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은 전국에 흩어져 살던 가족과 친지들이 오랜만에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못 다한 정을 나누는 시간이다. 하지만 형제, 고부, 며느리 사이에 발생하는 크고 작은 불협화음들은 상당한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를 준다. 결혼이나 취업 전인 청년들도 가족과 친척들의 지나친 관심과 잔소리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명절 기간 지속되는 정신적·육체적 고통은 스트레스성 반응의 하나인 명절증후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명절증후군은 전통적인 관습과 현대적 사회생활이 공존하는 한국 등 동양문화권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상대적으로 많은 일을 도맡아 하는 주부들은 명절 기간 받는 스트레스가 커 명절증후군에 취약하다. 핵가족으로 살던 젊은 주부들이 명절 기간 가부장적 가치관이 지배하는 대가족 체제를 경험할 경우 극심한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남성 중심적인 제사문화 속에서 자신이 가진 능력이나 사회적 역할과 상관없이 단순히 명절을 보내는 데 필요한 일꾼이 되는 상황은 불쾌한 감정을 유발할 수 있다.
김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과거 여성은 이런 상황을 수긍하고 받아들였지만 젊은 여성은 남녀평등을 강조하는 세대를 살아왔기 때문에 반발심이 생기고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며 “여기에 시댁과 갈등이 있거나 남편이 상대적으로 친정에 소홀한 모습을 보이면 긴장, 분노, 좌절감 등 불쾌한 감정이 커지면서 우울증이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욱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명절증후군은 과거 힘들었던 기억들이 무의식 속에 잠재돼 있다가 명절 기간에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명절은 문제점을 거론하고 묵은 갈등을 한 번에 해결하려고 모이는 시간이 아니다”고 조언했다. 이어 “만약 해결해야 하는 가족간 갈등이 있다면 다른 기회에 지속적인 교류를 통한 대화로 점진적으로 풀어나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명절증후군 증상으로는 어지럼증, 두통, 소화불량, 복통, 심장 두근거림, 피로감 등이 나타난다. 여기에 우울, 불안, 초조, 불면, 무기력감, 분노감, 식욕 부진, 집중력 저하 등 정신적인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대개 명절 전후 2~3일 동안 증상이 심해졌다가 명절이 지나거나 가족간 갈등 상황에서 벗어나면 씻은 듯이 사라진다.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될 경우 적응장애, 우울증 등으로 악화될 수 있어 전문의를 찾아 적절한 상담 및 평가를 받아보는 게 좋다.
남성은 장시간 운전으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다. 오랜 시간 한 자세로 앉아 있으면 허리에 체중이 집중적으로 몰려 만성요통이 발생한다. 앉아 있는 자세는 서 있는 자세보다 1.5배 무거운 하중을 허리에 줘 원활한 혈액순환을 막는다.
또 장거리운전과 교통체증은 운전자의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교통정체 속에서 가다서다를 반복하면 정신적 피로가 동반돼 작은 일에도 예민해지고 난폭해지기 쉽다.
정덕환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장시간 운전은 근육을 긴장시키고 척추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뒷주머니에 휴대폰이나 지갑을 넣어둔 채 운전하는 습관은 신체 불균형을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최대한 가벼운 차림으로 운전하고 1~2시간마다 차에서 내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는 게 좋다. 주행 중 창문을 내려 공기를 환기시키면 기분전환에 도움된다.
김병준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장거리 운전을 할 때엔 혈액순환장애가 생기기 때문에 당뇨병, 고혈압 등을 앓는 만성질환자는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며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운전 전 차량을 꼼꼼히 정비하고,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뇨병 환자는 특히 저혈당에도 대비해야 한다.
장거리 운전 중 운전대를 한 손으로 잡거나, 엉덩이를 좌석 앞 쪽으로 내밀고 등받이를 과도하게 젖혀 반쯤 누운 자세를 취하는 남성들이 많다. 이런 자세는 잠시 편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허리, 목, 어깨 등 척추관절이 받는 부담이 증가해 근육통이나 담이 올 수 있다.
염승철 자생한방병원 척추디스크센터 원장은 “장거리 운전을 할 땐 엉덩이를 등받이 안쪽으로 깊게 붙이고 앉은 뒤 오른쪽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상태에서 무릎이 살짝 구부러지는 정도로 좌석의 앞뒤 길이를 조절하는 게 좋다”며 “등받이 각도는 운전대를 잡았을 때 어깨가 등받이에서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젖히면 된다”고 조언했다. 운전대는 양손이 9시15분 방향이 되도록 잡고, 운전대 각도를 조절해 운전대 윗쪽에 손목이 자연스럽게 닿도록 한다.
