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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병원, 어쩌다 ‘계륵’ 됐나 … 들인 공에 비해 혜택은 ‘꽝’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1-16 08:55:32
  • 수정 2015-01-19 15: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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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간 로고 사용이 전부, 홍보 부족해 장점 몰라 … 非전문병원, ‘전문’ ‘특화’ 키워드 남용

한 유명 정형외과 네트워크병원 홈페이지. 전문병원이 아닌데도 관절전문, 척추전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2015년 시작과 함께 제2기 전문병원 명단이 발표되자 개원가에는 희비가 엇갈렸다. 신규 32곳을 포함한 111개 의료기관이 명단에 이름이 올렸지만 1기에 비해 까다로워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21곳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뉴고려병원, 우신향병원, 굿스파인병원, 신촌연세병원, 원광대 익산한방병원·전주한방병원, 상지대 한방병원, 소화아동병원 등이 전문병원 명단에서 제외됐다.

일각에서는 전문병원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문병원이 되기 위해 들인 공에 비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특히 미용·성형이나 척추·관절 분야의 경우 과열된 경쟁 속에 전문병원이 아닌 병원들까지 교묘하게 전문성을 내세우며 홍보하는 탓에 허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전문병원제도는 병원급 의료기관으로서 특정 질환이나 진료과목에 대해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하는 병원을 지정해 3년간 인증을 부여한다. 보건의료체계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사회적 요구 수용, 의료기관의 기능 재정립, 전문화·특성화를 통한 중소병원의 경쟁력 확보 등을 목표로 2011년 도입됐다.

규모가 작은 중소병원이 전문병원의 요건을 충족하기란 쉽지 않다. 시설, 인력, 의료기관 인증 등에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병원조차도 다른 병원보다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서 인증을 받았지만 가시적인 혜택이 없다는 이유로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정 기준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1기에 전문병원이었다가 2기엔 탈락한 한 병원 관계자는 “복지부 인증을 미리 획득하는 등 요구 조건을 모두 충족시킨 상태에서 신청서를 넣었는데 탈락해서 당황스럽다”며 “예상을 전혀 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난 1일자 조간신문에 결과가 발표됐고, 그날 아침 바로 ‘왜 전문병원 로고를 내리지 않느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 홈페이지 등은 바로 수정이 가능하지만 옥외 광고나 현수막 등은 철거 및 교체에 상당한 비용이 들고, 새 광고를 만들어도 대한의사협회의 재심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정형외과 관계자는 “이번에 신규 지정된 병원 중엔 개원한 지 이제 막 3년이 된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렇게 짧은 시간에 전문병원 지정에 필요한 요건을 갖췄을 지 의문”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문병원으로 지정받은 병원들도 고민이 많다. 투자한 비용과 시간에 비해 혜택이 터무니없이 적기 때문이다. 1기에 이어 2기에도 지정된 전문병원 관계자는 “3년간 전문병원 로고를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점을 제외하고는 혜택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하지만 갈수록 심해지는 개원가의 경쟁 구도 속에서 전문병원 지정을 포기할수도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이어 “정부의 홍보 부족으로 일반 환자들은 전문병원과 일반 병원의 차이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병원 차원에서 연예인을 모델로 포스터를 제작하는 등 전문병원 홍보에 힘쓰고 있지만 대중에게 각인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전문병원이 아닌 병원들이 어부지리로 혜택을 보는 것도 이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게 만드는 이유다. 현행법상 전문병원으로 지정받지 못한 병원들은 ‘전문’ 또는 ‘전문병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 등 행청처분을 받게 돼 있다.
하지만 개원가의 경우 예전부터 ‘전문’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게 관례여서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 정형외과 관계자는 “2011년 제도 시행 전까지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을 제외한 개원가는 너도나도 광고에 전문병원이라는 용어를 써왔기 때문에 이제 와서 개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된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자 정부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 비전문병원이 전문병원이라는 키워드로 검색되지 않도록 조치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블로그나 카페에서는 여전히 많은 병원들이 ‘전문’ 키워드를 불법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실제로 한 포털사이트에서 전문병원을 검색하자 블로그와 카페 카테고리엔 코골이·모발이식·사각턱·눈성형 전문병원 같은 검색 결과가 줄줄이 나왔다. 하지만 실제 복지부가 지정하는 전문 진료과목엔 이런 분야가 존재하지도 않는다.

경쟁이 치열한 관절·척추 분야도 전문병원을 검색하면 무릎 전문병원, 인공관절 전문병원 등을 표방하는 병원 블로그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마치 개인이 운영하는 것처럼 보이는 블로그와 카페는 대부분 병원의 의뢰를 받은 바이럴마케팅(viral marketing) 전문업체가 만든 것으로 치료법, 상담 사례, 치료 후기 등 정보를 네티즌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하면서 전문성을 강조한다. 전문이라는 단어를 쓰기가 꺼림직한지 관절척추 ‘특화’병원으로 말을 살짝 바꾼 곳도 있었다.

어떤 병원은 메인 홈페이지에 전문이라는 키워드를 자연스럽게 노출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예컨대 한 유명 정형외과 네트워크병원은 전문병원이 아닌데도 메인 홈페이지에 관절전문, 척추전문이라고 표기해 혼란을 줬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전문병원과 일반 병원의 차이를 아직 잘 모르기 때문에 전문이라는 단어를 아무 의심없이 받아들이기 쉽다.

최근엔 고 신해철 씨의 위밴드수술을 집도한 것으로 알려진 스카이병원이 전문병원으로 잘못 알려지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물론 이 병원이 직접 전문병원으로 홍보한 것은 아니지만 언론 보도과정에서 ‘위밴드 전문병원’으로 소개됐다.

전문병원협의회 관계자는 “비지정병원이 전문병원으로 알려지면 피해는 모두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불법 광고와 잘못된 언론보도로 인해 전문병원의 이미지가 훼손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2기 전문병원들은 정부가 요구하는 시설, 장비, 인력을 갖췄고 객관적인 질 평가를 통해 우수성을 입증했다”며 “이들이 허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정부가 합리적인 보상체계를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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