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할리우드 배우들 사이에서 샴푸를 사용하지 않고 머리를 감는 ‘노푸’가 유행이다. 탈모를 예방한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화학 성분이 다량 포함된 샴푸 대신 물로만 씻거나 최소한의 식초, 베이킹파우더 등을 사용한다. SNS 상에서 급속도로 퍼지면서 그 효과를 인증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특히 식초를 물에 희석해 사용하면 베이킹 소다를 쓰는 것보다 머리결을 부드럽게 만든다.
식초는 특유의 시큼한 맛 때문에 각종 요리에 애용된다. 세계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양념으로 사용된다. 신맛은 포도당의 단맛, 소금의 짠맛, 독극물의 쓴맛, 글루탐산의 감칠맛과 함께 우리가 생리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기본적인 5미로 꼽힌다. 글루탐산의 감칠맛은 화학조미료(MSG)를 개발한 일본이 이를 자화자찬하면서 만든 맛이지만 오늘날의 음식문화에서 무시할 수도 없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아무튼 인간은 진화의 과정에서 생존에 필요한 단맛, 짠맛, 신맛, 쓴맛 등 4가지 고유 미각을 느끼는 감각수용체를 갖게 됐다.
신맛은 육류, 과일, 채소, 곡물 등 어느 재료와도 잘 어울린다. 한편으로는 음식의 부패가 시작됐다는 신호로 작동하기도 한다. 상한 김밥이나 우유에서 나는 신맛이 대표적인 경우다. 하지만 식초가 포함된 식품에서는 부패균이 자라지 않는다. 식초는 부패를 일으키는 박테리아에 치명적 손상을 준다. 음식에 레몬의 구연산을 뿌리면 오랫동안 부패되지 않고 보관할 수 있다.
식초는 제조법에 따라 양조식초와 합성식초로 나뉜다. 양조식초는 곡물, 과일, 에탄올 등 원료용액을 초산발효해 만든 것이고 합성식초는 빙초산에 당류, 화학조미료 등을 가한 것이다. 영어로 식초인 ‘Vinegar’는 오직 양조식초에만 허용된다. 하지만 양조식초가 합성식초보다 우수하다는 주장은 성급한 것이다.
합성식초의 원료를 공업용 산인 ‘빙초산(氷醋酸)’으로 부르는 것도 옳지 않다. 식용으로 쓸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정제한 식용 빙초산이라면 합성식초의 원료로 쓸 수 있다. 진짜 공업용 빙초산으로 합성식초를 만드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합성 식초는 희석 초산정도로 부르면 틀리지 않다. 그렇다고 합성식초가 절대적으로 괜찮다는 뜻은 아니지만 순수 아세트산만으로는 모두가 좋아하는 식초의 오묘한 맛을 낼 수 없다.
양조식초는 원료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된다. 쌀, 보리 등 곡물을 사용하는 곡물식초와 과실을 사용하는 과실식초로 크게 나뉜다.
곡물식초의 대표주자는 현미식초로 쌀을 원료로 만들어진다. 오래 숙성시키면 색이 짙어지는 데 이를 현미흑초로 부른다. 자연산 현미식초는 보통 1년 이상 숙성시간을 가지므로 둘다 사용해도 무방하다.
사과식초는 사과를 원료로 사과주를 만든 다음 남은 주박을 다시 초산 발효시켜 제조한다. 본고장은 미국이며, 국내에서도 그 맛을 즐기는 애용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미국에선 예부터 가정에서 여러 증상에 사용되는 치료제로 애용됐다.
감을 발효시켜 만든 감식초는 다른 종류의 식초와 달리 국내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대접받는다. 감은 다른 과일류에 비해 높은 비타민C 함유량을 지녀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증가시키고 감기 등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감의 구성분 중 하나인 탄닌은 점막 표면 조직의 수렴작용을 통해 설사 및 배탈을 멈추게 하고 폐결핵, 기관지확장증, 폐종양, 자궁출혈, 치질 등에 의한 체내출혈을 억제하는 지혈효과를 지닌다. MBC 드라마 ‘대장금’에 나오면서 한동안 없어서 못파는 정도까지 인기를 얻기도 했다.
식초는 간기능을 보호하고 어혈을 없애며 독을 풀어준다. 산후의 어지러움, 토혈, 코피, 대변 출혈, 생식기 소양증을 치료하며 물고기나 채소의 독을 풀어주는 작용을 한다. 예부터 간을 자양하고 근육을 튼튼하게 해주며 관절을 덮여준다고 전해진다.
성질이 따뜻해 몸속의 기운 순환을 도와준다. 육체노동이나 정신노동으로 인해 쌓인 피로물질인 젖산을 분해시켜 피로회복에 효과적이다. 몸 속에 생긴 딱딱한 것을 없애주는 효능을 가졌다 알려져 항암효과를 지녔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명확한 연구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성질이 차가운 생선이나 채소의 성질을 고르게 하고 독을 중화시켜 생선요리에 첨가하면 좋다.
하루에 식초를 15㏄정도 마시면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식초에 함유된 초산은 갈색지방세포를 자극, 간에 축적된 과잉지방을 태운다. 하지만 너무 자주 마실 경우 속이 쓰리는 등 위장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적절한 섭취가 중요하다.
위산역류를 치료하는 데 사용된다. 사람들은 흔히 산이 과잉 생산돼 위산역류가 일어난다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산이 충분하지 못한 사람에게 이런 증상이 일어나므로 사과식초를 매일 1~2스푼씩 섭취하면 위산역류를 막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초에 콩을 담궈 만든 식초콩도 화제다. 콩과 식초는 서로 만나 발효되면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이 100배 이상 늘어난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고 간 기능을 향상시켜 지방산을 개선에도 좋다.
신맛도 과하면 병을 부른다. 피부에 직접 바르는 일은 삼가야 한다. 식초는 강력한 살균력을 가졌지만, 각질이 벗겨진 피부에 닿으면 2차 감염이 일어나 피부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 강산 초산은 피부에 화상을 입히는 경우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감기에 걸렸을 때 먹는 것을 삼가야 한다. 감기는 몸 안의 한기를 발산시켜야 하는데, 식초는 한기를 안으로 모으는 성질을 지녀 감기 앓는 기간을 늘릴 수 있다.
식초를 음료로 사용할 때는 강제 발효시키지 않은 천연 양조식초를 활용하는 게 좋다. 식초가 소화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긴 하지만, 위산과다나 위궤양을 지닌 환자에게는 위에 자극을 줄 수 있어 피해야 한다. 공복에 마시는 것보다 식후에 마셔야 한다. 처음부터 많은 양을 음용하기보다 조금씩 먹어 부작용을 확인해야 한다. 식초를 마셔도 몸에 지장이 없다면 차츰 양을 늘려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