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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 등록했더니 트레이너 연애상담만 … 내가 받는 PT, 괜찮은 걸까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5-01-15 12:25:15
  • 수정 2016-02-12 12:4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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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T회원 교육시간에 한눈팔고 … 일반회원에겐 과도한 영업·무례한 ‘갑질’

‘PT좀 받아봤다’는 사람들은 초보든 베테랑이든 트레이너에게 바라는 점은 ‘PT받는 시간만이라도 고객에게 집중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직장인 정모 씨(27·여)는 본격적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해보려고 지난해 6월 PT(퍼스널트레이닝)스튜디오에 등록했다가 2주만에 그만뒀다. 트레이너는 누구나 다 알 만한 다이어트 지식을 늘어놓으며 상담한 시간을 1회로 쳤다. 그는 요즘 ‘이때 미리 눈치채고 관뒀어야 했다’고 후회한다. 자신이 도착하면 운동준비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 개인 PC로 온라인게임을 하며 ‘이 판만 끝나고 시작하죠’라고 말했다. 스케줄을 잡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직장인이라 운영 시작시간인 7시쯤 나오고 싶다고 말했지만, ‘그때는 내가 잠이 많아서 나오기 힘들 것 같다’는 말이 돌아왔다.

무엇보다도 1대1로 운동하는 만큼 고객에게 신경써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운동하는 내내 트레이너의 힘겨운 ‘연애사’를 들어줘야 했다. 한번은 센터를 찾아갔더니 트레이너가 안 보이기에 ‘예비군 갔는데, 몰랐어요?’라는 답을 듣고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

정 씨는 참다참다 ‘앞으로 운동 못할 것 같다’며 그만뒀다. 그는 “철없던 고교시절 엄마가 수능을 앞두고 개인과외를 붙여줬을 때 공부하는 게 싫어 과외선생님과 잡담만 한 걸 엄마가 속상해하던 게 이런 기분이었을 것 같다”며 “그 트레이너에겐 시간당 8만원이 별 것 아니었나보다”고 말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지난 14일 세간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장래성 있는 ‘5대 유망직종’을 선정했다. 선정된 직종으로는 △방사능 의료기술자 △의료장비 수리전문가 △인터넷 보안전문가 △보건·웰빙 교육전문가 △상담 심리치료사 등 주로 보건·웰빙·정보기술(IT) 등의 분야다.

이 가운데 ‘보건·웰빙 교육전문가’는 이미 국내서 인기 직종 중 하나로 꼽히는 추세다. 아무래도 아름다운 외모·건강한 체력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고 이를 위한 자기관리가 당연시되면서 번화가에는 블록마다 PT숍이나 피트니스센터가 입점해 있다.

자신의 직업에 대한 전문성과 프라이드를 갖춘 사람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젊고 ‘얼굴·몸매 좀 된다’는 남성 중에서는 ‘빡세게 돈 벌수 있는 기회’로 여기는 사람이 다수다. 전문성 없이 외모를 무기로 일을 하는 태도에서 문제가 시작될 수 있다. 손님을 ‘캐시카우’(cash cow)로 보면서 나타나는 커뮤니케이션 문제, 운동과정에서 느껴지는 불만족, 응급상황에 대한 미숙한 대처능력 등 결과적으론 고객이 모든 불만을 고스란히 받아야 한다.

PT스튜디오나 헬스클럽 등 체력단련시설을 운영하려면 헬스장 관장이나 트레이너 중 한명이 보디빌딩 스포츠지도사2급(구 생활체육지도자 3급) 이상 자격증을 소지해야 한다고 담당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명시하고 있다. 스포츠센터에서 근무하려면 유일한 국가공인자격증인 스포츠지도사2급 이상을 취득해야 나중에 만일 고객과의 법적 소송 다툼이 벌어질 때 문제거리가 될 소지가 줄어든다. 이 자격시험은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체력단련시설의 규모에 따라 300㎡ 이하엔 1명, 그 이상에는 2명 이상을 고용해야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트레이너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생활체육지도자(속칭 생체) 3급’ 조차 따지 않고 일하는 체육시설 종사자가 많다. 이 중에는 헬스클럽 회원으로 시작해서 관장의 눈에 띄어 문하생처럼 일을 시작하거나, 피트니스센터의 유명세를 높이기 위해 영입한 잘생긴 ‘훈남’이 상당수다. 

꼭 자격증을 갖춰야 유능한 트레이너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고객이 갖는 불만은 트레이너 개인의 인성이나 가치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생활체육 관련 사단법인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돈만 주면’ 자격증을 얻을 수 있는 곳도 적잖다.

