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를 맞아 40~50대 중·장년층도 ‘꽃중년’을 꿈꾸며 외모가꾸기에 여념이 없다. 이런 그들에게 예상치 못한 걸림돌이 되는 게 난청이다.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며 난청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 결과 난청 진료인원은 2008년 22만2000명에서 2013년 28만 2000명으로 연평균 4.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난청으로 잘 듣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가족이나 친구와 의사소통이 어려워지면 심한 정서적 단절감을 느끼게 되고 우울증, 스트레스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는 귀가 먹었다’고 표현되는 난청은 달팽이관 속 유모세포와 청신경의 퇴행성 변화로 청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60세 이상에서 30~40%, 70세 이상에서 50~60%로 유병률이 높은 편이다. 보통 청력은 55세 이후부터 10년마다 9㏈씩 감소한다.
최근엔 이어폰 사용의 증가로 소음성 난청을 겪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2년 소음성 난청으로 병원을 찾은 20~30대는 1528명으로 전년보다 10% 늘었다.
귀는 외이도(귓구멍), 고막, 중이강, 달팽이관, 청각신경 등으로 이뤄진다. 외부의 소리가 귓구멍으로 들어와 고막을 진동시키고, 이 진동이 중이강내 이소골(귀의 작은 뼈)을 통해 달팽이관에 전달되는 과정을 거쳐 소리가 들리게 된다. 고막으로 들어온 소리 진동은 대부분 달팽이관으로 전달되지만 일부는 반사돼 다시 외부로 빠져 나간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 소리가 외부로 빠져 나가지 못하고 오히려 증폭돼 달팽이관으로 향해 청각기관이 손상될 수 있다.
난청은 유전적 요인을 갖고 있거나 기계음 등 소음에 오래 노출됐던 사람에서 잘 나타난다. 아스피린, 아미노글리코사이드 계열 항생제, 이뇨제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흡연, 음주, 고지혈증도 청력에 악영향을 준다. 사회활동이 활발한 남성이 여성보다 난청 환자가 많다.
난청이 오면 ‘밥’과 ‘밤’ 또는 ‘스’나 ‘츠’ 등 비슷한 소리를 구별하기 어렵고, 음정이 높은 아이와 여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게 된다. 최재영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ㅊ, ㅋ, ㅌ, ㅍ 등 거센소리 자음의 주파수는 약 3000㎐ 정도로 보통 청력 감소는 고주파수 소리부터 시작된다”며 “청각기관 퇴행 등 이유로 난청이 오면 일반적인 자음 주파수인 1000㎐에서도 청력이 감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귀에서 ‘삐’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이명이 동반돼 소리가 더 안 들리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신생아는 생후 3개월 이내에 청각선별검사를 통해 청력에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 여부를 진단받는 게 바람직하다. 유전 및 태아감염 등 다양한 원인들로 신생아 1000명 중 1~3명은 난청을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이다. 신생아 난청은 재활훈련이 늦어지면 소리자극에 대한 반응은 물론 언어학습을 통한 지능발달에 문제가 생겨 장애 정도가 악화된다. 아기가 큰 소리에 반응하지 않거나 불러도 눈을 맞추지 않는다면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유전적 요인이 작용한 경우 신생아 때 별문제가 없더라도 성장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어 생후 1년이 지난 뒤 다시 한 번 청력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40세 이후는 타고난 체질과 건강이 유지되는 시기를 넘어서면서 노화가 시작되는 단계다. 40대 이상 성인 4%가 청각장애를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청력의 노화 속도는 나이들수록 점점 가속화된다. 난청이 진행 중이어도 자신이 난청인지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다.
건강보험공단에서 2년마다 실시하는 건강검진의 청력검사는 약식이다. 약 25~30㏈의 한 가지 주파수 소리만 들려주고, 들리면 ‘정상’, 들리지 않으면 ‘비정상’으로만 선별하는 방식이다. 중년기에 접어드는 시기엔 정밀한 청력검사를 통해 자신의 청각기능을 정확히 점검하고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60대가 넘어가면 신체기능이 저하되고 치매, 관절염 등 퇴행성질환의 위험이 더욱 증가하게 된다. 난청은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생애전환기 건강검진 항목에도 포함된 만큼 유병률이 높은 질환이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 연구 결과 난청이 심한 노인일수록 치매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0대 이상 노인에서 발생한 치매의 경우 3분의 1 정도가 난청과 밀접한 관계를 보였다.
