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약가인하 조치 이후 제약업계의 매출과 순익이 크게 줄어들자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제약업계의 경비절감 노력이 잘 나가던 외국계 제약사로도 파급되고 있다.
외국계 N제약사의 영업직 Y모 부장은 “회사가 마른 수건도 쥐어 짜는 심정으로 경비를 줄이고 있어 영업사원들이 의사들을 피해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경우 무분별한 경비를 제한한다는 지침을 내렸지만 실제로는 모든 경비를 줄이라는 압박과 다름없어 내근직은 물론 외근직도 지출한 커피값이나 택시비, 기타 잡비 등을 회사에 청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S부장은 “2~3년이 지나 제약회사의 흥망이 가려지면 업체간 경쟁이 줄어들어 매출이 오르고 예전처럼 경비집행이 어느 정도 자유로워지지 않겠느냐”라며 “회사의 모든 게 거의 정체 상태나 다름없다”고 자조했다.
이렇게 되자 대학병원의 의국도 쪼들리는 문제가 생기고 있다. 의국의 식비는 그동안 제약사들이 돌아가며 대신 내줬는데 경비절감을 이유로 의국에 지원해줄 있는 식비가 줄었다. 음료수값이나 흔하게 제공되던 문구류도 제공할 수 있는 여력이 확 줄어 얼굴이 서지 않는 상황이다.
서울 영등포의 한 종합병원 전문의는 “의사들끼리 소규모 연구회 등을 마련하면 으레 제약회사 담당자의 도움을 받곤 했었는데 이젠 거의 끊어졌다”며 “연구회를 꾸려가는 게 사실상 힘들어졌고, 영업사원들이 의사와 만날 자리 자체가 줄어들다보니 매출 감소에도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회사의 내근직 사원 H씨는 “기존 경비지출 부서 외에 지난해 중반에 경비지출이 필요한 지 재검토하는 부서가 신설돼 지난 연말에 기안을 올린 것 중 상당수가 올해 집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올 상반기 경비에 여유가 있을 때 마케팅 예산을 집행하려 했으나 재검토 지시가 내려와 경비 처리가 불투명해졌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상당수 다국적 제약사들이 지난해 대외적인 송년회를 취소하거나 축소했고, 외부 초청 행사의 식사 비용을 낮추고 있다.
외자사의 경우 국내사와 달리 경비가 부족할 경우 본사에 타당한 계획서를 제출해 승인이 나면 추가 지원을 받는 메리트가 컸는데 이런 측면 지원이 사라지면서 임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