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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시대 때 먹었던 빵은 맛이 어떨까 … 색깔 검고 식감은 딱딱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4-12-19 15:52:31
  • 수정 2020-09-14 13:2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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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원전 3000년경 바빌로니아인 최초 제조, 프랑스에선 밀가루·소금·이스트·물만 사용
 
지난달 22일 국내 프랜차이즈 빵집인 파리바게뜨가 프랑스 파리 한복판에 지점을 내며 ‘한국빵’을 빵의 본고장에 선보였다. 1884년 주한 러시아 총영사인 베베르의 처제 손택(孫澤)이 공관 앞에 정동구락부를 개설해 국내 최초로 빵을 선보인지 130여년 만에 일이다.
빵의 기원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부분 학자들은 기원전 3000년경 바빌로니아인이 만들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들은 맥주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발효된 밀가루를 반죽해 구우면 빵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기원전 2000년 이집트에서는 빵을 만들때 효모(yeast)를 첨가했다. 이집트 벽화나 회화를 살펴보면 밀가루를 반죽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당시 사람들이 이집트인을 ‘빵을 먹는 사람’으로 부를 정도로 그들의 빵 사랑은 대단했다.

성경책을 보면 ‘예수가 빵 5개와 물고기 2마리를 사람들에게 나눠줬다’는 구절이 있는 것으로 볼 때 빵은 과거부터 서양인의 주식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근대사회로 넘어오기 전 사람들이 먹었던 빵은 우리가 알고 있는 빵과 다르다. 겉과 속의 색깔이 검고, 식감도 딱딱했다. 소금이 귀해 빵 자체의 맛도 거의 나지 않았다.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 즉 산업혁명이 시작된 18세기가 돼서야 사람들은 질과 맛이 좋은 빵을 먹을 수 있었다. 

각 나라의 문화가 다르듯 빵도 나라마다 특징을 갖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대부분의 빵을 밀가루, 소금, 이스트, 물 등 4가지 재료만으로 만든다. 20여년전부터 바게트가 예전보다 맛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자 프랑스 정부는 법률상으로 제조법을 정해 전통 바게트 제조방식을 고수하라고 통제했다. 법률을 제정한 뒤부터는 매년 파리 시내 빵집을 대상으로 ‘바게트 콩쿠르’를 열고 있다. 15명의 심사위원이 길이 55~65㎝, 무게 250~300g이라는 기준을 갖고 최고의 맛을 가려낸다. 그랑프리를 받으면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에 바게트를 1년 동안 납품하는 자격을 얻는다.

독일은 지리적으로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비해 일조량이 적고 산림지역이 많다. 밀이 잘 자랄 토양의 조건도 갖추지 못해 주로 호밀을 이용해 빵을 만들었다. 밀과 호밀을 다양하게 조합한 독특한 방식으로 인해 빵 종류가 어느 나라보다 많다. 기본에 충실하고 정직한 독일인의 국민성을 반영하듯 빵도 조금은 거칠고 투박하다는 느낌을 받지만 음미하기 시작하면 향미가 오랫동안 지속된다. 

미국은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돼 여러 나라의 빵이 존재한다. 합리적이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도록 개발됐다. 베이글이 대표적이다. 

동양에서는 쌀이 주식이라 대대적으로 밀농사를 지은 지역을 제외하고는 빵문화가 발달하지 못했다. 밀농사가 발달한 중국 북부지역에서는 발효시켜 찌거나, 튀겨서 만든 빵을 주로 먹었다. 만두의 원조격이라 불리는 화빵(화쥐안)이 대표적이다. 또 월병, 호빵, 공갈빵, 호떡도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빵의 어원은 포르투갈어인 ‘팡(pao)’으로 일본을 거쳐 국내로 들어왔다. 조선시대 말에는 중국식 이름인 면포(麵包)로 불렸고 숯불을 피워 구운 것이 우낭(牛囊)과 비슷하다 해서 우랑떡으로 지칭되기도 했다. 

최근 국내서도 다양한 전통 서양빵을 먹지만, 1960~197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서는 곰보빵(소보로빵), 단팥빵, 크림빵 등이 주종을 이뤘다. 당시엔 사람들은 이들 빵이 대표적 서양빵이라 생각했지만, 실은 모두 일본에서 창안돼 건너온 것이다.  
일본인들은 예부터 팥을 삶아 으깨어 무엇에 발라먹거나 넣어먹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다보니 빵에 단팥을 넣어 먹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일본이 동아시아를 점령하고 태평양전쟁을 일으키자 군용식량으로 이런 빵을 애용했다. 우리가 즐겨먹는 일본식 빵이 뿌리를 살펴보면 일본의 아시아 침략에 힘을 보탠 음식이었던 것이다. 

최근 밀가루 속 글루텐이 체내에 해로운 독성물질을 생성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밀가루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빵이 미움을 받고 있다. 글루텐 프리(Gluten Free)의 열풍이 대단하다. 업체들은 밀가루 속 글루텐이 탄수화물 중독, 비만, 피부트러블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를 앞세워 글루텐을 제거하거나 줄인 제품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견을 보이는 사람도 많다. 아시아인의 궤양성대장염 등이 글루텐으로 발생한다는 주장에 대해 명확한 근거가 없고, 다른 곡물에도 글루텐이 들어 있으며, 다양한 단백질도 이를 촉발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글루텐에 의해 야기되는 질환은 탄수화물 섭취에 의해서도 동일하게 발생한다. 탄수화물은 체내에서 포도당으로 전환돼 체내 에너지원이 되지만 필요한 에너지보다 많은 양의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포도당이 지방으로 전환되면서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당뇨병 및 비만 환자가 빵을 섭취할 때에는 포도당이나 설탕 등 단순당 함량이 낮은 제품을 섭취하는 게 좋다. 

대부분의 빵에는 동맥경화나 뇌졸중 등 혈관계 질환의 주범이라 알려진 트랜스지방이 다량 함유돼 있다. 트랜스지방은 식물성 기름에 수소를 첨가해 쇼트닝유나 마가린을 만들 때 형성된다. 하지만 식빵이나 바게트처럼 담백한 빵에는 쇼트닝유와 마가린이 들어가지 않아 트랜스지방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빵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건강한 재료를 사용하는 빵집이 늘고 있다. 과거부터 쌀은 밀과 함께 탄수화물을 보충하는 역할을 맡았지만, 제조기술이 부족해 빵으로 만들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제빵기술의 발전으로 쌀을 이용해 만든 빵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쌀은 찬 성질을 띠는 밀과 달리 따뜻한 성질을 갖고 있어 소화가 잘되고 칼로리가 낮다. 또 쌀로 만든 빵은 밀로 만든 제품보다 표백제나 방부제가 적게 사용된다. 식감이 촉촉하고 쫄깃해 떡 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맛은 밀가루빵과 큰 차이가 없다. 먹고 나서 느껴지는 뒷맛이 깔끔해 담백한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의 입맛에 잘 맞는다. 

최근 전북 군산의 ‘이성당’, 전북 전주의 ‘풍년제과’, 대전의 ‘성심당’ 등 지역을 대표하는 빵집들이 부활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 등 20여년전부터 우후죽순 생겨난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 때문에 경영난을 겪긴 했지만, 자신들만의 빵을 선보이며 사람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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