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던 국내 암 발생률이 2012년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또 한국인은 평균수명까지 생존할 경우 10명 중 4명 정도가 암에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 중앙암등록본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12년 국내 암 발생률 및 생존율 현황’을 23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결과 2012년 신규 암환자 수는 22만4177명(남 11만2385명, 여 11만1792명)으로 2002년 대비 91.5% 증가했다. 남녀를 합해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은 갑상선암이었으며 위암, 대장암, 폐암, 유방암, 간암, 전립선암 등이 뒤를 이었다. 남성은 위암·대장암·폐암·간암·전립선암, 여성은 갑상선암·유방암·대장암·위암·폐암 순으로 발생률이 높았다.
2012년 모든 암의 연령표준화 발생률은 10만명당 319.5명으로 2011년의 323.1명보다 3.6명 감소했다. 성별로는 남성은 10만명당 9.8명 감소한 반면 여성은 10만명당 1.2명 증가했다.
1999~2012년 암발생률은 연평균 3.5% 늘었으며 여성의 증가율(5.6%)이 남성(1.6%)보다 높았다.
남녀 전체 주요 암의 연평균 증가율은 갑상선암이 22.6%로 가장 높았으며 전립선암(12.7%), 유방암(5.8%), 대장암(5.2%) 등이 뒤를 이었다. 간암은 1999년 이후 발생률이 연평균 1.9%씩 줄었다.
한국인이 평균수명인 81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7.3%였다. 남성(평균수명 77세)은 5명 중 2명(37.5%), 여성(84세)은 3명 중 1명(34.9%)에서 암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세계표준인구로 보정한 국내 암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299.0명으로 미국(318.0명)이나 호주(323.0명)보다 낮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71.5명보다는 높았다.
2008~2012년 발생한 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68.1%로 1993년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암종별 5년생존율은 갑상선암(100.1%), 전립선암(92.3%), 유방암(91.3%), 대장암(74.8%), 위암(71.5%) 등이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간암(30.1%), 폐암(21.9%), 췌장암(8.8%)은 생존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같은 기간 10년생존율도 갑상선암(99.2%)·유방암(84.9%)·전립선암(80.8%)·대장암(66.7%) 등이 높았고, 간암(15.8%)·폐암(13.5%)·췌장암(6.5%)은 낮은 생존율을 기록했다.
1999~2012년 총 암경험자 수는 123만4879명으로 남성이 54만7837명, 여성은 68만7042명이었다. 이는 2012년 기준 전체 인구 41명 중 1명이 암경험자임을 의미한다. 암경험자는 현재 치료받고 있는 암 환자와 치료 후 생존하고 있는 사람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65세 이상에선 12명당 1명이 암을 경험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는 암 예방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간암 검진주기를 1년에서 6개월로 개선하고, 자궁경부암 보험급여 대상을 30대 이상에서 20대 이상에서 확대할 예정이다.
또 위·간·대장·유방·자궁경부암 등 5대 암에 대한 검진과 폐암, 갑상선암에 대한 의료인용 암검진 권고안을 계속 정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암경험자 수가 증가함에 따라 말기암 환자에 대한 호스피스 완화의료 지원도 강화한다. 향후 양질의 서비스에 대해 충분히 보상할 수 있는 호스피스 수가제도를 도입해 부족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가정호스피스 및 완화의료팀을 제도화해 암환자가 원하는 완화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유근영 서울대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국가암관리사업이 시작된 후 암 현황은 △생존율 증가 △사망률 감소 △발생률 감소 등 3단계를 밟아 개선됐다”며 “그동안 한국은 2단계 말에 해당하는 사망률 감소기에 속한 것으로 평가됐지만 이번 발표로 2012년부터 제3기인 발생률 감소기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연 실천, 예방접종 수진, 균형잡힌 식사조절, 체중관리 등 암발생을 줄이는 방법의 대부분은 개인의 의지와 실천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선진문화 의식의 일면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