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동아시아 사람들은 채소 생산이 어려운 겨울철에 채소의 맛과 영양을 해조류를 통해 즐기면서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 미네랄 등 영양분을 보충했다.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경제지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9월 특집기사를 통해 한국의 ‘해조류’를 소개했다. ‘이 세상 해조류 애호가들의 메카라는 게 존재한다면 그 곳은 다름 아닌 한국일 것’이라며 한국 해조류 생산의 절반을 담당하는 완도군을 상세히 다뤘다.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에선 해조류를 ‘바다의 채소’라 여기며 즐겨 먹었던 것에 비해 서양은 ‘바다의 잡초’로 여기던 상황에서 심층 분석해 보도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해조류는 바다에 살면서 엽록소로 동화작용을 하는 식물을 통틀어 칭하는 말로 한국에서는 ‘바닷말’로 부르기도 한다. 예부터 채소 생산이 어려운 겨울철에 녹색의 싱그러운 채소의 맛과 영양을 해조류를 통해 즐기면서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과 미네랄 등 영양소를 보충했다. 동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먹으며 식용의 역사는 석기시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측한다.
세계적으로 약 8000여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한국 근해에서는 500여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식용은 50여 종이다. 식용 해조류는 그 색소체에 따라 녹조류, 갈조류, 홍조류 등 세 가지로 구분한다.
녹조류는 엽록소를 다량 함유해 광합성을 활발히 하고 주로 따뜻하고 얕은 바닷가에 서식한다.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기도 하며 식물성 오일을 다량 함유해 식용뿐만 아니라 에너지 생산에도 사용된다. 2012년부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녹조류를 이용한 에너지 생산을 본격 연구하고 있다. 화석연료보다 4% 정도 효율이 높고 기존 에너지원과 함께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여름철 악취, 생태계 교란 등 수질오염의 주범으로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대표적 식용 녹조류로 파래, 매생이 등이 있다.
파래는 아작아작 씹히는 맛이 좋고 식물성 섬유질이 풍부해 국, 무침, 전 등 조리에 다양하게 사용된다. 대장의 연동운동을 도와 배변을 원활하게 하는 효과도 가졌다. 메칠메치오닌, 비타민A 등이 함유돼 담배의 니코틴을 해독시켜주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내려주며 혈압을 내리는 데 도움돼 바다의 약초로도 불린다. 파래에 함유된 요오드·미네랄·비타민은 아토피, 과민성 피부염을 완화하는데 효과적이며 목욕물에 넣어 만든 파래탕에 목욕을 하면 윤기가 생긴다. 해조류 중 바다향이 가장 진하다. 비린 맛이 비교적 심해 식초를 넣어 만든 파래무침을 주로 먹는다. 파래에 들어있는 납, 구리, 아연, 카드뮴 등은 채취 지역의 생활하수나 산업폐수와 관련성이 높아 오염된 지역의 것은 먹지 않는 게 좋다.
매생이는 짙은 녹색으로 머리카락보다 굵기가 가늘고 미끈거린다. 맑은 물에서만 자라며 겨울바다 찬물에서 햇살만 먹고 자란다. 바닷물이 따뜻해지면 사라진다. 국내에서는 완도, 부산 등 남해안에 주로 서식한다. 아직 양식이 되지 않고 자연산만을 채취하므로 가격 변동폭이 매우 큰 편이다. 생산량이 많지 않고 보관·운반도 쉽지 않아 생산지에서 주로 소비된다. 조선시대 최고의 실학자 정약용의 형인 정약전이 지은 ‘자산어보’에선 ‘누에실보다 가늘고 쇠털보다 촘촘하며 길이가 수척에 이른다. 빛깔은 검푸르며 국을 끓이면 연하고 부드러워져 서로 엉켜 풀어지지 않는다. 맛은 달고 향기롭다’고 적혀있다. 정월 대보름이 되면 전남 등에서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속풀이 향토음식으로 선호된다. 생굴(석화)을 넣으면 매생이의 맛을 배가시킬 수 있다. 물이 좀 적다 싶은 정도로 되직하게 끓여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갈조류는 녹조류보다 깊은 물에 자라는데 광합성 색소로서 클로로필과 베타카로틴, 푸코산틴 등을 지니고 있다. 해조류 중 가장 발달된 체제를 갖고 있으며 단세포나 군체인 것은 거의 없다. 작은 것은 육안으로 겨우 보이는 정도지만 큰 것은 10m 가까이 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미역, 다시마, 감태, 톱 등이 꼽힌다.
