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하이힐 착용 등으로 엄지발가락이 변형되는 무지외반증이 최근 남성에서도 자주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09~2013년 후천성 엄지발가락 외반증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 진료인원은 4만1657명에서 5만5931명으로 연평균 7.6%씩 증가했다고 1일 밝혔다.
성별 진료인원은 여성이 84.7%로 남성보다 5.5배 많았지만, 연평균 증가율은 남성이 13.1%로 여성의 6.8%보다 2배 가량 높았다. 여성 환자 증가의 둔화와 남성 환자의 급증 현상은 30~40대 여성과 20~30대 남성에서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인구 10만명당 진료 인원은 여성의 경우 30대에서 4.5% 소폭 증가했으며 40대에서는 오히려 4.4% 줄었다. 반면 남성은 20대가 100%, 30대는 70%나 늘었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둘째발가락 쪽으로 휘어져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엄지발가락뼈의 힘줄이 정상적인 배열에서 이탈하거나 관절을 감싸는 관절낭이 늘어나면 발가락 관절이 변형된다.
유전적인 원인과 후천적인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한다. 가족력이 있거나 볼이 좁아 꽉 끼는 신발을 자주 신을 때 발생률이 높아진다.
최근 여성 진료 인원이 줄어드는 원인으로 신발 관련 패션 흐름의 변화가 꼽힌다. 박민정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최근 하이힐 외에 플랫슈즈, 스니커즈 등이 인기를 끌면서 30~40대 여성 환자가 감소하는 추세”라며 “반대로 운동화보다 발볼이 좁은 구두를 신는 남성이 늘면서 20~30대 남성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60~80대 노년층의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도 눈에 띈다. 5년새 10만명당 진료인원은 60대 42.5%, 70대 81.8%, 80대 56.4% 각각 증가했다. 이는 무지외반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적절히 치료받지 않고 방치했던 과거와 달리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발병 초기에는 외형만 약간 변형될 뿐 증상이 없어 방치하기 쉽지만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엄지발가락이 둘째발가락과 엇갈리면서 걸음걸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먼저 교정용 깔창이나 보조기 등을 활용해 치료하고, 효과가 없을 땐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박 교수는 “가족 중 무지외반증 환자가 있거나 높은 굽이나 발볼이 좁은 신발을 신고 오래 서서 일하는 경우 주의해야 한다”며 “치료를 미루면 무릎, 엉덩이, 허리까지 통증 범위가 확산될 수 있어 되도록 빨리 병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