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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연예인 성형에 혹한 ‘요우커’ … 잇단 성형사고에 ‘큰손’ 떠날라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5-01-12 18:41:14
  • 수정 2015-01-14 18:2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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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가지 요금·섀도닥터, “우리도 다 알아요” … 최근 대만으로 발길 돌리는 사람 부쩍 늘어

번화가 거리에서 갈색으로 물들인 머리에, 코까지 덮는 큰 마스크를 쓰고,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다닌다 싶으면 의료관광을 하러 온 중국인 여성일 확률이 높다. ‘요우커’(游客, 중국인 관광객)가 국내 성형외과의 주요 고객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2013년 한국에서 진료받은 외국인 환자 중 중국인이 26.5%(5만6000여명)를 차지해이 가장 높았다. 이들이 2013년 한해 사용한 의료비만 1000억원이 넘는다.

이들 중국 관광객의 40%는 성형외과·피부과를 찾는다. 중국 성형관광객은 2009년 791명에서 2011년 5875명으로 급증했다. 2013년엔 1만5000~2만명 규모로 성장했다는 게 업계 추산이다.

‘의료관광은 이제 한물 갔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붐은 쉽사리 사그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중앙방송(CCTV)의 소비자 고발프로그램 ‘매주질량보고’는 중국 소비자협회의 2012년 통계를 인용하며 “매년 보고되는 중국내 성형 부작용 사례만 평균 2만건”이라며 “지난 10년간 성형수술로 얼굴을 잃어버린 사람은 무려 20만명”이라고 보도했다.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미용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이를 수용할 만한 의료시스템과 노하우를 갖춘 병원은 많지 않아서다. 반면 한국의 성형기술은 ‘월드클래스’로 인정받는 수준이니 돈 많은 중국인들이 쇼핑, 관광, 성형을 한번에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칠 리 없다.

서울 강남의 모 성형외과 A모 중국 의료관광 담당자는 “실제로 의료관광을 결심한 사람 중 중국에서 성형수술을 받은 뒤 얼굴을 망쳐 한국에서 재수술받으려는 케이스가 많다”며 “옛날엔 성형에 대한 반감이 컸지만 최근엔 자신의 경제력이나 능력을 과시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자리잡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중국엔 한국내 성형수술 전반을 파악할 수 있는 사이트가 의외로 많다. 마치 인터넷 쇼핑을 하듯 견적, 전후사진, 관광·숙박·항공료까지 모두 포함된 견적서를 보고 희망하는 시술을 골라담는다. 이후 브로커와 미팅을 한 뒤 세세한 부분까지 결정,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한국에서는 의료법 때문에 미성년자가 보기 어려운 가슴·힙업 성형 등의 전·후 사진도 그대로 노출된다.

중국 포털사이트·SNS에선 ‘한국에서 미인이 되자’는 성형 광고가 넘쳐난다. 나이를 불문 성형관광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A씨는 “한국인보다 성형을 받으려는 스케일이 크다”며 “나이를 불문하고 늘씬한 몸매를 선망해 지방흡입 등 전신성형의 선호도가 높다”며 “하지만 가슴성형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눈·코 등 가벼운 성형은 젊은층에서 많이 시행하며, 최근엔 리프팅·안면윤곽술 등 ‘작은 얼굴’을 만드려는 사람이 흔하다”고 덧붙였다.

중국 성형관광객이 ‘굳이’ 한국을 선호하게 된 것은 한국 드라마의 영향이 크다. 채림, 장나라, 이정현 등 직접 본토에서 활동하는 연예인뿐만 아니라 송혜교·전지현 등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의 미모를 동경하게 된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들처럼 똑같이 생기고 싶다는 것은 아니고, 풍문으로 들려오는 ‘저렇게 예쁜 연예인들도 성형한 것’이라는 말에 한국의 성형기술력에 감탄, 비행기 티켓을 끊는다.

예컨대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에서 ‘한국 성형’이라고 검색하면 국내 연예인의 과거사진이 쫙 나온다. 배우 고현정·송윤아·하지원·한채영·서우·유인나, 가수 채연·박지윤·보아·남규리·소녀시대 윤아 등의 ‘비포 애프터’라고 주장하는 사진을 줄줄이 늘어놨다. 당사자라면 숨기고 싶은 정도의 사진이 대부분이다. 심지어는 너무 오래돼 한국에서 거의 나오지도 않는 사진까지 속속 찾아서 포스팅한다. ‘역시 한국 성형 기술이 대단하다’는 코멘트 일색이다.

중국의 한 뉴스 사이트에서 포스팅한 배우 정려원 씨의 사진 캡처

하지만 일부에서는 몇몇 연예인의 사진을 올리며 ‘망친 케이스’로 소개하기도 한다. 특히 ‘선풍기 아줌마’ 등 극단적인 사진을 게재하며 ‘이렇게 되니 한국 성형을 주의하라’는 글도 적잖다. 미적 기준에 따라 한국인이 봤을 때 그리 문제될 게 아닌데도 ‘실패 사례’로 소개하기도 한다. 예컨대 배우 정려원의 2004년경 시절 사진과 최근 사진을 비교하면서 예전에 비해 턱이 뾰족해진 사진을 놓고 성형 실패로 꼽고 있다.