미역은 국내에서는 12세기부터 먹었다는 기록이 있고 중국에서는 8세기 이전부터 한국인들은 미역을 먹는다는 자료가 있을 만큼 오래전부터 식생활에 널리 사용됐다. 한자로 ‘해대(海帶)’로 불린다. 허리띠처럼 갯바위에 단단히 붙어살기 때문이다. 알긴산이 함유돼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의 침착을 효과적으로 억제해 피를 맑게 해준다. 유해산소의 활성을 억제하는 효소를 활성화시켜 동맥경화 및 노화를 예방한다. 자궁수축, 지혈작용 등이 탁월해 출산한 여성에게는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에서 임산부가 출산할 경우 미역국을 먹게 하는 것은 적절한 산후조리법이라 할 수 있다. 단백질, 탄수화물, 미네랄, 요오드, 인, 칼슘, 섬유질 등이 골고루 포함돼 뼈를 튼튼하게 하는 작용도 있다. 섬유질은 변비, 비만 등을 예방하는데 좋다. 겨울에서 봄에 걸쳐 주로 채취하며 이 시기의 것이 가장 맛이 좋다. 파와 같이 먹으면 안된다. 파의 유황과 인이 미역의 칼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주로 한국, 일본, 중국 등에서 식용으로 사용한다.
다시마는 해조류 중 요오드 함량이 가장 많다. 한반도, 일본, 캄차카반도 등 태평양 연안에 주로 분포하며 다년생이다. 한반도에서는 완도 등 전남 해역에서 주로 양식으로 생산한다. 이 지역은 국내 최대의 전복 양식단지로도 유명한데, 이는 전복의 주 먹이가 다시마인 영향이 크다. 줄기, 잎, 뿌리 등 구분이 뚜렷하며 길이는 1.5~3.5m, 너비는 25~40㎝ 정도다. 칼슘, 철분이 미역보다 훨씬 많으며 무기질은 소고기보다 함량이 높다. 풍부한 영양소 덕분에 각종 성인병, 대장암, 갑상선 질환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파 사고 때 요오드 성분이 포함된 다시마가 방사능에 취약한 갑상선 질환을 치료하는데 탁월하다는 이야기가 퍼져 품귀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라마닌 성분은 혈압을 낮춰 준다. 다시마를 끓일 때 나오는 글루탐산은 깊은 육수 맛을 내는데 이는 오늘날 인공 합성돼 화학조미료의 주성분으로 자리 잡았다.
감태(甘苔) 또는 청태(靑苔)는 연녹색으로 파래보다 가늘고 매생이보다 두껍다. 갯벌에 소나무 말뚝을 박고 대나무를 쪼개 엮어 만든 발에서 포자가 성장하며 자란다. 추운 겨울에만 채취할 수 있어 12월에서 3월이 제철이다. 김처럼 찬물에 풀어 발에 얇게 떠 말리면 감태김이 된다. 굽지 말고 날 것으로 먹어야 색도 변하지 않고 고유의 향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무기염류와 비타민이 풍부하고 향미가 독특해 생으로 무쳐 밑받찬으로 주로 먹는다. 감태김은 과자의 첨가물로 사용되며 감태전, 감태국, 감태자반 등으로 먹기도 한다. 일본인들은 주먹밥 형태로 만들어 먹는다. 뭉치는 것을 풀어주고 단단한 것을 부드럽게 해주며 가래를 삭이는 효능을 가진다. 목덜미에 생긴 혹이나 가슴이 답답한 증상, 몸에 열이나 코피가 나는 경우에 효과적이다. 술독이나 광물성 약재에 중독된 경우에도 도움된다. 몸이 찬 사람은 얼굴색이 나빠지고 피부에 염증이 생길 수 있다. 맥이 약한 사람 중 기침을 많이 하는 사람은 먹지 말아야 한다.
