환자를 대하는 사람이 적잖다. 그렇다고 환자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지나치게 떠받드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친절은 거창한 게 아니고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드러나는 게 포인트다. 아무리 예쁘게 말해도 가식적으로 들린다면 그것은 완벽한 친절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성형 업계는 ‘성형 클리셰’로 범벅된 광고 멘트 작성에만 열을 올릴게 아니라 병원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마인드부터 체크해야 한다. 환자들은 친절하고 상냥한 안내에 감화되고, 진정이 담긴 설명에 지갑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