한국은 자연스럽게 어려보이는 듯한 얼굴로 성형하기를 선호한다. 반면 중국 여성은 배우 ‘판빙빙’처럼 시원하고 화려한 이미지를 원한다. 한국 연예인 누구누구처럼 수술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국이나 일본 여성이 성형 사실을 숨기고 싶어하는 것과 달리 중국 여성은 성형 사실을 오히려 과시하려는 듯한 경향을 보인다.

이렇다보니 고객-브로커-의사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관건이다. 의료진이 중국인의 선호도나 유행코드를 잘 파악해야 ‘만족도 높은 시술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무시한 채 자신의 스타일만 고집해 시술하면 그리 좋은 반응을 얻지는 못한다.
 
문화적 차이도 성형 여부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 예컨대 코끝성형 하나에도 호불호가 갈린다. 중국인은 코끝이 들려보이면 ‘콧구멍으로 돈이 새어 나간다’고 싫어하는 반면, 한국인들은 약간의 반버선 형태로 코끝이 강조되는 것을 선호한다. 코끝이 약간 들려야 귀엽고 순한 인상을 줄 수 있어서다.

이밖에 한국의 부담스러울 정도로 친절한 서비스정신도 요우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병원 자체에서 수술뿐만 아니라 에스테틱·스파 연계 서비스를 갖춰 ‘대접받는 기분’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가만히 있어도 예뻐지는 느낌이다. 병원을 왔다갔다 할 때마다 통역사 등이 동행하고, 일부에서는 ‘간병인 시스템’을 도입해 수술 후에도 ‘이모님’이 식사부터 드레싱·후관리 등을 책임져 만족도가 높다. 말 그대로 시중을 들어주는 듯한 서비스까지 여심을 사로잡기엔 충분하다. 

A 씨는 “하지만 최근엔 중국인들 중 한국 성형을 불신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며 “최근엔 대만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 늘면서 요우커 유치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브로커의 비용을 대기 위해 중국인에게만 ‘바가지’를 씌우는 것을 이젠 그들도 대충 알고 있다”며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해 울며 겨자먹기로 고가의 수술비용을 지불했지만, 대만에 가면 말도 통하고 중국보다 의료 인프라도 나은 대만으로 빠지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국인 환자 못지않게 중국인 환자들로 고소득을 올리는 강남 성형외과가 긴장할 만하다.

최근 바이두에서 ‘한국성형’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자동검색어로 ‘성형실패’, ‘한국성형 위험’, ‘한국성형 가격’ 등이 뜬다. 성형관광을 결정하는 중국인 중엔 병원 내부시설, 의료 시스템, 실제 집도의에 대한 내용까지 빼놓지 않고 확인하는 등 철저한 사전 조사는 물론 실제 병원을 방문해 현장 검증까지 마친 후 수술을 결정하는 사람도 적잖다.

누구나 ‘돈문제’에도 예민할 수밖에 없다. 일부 성형외과는 중국인 단체 환자를 몰아주는 브로커에게 수술비의 30~70%나 되는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정부는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 자본금 1억원 이상 등의 조건을 갖춘 업체엔 진료비의 최대 15%까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쌍꺼풀·코성형 등 성형 수술비용은 국내 환자와 비슷해졌지만, 대신 보톡스·필러 등 쁘띠성형의 비용이 크게 높아졌다. 예컨대 턱보톡스의 경우 강남 성형외과 최저가 기준 3만9000원까지 내렸으나 중국 환자는 150만원을 내야 한다.

또 국내 언론에 성형외과 의료사고 기사가 뜨면 거의 실시간으로 번역돼 중국 사이트에 올라가는 것도 문제가 된다. 최근 국내서 문제가 된 된 ‘성형외과 수술실 생일파티’와 ‘W모 성형외과 여대생 사망사건’ 등은 중국에서도 이슈가 됐다. 그것도 병원 이름이 아예 실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바이두에서 이 병원에 대한 내용을 검색하면 수백여곳의 언론사가 게재한 관련 기사 1000여건이 다양한 사진들과 함께 쏟아져 나온다. 중국 네티즌은 ‘환자를 돈벌이 대상으로 본다’ ‘한국은 의료 윤리가 완전히 죽었다’ ‘대만에서 성형하고 한국 병원을 이용하지 말자’는 등 고조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A씨는 “원정 성형수술을 계획하던 중국인 환자가 이같은 정보를 싹 찾아본 뒤 한국 방문을 취소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환자는 “섀도우 닥터가 수술할까봐 겁이 나니 수술장면을 CCTV로 찍어달라”고 요구할 정도다.

최근엔 한국 성형외과 중 브로커를 끼우지 않고 애초에 중국인을 상대로 맞춤 성형시스템을 도입한 병원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인터넷·입소문 등으로 정보를 입수한 뒤 직접 병원에 연락해 1차 상담을 받고 한국을 방문하는 경우가 늘어서다. 이런 병원에는 중국어가 가능한 전문 코디네이터가 상주해 크게 문제될 게 없다.

중국인은 성형에 관심이 많고, 아직까지는 한국 성형외과에 대한 이미지가 고급스럽게 다가와  많은 사람이 찾고 있지만, ‘바가지 비용’, ‘섀도닥터수술’, ‘브로커 문제’ 등 부정적인 부분이 개선되지 않으면 그나마 긍정적인 성형 이미지가 언제 부정적인 단어로 굳어질지 모를 일이다.  ‘한류붐’이 꺼지지 않도록 국내 성형외과 의사들의 자정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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