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을 예방하려면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유행 시기 전에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 게 권장된다.
지난 22일 질병관리본부가 올 겨울 첫 독감주의보를 발령했다. 독감주의보는 1000명당 12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할 때 내려진다. 이번에 국내서 유행중인 독감 바이러스는 인플루엔자 A형 변종이다.
은행원 김모 씨(36·여)는 올 겨울 날씨변화가 크다보니 결국 감기에 걸렸다. 5살난 아들이 있는 그는 혹시라도 아이에게 감기가 옮을까봐 병원을 찾았다. 김 씨는 “얼마 전 가족 모두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는데 왜 감기에 걸렸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독감을 ‘독한 감기’ 정도로 여긴다. 감기와 독감 모두 호흡기에 생기는 바이러스성 질환이고, 일부 증상이 비슷하지만 질병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 자체는 완전히 다르다.
감기, 주로 ‘라이노바이러스’에 의해 발생 … 오랜 시간 심하면 ‘합병증’ 여부 확인해봐야
감기는 가장 흔한 감염성 질환으로 의학적 용어로는 ‘급성 비인두염’, ‘상기도염’이라고 부른다. 흔히 우리가 ‘코감기’ 혹은 ‘목감기’라고 부르는 경우다. 감기는 약 200여종의 바이러스와 세균이 원인이 될 수 있으나 ‘라이노바이러스’(Rhino virus)가 가장 흔해 감기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한다.
감기는 사계절 내내 걸릴 수 있으며 대개는 1주일 이내에 회복된다. 성인은 평균 1년에 3~4회, 소아는 5~8회 정도 감기에 걸릴 수 있다. 발생 빈도는 곧 노출 횟수에 비례한다. 자신은 물론 형이나 누나가 유아원·유치원에 다니는 경우 노출 기회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밖에 영양상태나 전신 건강상태가 나쁘거나, 알레르기 체질이 있거나, 면역결핍이 있는 경우엔 감기를 자주 앓거나 감기 후 합병증이 빈번하다.
나이가 어릴수록 심해서 3세 미만 소아는 초기에 열이 오르며 보채고, 코가 막혀서 숨쉬는 데 불편해하며, 간혹 구토나 설사가 동반되기도 한다. 조금 큰 어린이들은 코막힘 증상 이외에 오한, 근육통이 올 수 있다. 급성 증세는 2~4일 지나면 많이 사라지는데, 1주일 이상 심한 감기 증상이 지속되면 합병증으로 중이염, 부비동염(축농증), 기관지염, 폐렴 등이 생기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인플루엔자로 발생하는 ‘독감’ … 유행성, 심한 경우 전 인구 40%까지 감염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하는 전염병으로 일반적인 감기보다 증상이 훨씬 심하다. 전염성이 강해 단시일 내에 유행이 퍼지게 된다. 대개 전 인구의 10~20%가 감염되며 대유행시기에는 40%까지도 전염된다.
이승순 한림대 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독감의 임상적 증상은 일반 감기보다 심하게 나타나지만 아주 흡사해 환자들이 구분하기 어렵다”며 “성인에 비해 어린이는 면역력이 떨어지므로 증상이 더 악화되고 2차적으로 폐렴이나 모세기관지염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A·B·C 등 3가지 항원형이 있다. 유행성 독감은 대개 A·B형에 의해 발생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표면에 항원성을 지닌 돌기가 있는데, A·B형의 돌기에는 ‘헤마글루티닌’(H: hemagglutinins)과 ‘뉴라미니다제’(N: neuraminidase)가 포함돼 있다.
이같은 H·N의 항원성의 아형이 변하는 게 ‘대변이’다. 대변이는 약 10년 이상 간격을 두고 일어난다. ‘소변이’는 같은 아형의 범주 안에서 항원성이 약간씩 변하는 경우로 약 2~3년 주기로 일어난다.
A형 인플루엔자의 대유행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대변이’에 의해 일어나는데 이때 5~14세 소아의 감염율은 약 50% 정도이고, 소유행의 경우는 감염률이 약 15% 안팎이다. B형은 4~7년 주기로 유행한다. 또 바이러스 아형이 처음 발견된 장소에 따라 명명하는 만큼 ‘홍콩 독감’이나 ‘소련 독감’ 같은 이름이 붙게 된다. 온대 지방에서는 대개 겨울과 이른 봄에 유행한다.