또 요즘처럼 날씨가 추울 땐 감기에 걸린 뒤 돌발성 난청이 올 수 있다. 특별한 원인 없이 갑자기 난청, 귀울림, 어지럼증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다. 증상이 심할 땐 귀가 막힌 느낌이 들면서 이명이 나타나고, 현기증으로 인한 구역질이 동반되기도 한다. 대부분 한쪽 귀에서만 나타나지만, 양쪽에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바이러스가 청각신경을 침범하거나, 감각신경에 혈액을 공급하는 종말동맥의 혈행장애가 생겨 발병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간혹 메니에르병이나 유전 혹은 면역 이상으로 인한 난청과 혼동이 될 수 있으므로 임상 경험이 많은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난청을 예방하려면 이어폰은 30~40분 사용한 뒤 10분 정도 쉬는 게 좋다. 또 이어폰보다는 머리에 둘러쓰는 헤드폰이 차라리 낫다.
식이요법도 중요하다. 견과류와 굴·참깨·달걀노른자·치즈 등에 다량 함유된 아연 성분을 많이 섭취하면 귀 건강에 도움된다. 엽산 함유량이 많은 브로콜리, 시금치, 간, 삶은 달걀, 아보카도도 자주 섭취하는 게 좋다.
비타민C가 노인성 난청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최재영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팀의 연구결과 비타민C 섭취가 많을수록 청력이 좋았으며, 대화에 주로 사용되는 2000~3000㎐ 주파수 영역에서 이같은 상관관계가 뚜렷했다. 비타민A의 한 종류인 레티놀, 비타민B군 일종인 리보플라빈·나이아신 등도 섭취량이 증가할수록 가장 작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한계인 청각역치가 높게 나타났다. 귀가 간지럽다고 면봉으로 자주 후비면 내부에 상처를 입혀 난청을 유발할 수 있다.
최 교수는 “난청은 삶의 질 저하, 사회적 비용 증가 등을 유발하지만 뚜렷한 원인이나 완벽한 치료법이 아직 제시되지 않고 있다”며 “비타민C의 적절한 섭취와 건강한 식습관은 난청 예방에 도움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가장 대중적인 치료법은 ‘보청기’ 착용이다. 보청기는 주로 외이도(귓구멍)에 장착하는 형태로 사용되고, 외부 소리를 증폭시켜서 전달해주는 원리로 작동한다. 사용법이 간단하고 착용이 쉬운 게 장점이다. 하지만 외이도를 폐쇄하기 때문에 ‘음 되울림 현상’이나 ‘폐쇄 현상’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주기적으로 배터리를 교체해야 한다.
보청기는 반드시 개인 맞춤형을 착용해야 한다. 난청은 증상 정도에 따라 경도·중등도·중등고도·고도 4종류로 나뉘고 같은 노인성 난청이라도 사람마다 증상이 다르다. 잡음이나 울림 소리에 유독 민감한 사람, 소리는 잘 듣는데 어느 방향에서 나는 소리인지 잘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 등 여러 유형이 있다.
이같은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보청기를 사용할 경우 불필요한 소리가 크게 들리거나 음 되울림 현상으로 두통 및 어지러움이 생기기 쉽다. 이 때문에 보청기를 맞출 때에는 소음이 있는 곳에서 문장을 얼마나 잘 알아들을 수 있는지 확인하는 ‘소음하 문장인지도 검사’나 ‘소음 울림 예민도검사’를 받아야 한다.
보청기 효과를 높이는 착용 습관도 숙지해두는 게 좋다. 소리가 나는 곳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상대방이 말을 할 때 잘 들리는 단어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문맥을 파악하는 습관을 들여야 착용 효과가 높아진다. 3~6개월에 한 번씩 청력검사는 필수다.
