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 여성 중 허리둘레를 엉덩이둘레로 나눈 값인 허리·엉덩이둘레 비율(WHR) 지수가 높은, 즉 허리가 엉덩이보다 상대적으로 두꺼운 여성은 심혈관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류혜진 고려대 구로병원 내분비내과 교수팀은 2012년 4월~2013년 5월 병원내 건강증진센터에 내원한 여성 442명의 허리·엉덩이둘레비율(WHR), 체질량지수(BMI), 허리둘레(WC) 등을 측정한 뒤 심혈관질환의 주요 원인인 죽상동맥경화증과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442명 중 폐경 전 여성 209명은 허리·엉덩이둘레비율, 체질량지수, 허리둘레 등 3가지 수치가 모두 동맥경화도와 비례했다. 반면 폐경 후 여성 233명은 허리·엉덩이둘레 비율만이 동맥경화와 상관관계를 보였다.
또 폐경 후 여성은 체질량지수가 정상이더라도 허리·엉덩이둘레비율(WHR)이 높을 경우 경동맥내중막두께(CIMT)가 두꺼운 것으로 나타났다. 경동맥내중막두께(CIMT)는 죽상동맥경화증 위험을 알리는 지표로 혈관벽의 두께를 나타낸다.
죽상동맥경화증은 노폐물이 쌓여 동맥혈관벽이 두꺼워지고 좁아지는 질환이다. 좁아진 혈관은 심장이나 뇌에 필요한 산소 및 영양분의 공급을 차단한다. 혈관이 아예 막히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 중증질환이 발생하게 된다.
류 교수는 “폐경 후 기초대사율이 감소하고 여성호르몬 분비가 줄면 복부 내장지방이 급격히 늘게 되고 반대로 둔부·대퇴부 피하지방은 감소한다”며 “이번 연구결과 단순 체질량지수보다 허리·엉덩이둘레 비율이 정확하게 폐경 여성의 죽상동맥경화증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허리·엉덩이둘레 비율은 쉽게 측정할 수 있으므로 이 수치가 높은 폐경 후 여성은 심·뇌혈관질환 위험요인을 적극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