독감 잠복기는 23일, 증상 발현 후 3~4일까지 전염성 가져
독감은 환자가 재채기를 하거나 기침했을 때 비말(작은 침방울)을 통해 직접적으로, 환자의 콧물·인두분비물에 오염된 물건을 통해 간접적으로도 전염될 수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 쉽게 나타나는 이유다.
전염 후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잠복기는 23일이며, 증상이 나타난 뒤 3~4일 후까지 전염성을 가진다. 한번 감염되면 항원성이 같은 독감 바이러스에는 면역이 생긴다. 그러나 항원성은 주기적으로 소변이와 대변이를 일으키므로 계속 다른 종류의 독감을 앓게 되는 것이다.
독감은 증상이 갑작스레 나타난다. 콧물이 나고, 목통증이 생기고, 결막이 충혈되며, 기침이 심해진다. 일반적으로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에 비해 발열이 심해 39도 이상의 고열이 나는 경우가 많다. 이밖에 근육통, 두통 등의 전신증상까지 심하게 나타난다. 2~4일 후 심한 열은 소실되지만 기침은 그 후에도 수주일 넘게 지속될 수 있다.
이때 환자의 인후 부위나 콧물, 가래 등의 분비물을 채취한 뒤 세포 배양을 통해 바이러스를 증명할 수 있다. 세포 배양은 진단에 약 2~6일이 소요된다. 쉽게 진단하려면 ‘면역형광항체법’으로 24시간 내에 결과를 알 수 있다, 이는 1시간 이내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심한 경우 크루우프(후두염), 세기관지염, 폐렴, 중이염 등 합병증이 유발될 수 있다. 소아는 라이증후군(Reye syndrome)이 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는 가벼운 감기나 설사 후 갑자기 의식이 소실되며 뇌의 압력이 올라가는 사망률이 높은 질환이다. 특히 인플루엔자에 감염되었을 때 아스피린을 사용하면 라이증후군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어린이에게 해열제로 아스피린을 쓰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예방주사, 바이러스 변이 잦아 매년 맞는 것 권장 … 4주 후 항체 최고치, 3~6개월간 지속
독감을 예방하려면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유행 시기 전에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 게 권장된다. 독감 바이러스는 균주가 바뀌는 ‘변이’가 자주 일어나므로 매해 주사를 맞는 게 좋다.
이승순 교수는 “독감 예방주사를 맞더라도 바로 면역이 생기는 게 아니고, 2주 이상 지나야 면역이 생기기 시작한다”며 “4주 후 항체가 최고치에 도달해 약 3~6개월 지속되므로 겨울 동안 면역력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접종시기는 9~10월”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접종시기를 놓쳤더라도 다음해 3~4월까지 유행할 수 있어 늦더라도 접종하는 게 좋다”며 “성인에서 약 90% 이상에서 항체가 형성되며 실제 독감의 예방 효과는 70~90% 정도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인은 약 60%에서 항체가 형성되며 예방효과는 30~60% 정도로 알려져 있다. 노인의 항체 형성 효과가 떨어지긴 하지만 중증 독감이나 2차감염인 폐렴으로 인한 사망률은 상당 부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드시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야 하는 경우는 △어린이 △65세 이상 고령자 △심질환자 △천식·만성 폐질환자 △당뇨병 등 만성 대사성질환자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는 혈액 및 신장질환자 △호흡근육이 약한 신경근육 계통 질병을 가진 사람 등과 인플루엔자 고위험군 환자의 가족들이다.
임신 중·후반기의 건강한 임산부는 임신하지 않은 여성보다 독감을 심하게 앓을 위험이 높다. 따라서 12~3월 독감 유행계절에 임신 중·후기 여성이라면 접종받는 것을 권장한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집단생활을 하거나 아이를 돌보는 어른들은 우선적으로 맞는 게 좋다.
접종 전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한 뒤 주사를 맞는 게 좋다. 열이 나거나 급성질환이 나타난 사람, 6개월 미만의 영아, 과거 독감 접종 후 6주 이내에 길리안바레증후군(Guilliain-Barre‘ syndrome) 증상을 보인 환자는 접종을 금한다.
이승순 교수는 “대개 접종 후 30분간 상태를 지켜보고 귀가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평소 계란 알레르기가 있으면 접종을 금하며 두드러기, 호흡기 증상, 쇼크 등 부작용이 나타났던 사람은 절대 맞아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