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노인에서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위험을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예측인자가 국내 의료진에 의해 발견됐다. 임현국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정상인 노인도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 침착되면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네트워크 협력체계가 파괴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11일 밝혔다.
임 교수팀과 미국 피츠버그대 의대 알츠하이머 연구팀은 인지기능이 정상인 노인 56명을 대상으로 아밀로이드 단백질 침착 여부와 뇌기능 신경망의 상태를 측정 및 분석했다.
아밀로이드단백질은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으로 꼽히는 물질로 선행 연구결과 기억력과 연관된 뇌의 디폴트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의 연결성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다른 뇌 신경망 네트워크, 특히 집중력과 수행능력과 연관된 중앙집행기능 네트워크(Central executive network, CEN)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이번 연구는 아밀로이드가 쌓일수록 정상적인 인지기능 수행에 필요한 디폴트모드 네트워크와 중앙집중기능 네트워크 사이의 협력체계가 깨진다는 사실을 인지기능에 문제가 없는 정상 노인을 대상으로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이는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인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이 없더라도 아밀로이드 단백질 침착 정도와 뇌신경망 연결 상태에 따라 치매 위험과 발병 시기를 예측하고 원인을 제거해 치매를 예방 및 차단하는 데 도움될 것으로 기대된다.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증상 악화를 막아주는 치료제 개발이 잇달아 실패하고 있다. 아밀로이드백신은 치매가 이미 진행된 환자에서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조기 진단 및 치료를 통해 발병 자체를 막는 게 중요하다.
임 교수는 “현재 인지기능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정상 노인도 치매라는 시한폭탄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며 “자기공명영상(MRI)을 이용한 신경망연결성 예측시스템, 아밀로이드 양전자단층촬영(PET) 등은 알츠하이머 치매를 미리 확인하는 데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발병 전 미리 적절한 약물을 사용하거나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제거하면 발병을 최대한 늦추거나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신경과학학술지 ‘뇌(BRAIN, IF=10.226)’ 지난해 12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