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08~2013년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 ‘폭식증’(Bulimia nervosa) 전체 진료인원은 2008년 1501명에서 2013년 1796명으로 연평균 3.7% 증가했다고 8일 밝혔다.
끼니를 걸러 배가 많이 고픈 상태에서 몰아먹는 것을 흔히 과식이라고 한다. 폭식은 2시간 등 일정 시간 안에 다른 사람들이 먹는 것에 비해 뚜렷하게 많은 음식을 먹으면서 이를 조절하지 않는 느낌이 드는 상황을 정의한다.
폭식증을 겪는 사람은 폭식 후 체중이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구토하거나 설사약 등을 활용하거나, 지나친 운동을 하는 등 부적절한 보상행동을 하게 된다. 이같은 행동이 3개월 동안 평균 1주에 2회 이상 나타나면 폭식증으로 볼 수 있다. 구토가 반복되면 역류성 식도염을 동반하거나 치아손상을 유발할 수 있고, 설사제 등 약물을 남용하면 전해질 불균형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폭식증 환자의 대표적 특징으로는 △음식에 대한 조절이 어렵고 △충동조절장애를 동반하며 △반복적인 폭식 및 이에 수반되는 보상행동을 하며 △체중증가에 대한 공포가 극심하고 △폭식 후 우울감, 죄책감을 느끼며 △몰래 음식을 먹거나 매우 빨리 먹고 △자기평가가 체중에 좌우되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성별 폭식증 진료인원은 2013년 기준으로 남성이 112명, 여성이 1684명을 기록해 여성이 남성에 비해 15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 진료인원을 살펴보면 2013년 기준으로 20~30대가 진료인원의 70.6%를 차지하고 있었다. 여성은 20~30대가 진료인원의 71.0%를, 이 중 20대가 44.9%의 비율로 과반수에 가까웠다. 남성은 진료인원이 많지 않지만 여성과 마찬가지로 20~30대가 65.2%를 차지했다.
이선구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선구 교수는 “20대 여성은 이제 막 경쟁사회에 뛰어든 사회초년병으로 취업에 대한 고민이 심하고, 결혼 등 인생 중대사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라며 “미모와 날씬함을 강요하는 사회분위기로 성형, 무리한 다이어트 등 체중이나 체형에 대한 스트레스를 가장 크게 받는 만큼 진료인원 중 20대 여성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이어 “10대 중반 무렵 거식증으로 발생한 섭식장애 환자가 폭식증으로 전환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폭식증 환자는 자신의 체중과 체형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증상을 반복적으로 겪는다. 이같은 증상의 원인은 크게 심리적·생물학적·사회적 문제로 나뉜다. 심리적으로는 낮은 자존감 및 자신감 부족, 자신에 대한 불확실한 문제를 음식과 체중이라는 외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게 원인이다.
생물학적으로는 시상하부-뇌하수체축의 이상, 세로토닌·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의 기능적 이상, 렙틴·그렐린 등 호르몬 이상이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사회적 분위기’다. 날씬함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가 이같은 증상에 영향을 준다. 이 교수는 “거식증과 폭식증은 서로 바뀔 수 있는 식이장애로 서로 다른 장애가 아니다”며 “예컨대 거식증으로 음식을 제한하다가 한계에 다다르면 폭식하고 구토하는 폭식증으로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폭식증은 기본적으로 외래 치료를 시행한다. 이선구 교수는 “다만 폭식을 조절하지 못하고 약물을 남용하거나, 잦은 구토 및 자살사고 등으로 전해질 불균형 등 내과적 문제가 함께 나타나면 입원치료하기도 한다”며 “이런 경우 자신의 신체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교정하기 위한 행동인지적요법과 항우울제 등을 포함한 약물치료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폭식 관련 환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2008~2013년 폭식증 관련 건강보험 진료비 추이를 살펴보면 2013년 전체 진료비는 2008년 4억3000만원에서 30.3% 증가한 5억6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진료형태별로 살펴보면 2013년 기준 입원 진료가 전체 진료비의 30.3%로 가장 많았고, 이어 외래가 56.7%로 나타났으며, 약국 조제료 등은 전체 진료비의 13.0%를 차지했다.
이 교수는 “폭식증을 예방하려면 자존감을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며 “체중 변화에 예민하게 생각하지 말고 건강한 식습관을 형성하는 게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하루 세 번, 균형 잡힌 식단을 다른 사람과 같이 오픈된 장소에서 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