질환 초기부터 보청기를 착용해야 증상 악화를 막을 수 있다. 귀의 청각장애를 방치하면 머리의 청각장애도 빨리 진행되기 때문이다. 청각은 소리의 진동이 귓속의 청각세포까지 전달되는 ‘귀의 청각’과 청각세포에서 청신경을 통해 대뇌에 소리를 전달하는 ‘머리의 청각’으로 나뉜다. 전자는 주변의 소리를 듣고, 후자는 집중해야 할 소리를 고르거나 소리가 나는 위치를 인지한다.
보청기는 착용 직후부터 소리가 잘 들리게 해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이는 뇌의 신경가성(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 때문이다. 뇌가 새로운 소리에 순응하려면 시간이 몇 개월 정도 걸린다. 따라서 착용 초기에 귀가 먹먹한 느낌이 들거나 크게 들리는 말소리가 구별이 금방 되지 않는 등의 현상이 나타난다는 이유로 보청기를 빼서는 안 된다.
처음 1주일은 TV와 라디오를 끄고 실내를 조용하게 한 상태에서 하루 2~3시간 정도 착용하다가 점차 착용 시간을 연장해야 한다. 보청기를 착용한 뒤 일상적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등 달라진 점을 꼼꼼히 기록해 보청기 관리자에게 알리는 것도 착용 효과를 높이는 데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의 보청기 사용률은 낮은 편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과 대한청각학회 공동연구 결과 국내 난청 환자 중 보청기를 사용하는 비율은 7.5%에 불과했다. 이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이 25% 이상의 보청기 착용률을 나타낸 것과 대조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청기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제품들은 거의 100만원 이상으로 비싸 환자들의 부담이 크다”며 “보청기 시장 대부분을 외국계 회사가 점유하고 있고, 여기에 중간 도매상과 소매상들이 유통 과정에서 이윤을 챙기는 경우가 많아 보청기 가격이 높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보청기 시장규모는 약 2254억원 규모로 이중 외국계 기업이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아직 국내 보청기 기술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최근엔 보청기의 대안으로 ‘중이임플란트’가 시행되고 있다. 중이는 귀를 세 부분으로 나누었을 때 고막에서부터 달팽이관까지 포함하는 부위다. 중이 임플란트는 이 부위에 임플란트를 삽입, 귓속뼈과 내이를 통해 소리를 증폭시켜 난청을 치료한다.
2011년에 국내에 처음 도입된 이 시술법은 기존 보청기의 여러가지 문제와 불편 요소들을 해소할 수 있고, 자신의 목소리도 또렷하게 들을 수 있는 장점과 함께 미용적인 면에서도 우수하다.
하지만 난청의 원인과 양상, 청세포 분포 형태가 다양해 중이임플란트를 받아도 충분한 치료효과를 얻지 못하는 환자가 종종 있다.
소리는 ‘진동수(헤르츠 Hz)’에 따라 저주파, 중주파, 고주파 대역이 구분된다. 이 중 중이임플란트 청각재활술로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경우는 고주파 영역대로 갈수록 청력이 떨어지는 중·고주파 영역 난청이면서 상태가 악화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는 비진행성인 환자다.
이런 상황에서 최병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팀은 유전자변이 검사가 수술에 적합한 환자인지를 구분하고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데 도움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유전자변이 검사를 통해 한국인에서 많은 비진행성 난청 유발인자인 ‘TECTA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되면 이식술에 적합한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이들에게 중이임플란트 시술을 실시하자 수술결과가 향상됐다.
최 교수는 “유전자변이 검사는 난청 원인과 진행 양상을 정확히 예측함으로써 중이임플란트 대상 환자를 선별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환자들이 중이임플란트 시술을 선택하면서 가졌던 불안감을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돌발성 난청 환자에게는 스테로이드를 사용한다. 대부분 5일에서 1주일 정도 스테로이드 고용량 요법을 유지하고 이후 용량을 줄여가며 약을 끊게 된다. 초기 경구 스테로이드로 효과를 보지 못할 땐 고막을 통한 스테로이드주입술을 시행한다. 이 치료법은 국소마취 후 주사바늘을 고막에 삽입해 스테로이드를 고막 안쪽 공간인 중이강에 주입한다. 전신적인 부작용을 피할 수 있고 간단하게 주입할 수 있어 자주 시행된다. 보통 2~7주 간격으로 4~8회 정도 시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