톳은 서남해안, 제주도 등에서 많이 자라며 완도가 전국 생산량의 약 60%를 차지한다. 경사가 완만한 암초지대나 파도가 심하지 않은 뻘이 약간 있는 지역에 군락을 이루며 산다. 제주도에서는 나물로 해서 먹지만 구황시기에는 톳에 곡식을 넣어 톳밥을 지어 먹기도 했다. 봄에서 초여름까지가 제철이다. 식이섬유가 같은 양의 양배추보다 30배가 넘으며 칼슘은 우유의 12배, 철분은 시금치의 10배가 넘을 정도로 풍부하다. 소화기능을 강화하고 변비, 빈혈 등을 예방하며 골다공증에도 효과적이다. 피를 맑게 해 동맥경화, 고지혈증 등을 막는데 좋다. 에스트로겐 등 활성물질도 다량 함유됐다. 임산부인 경우에는 태아의 뼈를 튼튼하게 해준다. 톳의 점액질은 창자의 소화운동을 높여줘 변비에도 좋다. 일본에서는 매년 9월 15일을 ‘톳의 날’로 정하고 국민들이 건강을 위해 먹도록 권장하고 있다. 폐암 등을 일으킨다는 무기비소를 다른 해조류에 비해 많이 갖고 있어 과도한 섭취는 하지 않는게 좋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톳을 통한 비소중독의 사례는 나오지 않고 있다.
홍조류는 비교적 깊은 물에 서식한다. 국내에 나는 해조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한반도 해안에 골고루 분포한다. 대부분 다세포체로 다양한 크기를 가진다. 대표적으로 우뭇가사리, 김 등이 있다.
우뭇가사리는 봄에 흔히 볼 수 있으며 한천의 원료로 사용된다. 생김새가 소의 털과 흡사해 ‘우모초(牛毛草)’로 불린다. 줄기는 납작하며 가지의 끝은 뾰족하다. 다년생 식물로 지방에 따라 생육시기에 약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주로 5~11월에 자란다. 한때 국내에서 생산되는 해조류의 약 30%를 차지하기도 했다. 우뭇가사리 자체를 먹기보다 한천을 통해 섭취한다. 한천은 아무런 맛이 없고 열량도 매우 낮다. 이 때문에 다이어트 원료로 애용된다.
김은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해조류 중 하나로 밥을 싸 먹거나 잘게 썰어 국, 탕 등에 고명으로 뿌려 먹는다. 한국에서는 삼국시대부터 먹었으며 조선시대에는 임금의 진상품이나 무역품으로 귀하게 여겨졌다. 처음에는 바닷가의 암초에 붙은 돌김을 뜯어 말려 먹었지만 1650년경 전남 광양의 김여익이 처음 양식법을 찾아내 보급했으며 이때 특별하게 부를 이름이 없자 김여익의 성을 따 김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최근 성인병 예방, 간기능 개선, 구취 제거의 효과가 인정되면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겨울철에 김만 있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고 할 정도로 김을 애호하는 사람이 많다. 비타민, 단백질, 무기질이 풍부하다. 같은 중량의 비타민C는 귤의 3배에 해당하는 양이 들어있다. 마른 김 5장에는 달걀 1개에 가까운 양의 단백질이 함유됐다. 아미노산의 일종인 타우린이 많아 피로회복, 신진대사 촉진 등의 효능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