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생제에 반응한 세포 형태변화로 판별, 내성 없으면 세균 모양 부풀어져 … 3~4시간만에 검사결과
서울대병원 송상훈·김의종 교수팀이 개발한 항생제내성 검사키트
세계에서 가장 빠른 항생제내성 검사기술이 국내 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 기존 방법보다 최대 20시간 빨리 항생제 내성 유무를 확인할 수 있어 슈퍼박테리아 등 세균성 감염 환자의 생존율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병원 송상훈·김의종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이정찬·김희찬 의공학과 교수, 권성훈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 이승옥 가톨릭대 교수, 벤처기업 퀀타매트릭스의 정용균 박사팀은 이번 연구를 국제 저명학술지인 ‘사이언스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인용지수: 14.414)’ 12월호를 통해 발표했다.
세균성 감염 환자에게 내성이 없는 항생제를 처방하려면 항생제 내성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기존 검사법인 배지미량희석법(Broth microdilution method)은 환자의 세균을 검사실에서 배양한 뒤 특수화학 처리한 용액 및 항생제와 반응시킨다. 이후 용액의 흐린 정도에 따라 항생제 내성 유무를 진단한다.
하지만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16~24시간이 걸리므로 급한 경우 의사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내성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항생제를 투여한다. 결과에 따라 내성이 없는 다른 항생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반면 새 검사법은 세포 하나하나의 형태 변화를 유형별로 분석해 항생제 내성 유무를 확인하는 것으로 3~4시간만에 결과가 나온다.
연구팀이 개발한 검사키트는 특수화학으로 처리한 가로 12.8㎝, 세로 8.6㎝ 크기의 칩이다. 칩을 구성하는 96여개 홈은 각각 미세유체로 둘러싸여 있다. 미세유체에 환자로부터 채취한 세균세포와 아가로즈 혼합용액을 투여한다. 이럴 경우 아가로즈 용액이 젤처럼 굳으면서 세균세포를 고정시킨다. 이때 각각의 홈에 최대 20가지의 항생제를 투여한 뒤 현미경 리더시스템으로 세균세포의 형태 변화를 분석한다.
연구팀은 새 검사법으로 임상적으로 중요한 5개의 균주인 포도상구균·반코마이신내성장알균·대장균·폐렴간균·녹농균을 병원내 모든 항생제와 반응시킨 결과 내성이 있는 항생제에선 세균 세포가 분열된 반면 내성이 없는 항생제에서는 세균세포의 모양이 길어지거나 부풀어졌다.
예컨대 대장균 환자에서 채취한 세균세포가 아미카신(Amikacin)항생제에서 분열되는 반면 아작탐(Aztreonam)항생제에선 모양이 길어졌다면, 아작탐을 처방하면 된다.
연구팀은 새 검사법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서울대병원과 인천성모병원의 감염성 세균 환자 189명에서 임상균주를 채취한 뒤 비교 분석한 결과 91.5%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새로운 항생제검사 권장 성능 기준을 충족한 결과다.
김의종 교수는 “세균성 감염병 치료에서 적절한 항생제의 신속한 처방이 중요하다”며 “새 검사법은 이를 가능케 해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입원기간을 대폭 감소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 항생제 개발에 필요한 항생제 스크리닝에도 사용될 수 있어 침체된 항생제 신약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