명절에 장시간 음식을 준비하다보면 등이 구부정해지고 얼굴이 앞으로 빠져나오기 쉬워 거북목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다. 이 질환은 목 주위 근육이 굳어지면서 목의 배열이 정상인 C자형이 아닌 거북이와 같은 일자형으로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 부적절한 자세를 오래 유지하면 몸과 어깨가 뻣뻣해지며, 목에서 발생한 충격이 머리로 전달돼 두통이 발생하기도 한다
명절이 끝난 뒤 통증이 갑자기 몰려올 땐 찜질이 효과적이다. 어깨·무릎관절이 붓거나 뻣뻣할 때에는 이틀에 한 번꼴로 2분 정도 냉찜질하면 부기를 가라앉히는 데 좋다. 통증이 3~4일 지속될 땐 온찜질을 하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상태가 양호해진다. 근육통이나 관절통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병원을 방문해 물리치료, 주사요법, 약물치료를 받는 게 좋다.
하지정맥류가 있으면 잘 때 다리를 심장보다 높이 하는 게 바람직하다. 오랜 시간 고정된 자세를 취하면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겨 다리에 힘줄이 튀어나오거나 부종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정덕환 교수는 “수면시 쿠션이나 베개에 다리를 올려놓으면 낮 동안 하체에 뭉쳐있던 혈액이 중력에 따라 심장으로 쉽게 흡수돼 부종을 가라앉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명절 제사상에 빠질 수 없는 음식 중 하나는 ‘전’이다. 오랜 시간 전을 부치다 보면 손등에 기름이 튀기 쉽다. 빨갛게 부어오르면서 통증이 있지만 물집은 없는 것은 1도 화상으로 3~6일이면 흉터 없이 치유된다. 물집이 생긴 경우 최소 2도 이상 화상이므로 소독거즈, 붕대, 수건 등으로 화상부위를 덮고 즉시 병원에 가야한다.
신민경 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화상으로 생긴 물집을 강제로 터트리는 환자가 많다”며 “물집은 일시적으로 화상 부위에 세균이 들어가는 것을 막고 새 피부가 돋는 데 도움되므로 병원 이외의 장소에서 물집을 터뜨리는 행위는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가사노동은 주부습진을 유발한다. 습진을 예방하려면 최대한 물이나 세제에 노출되는 것을 줄여야 한다. 설거지는 한꺼번에 모아서 짧은 시간에 하고 고무장갑 속에 얇은 면장갑을 착용하는 게 좋다. 신 교수는 “설거지를 하거나 손을 씻은 뒤 보습제를 사용해 피부의 지질막을 보충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스마트폰은 명절 내내 어린이의 시력을 위협하는 존재다. 스마트폰으로 장시간 게임을 하거나 동영상을 보면 인체의 눈은 가까운 곳을 보이게 하는 역할을 하는 조절근을 과도하게 사용하게 된다. 특히 달리는 차 안에서 스마트폰을 보면 초점이 흔들리고 눈근육에 피로감이 생긴다. 또 흔들리는 상이 뇌로 전달되면 근시가 올 수 있다. 스마트폰에 집중하다 눈을 깜박이는 횟수가 줄면 안구건조증의 위험이 높아진다. 명절 기간 스마트폰 사용은 하루 1시간 이내로 정하고, 아이가 야외에서 충분히 뛰어놀 수 있도록 옆에서 지도하는 게 좋다.
명절증후군은 성별에 따라 각기 다른 부위에 나타나기 때문에 명절 동안 어떤 부위를 많이 쓰는지 확인한 뒤 적합한 대비책을 세우는 게 좋다. 주부들은 주방 싱크대 앞에 발 받침을 둬 무릎이 받는 부담을 줄여주도록 한다. 저녁에는 따뜻한 물로 반신욕을 하거나 수건을 덥혀 통증이 나타나는 관절 부위에 찜질을 해준다.
이제균 강남 자생한방병원 원장은 “말린 귤껍질·청주·쑥 등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를 입욕제로 사용하면 근육이완, 혈액순환,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된다”며 “목과 허리에 통증 있다고 해서 과도하게 안마를 받거나 갑자기 스트레칭을 하면 긴장된 근육에 무리가 가 급성요통이나 담이 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