‘PT좀 받아봤다’는 사람들은 초보든 베테랑이든 트레이너에게 바라는 점은 ‘PT받는 시간만이라도 고객에게 집중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비용을 지불하는 입장에선 어쩔 수 없다.

너무 경력이 많아 ‘나만이 옳다’는 트레이너도 피하고 싶은 게 고객의 의중이다. 고객이 원하는 대로가 아닌 자신의 미적 기준을 강요하는 경우도 많아서다. 그들은 “회원님이 말하는 건 무조건 틀렸어요”라는 전제로 불편하게 만든다. 이와 반대로 틀린 자세나 훈련법을 제대로 잡아주지 않고 설렁설렁 운동하게 방치하는 트레이너도 문제다. 이럴 바엔 동네 친구들과 운동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좋은 트레이너를 만나려면 일단 트레이너로부터 시범수업을 받는 게 제일 좋고, 어렵다면 트레이너의 PT 수업을 참관 또는 관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특히 전문지식이 부족한 트레이너는 건강상태에 큰 문제를 입힐 우려가 높다. 예비신부 이모 씨(28)는 결혼을 앞두고 웨딩드레스를 예쁘게 입기 위해 PT를 시작했다. 트레이너의 무리한 운동 요구에 ‘조금 쉬고 싶다’고 얘기했지만, ‘살 빼려면 무조건 내가 시키는대로 따르라’는 말에 결국 헬스장 엘리베이터 앞에서 실신했다. CPR을 배웠다는 트레이너는 어쩌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지만 이후 트레이너의 자질이 의심돼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게다가 그 트레이너는 무릎이 안좋다는데도 굳이 스쿼트(squat)를 강요해 이 씨의 무릎 상태를 악화시켰다.

최근 ‘갑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은 가운데 대형 피트니스센터에서도 알게 모르게 이런 계급관계가 형성된다고 한다. 갑중의 갑은 ‘PT회원’이요, 그 다음은 ‘트레이너’, 마지막은 ‘일반회원’이란 푸념이다.  

아무래도 트레이너들은 수입이 대부분이 PT회원으로부터 나오는 만큼 이들에게 신경써줄 수밖에 없다. PT가 성행하면서 일반회원은 운동법을 몰라도 ‘감히’ 트레이너에게 물어보기 어려운 분위기다. 일부 트레이너가 PT회원에게도 ‘막가파’처럼 행동하는데 일반회원에겐 오죽할까.

여대생 송모 씨(24)는 “최근 혼자 메디신볼로 운동하고 있는데 옆에서 PT 수업하던 트레이너가 ‘미안한데 수업 중인데 당신에 쓰는 그 기구가 지금 꼭 필요하다’며 다짜고짜 가져갔다”며 “수업이라 해도 내가 먼저 갖고 와서 운동하는 걸 굳이 가져간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어 “PT를 받으라고 영업하기에 필요 없다고 했더니 혼자 운동하는 것을 볼 때마다 ‘오 여전히 마이웨이?’ 라는 등 비꼬는 듯한 반말을 하며 지나갔다”며 “아무래도 PT를 받지 않아서 심술을 부리는 건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트레이너는 커미션(인센티브) 수입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교육하는 수강생 수에 따라 월급이 천차만별이다. 가끔 과도한 영업으로 회원들을 불편하게 하는 경우가 적잖다. 돈이 없다고 말해도 카드를 긁거나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라고 종용하거나, 젊은데 이런 몸매(?)로 계속 살거냐고 비꼬거나, 혼자 해서는 효과가 없다는 식으로 귀찮게 하는 트레이너가 적잖다. 

송 씨는 “학생이라 큰 돈이 없고, 시간당 페이가 너무 비싸 부모님에게 쉽게 말하지 못하는 걸 왜 이해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며 “굳이 안 하겠다는데 매일 운동하는 데 옆에서 ‘이렇게 하는 것 아니다, 내가 가르쳐주겠다’는 식으로 얘기하면 운동할 맛이 뚝 떨어지고 기분만 나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말하면 넘어갈 수강생이 없을 것”이라며 “차라리 설득력 있게 말하는 영업적 언어구사를 익혀오는 게 낫겠다”고 꼬집었다.

트레이너는 피트니스 센터의 꽃으로 불린다. 운동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회원들이 건강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최근엔 PT 서비스의 질이 ‘하향평준화’되고 있다는 쓴소리도 적잖다. 좋은 트레이너들도 이같은 편견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비싼 돈을 주고 퍼스널트레이닝을 받으려는 데에는 분명 목적과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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