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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송년회 폭음, 당신 몸엔 ‘암 덩어리’ 가득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4-12-16 10:44:48
  • 수정 2014-12-20 16:2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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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코올은 1급 발암물질, 하루 5잔술 암 위험 3배 … 간경변증·급성췌장염·대장암·유방암 유발

알코올은 1급 발암물질로 하루 5잔의 술은 암 발생률을 최대 3배 높인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연이은 송년회 때문에 술독에 빠져 있는 사람이 많아진다. 과음이 건강에 치명적인 미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된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술을 1급 발암 물질로 지정하고 많이 마실수록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국제암연구소(IARC)도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과 부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1급 발암물질이란 인체에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된 물질이다. 시멘트에서 나오는 방사선 물질인 라돈과 오래된 건물 먼지에 포함된 석면가루처럼 인체에서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성을 지녔다는 의미다.
이무형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술은 흡연, 자외선과 함께 가장 확실한 발암물질로 분류된다”며 “술은 발암물질의 흡수를 높이거나 우리 몸의 유전자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우리 몸에 암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알코올은 인체가 흡수한 발암물질을 녹여 점막이나 인체 조직 등에 쉽게 침투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알코올이 몸에서 흡수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히드도 DNA 복제를 방해하거나 직접 파괴한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돌연변이 세포의 일부가 죽지 않고 끊임없이 분열해 암세포로 변한다.

술을 마실 때 간은 물론 구강 점막, 침 등에서도 알코올을 분해하기 위해 아세트알데히드가 생성된다. 이 물질이 몸을 따라 이동하면서 구강에 남게 되면 구강암, 간에 남으면 간암을 일으킨다.
이 원장은 “아세트알데히드는 여러 암을 일으키는 독성물질이지만 대부분 숙취유발물질 정도로만 알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음주로 발병 위험이 증가하는 암으로는 식도암·구강암·인후두암 등과 같은 호흡기 관련 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등이 있다”고 말했다.

술과 암 발병률과의 상관관계는 이미 많은 실험을 통해 입증돼 왔다. 실제 하루에 50g(대략 주종별 보통 잔으로 5잔) 정도의 알코올 섭취를 하는 사람이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암 발생의 위험이 2~3배까지 증가한다.

음주는 간암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다. 실제로 술을 자주 마시는 한국인은 간암의 발생률과 사망률이 꽤 높은 편이다. 지난해 12월 WHO가 발표한 ‘Globocan 2012’에 따르면 국내 성별 간암 발생률의 경우 남성은 10만명당 36.7명, 여성에서 10만명당 10.5명으로 세계 6위를 기록했다. 통계청 및 국립암센터가 조사한 국내 간암 발생률은 2011년 기준 남성이 10만명당 48.6명, 여성은 10만명당 17.1명으로 WHO 추정 발생률보다 높았다. 2012년 기준 간암 사망률은 남성이 10만명당 33.7명, 여성은 10만명당 11.3명이었다.

또 술을 많이 마시면 간에서 지방 합성이 촉진되고 에너지 대사가 이뤄지지 않아 지방간이 오게 된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간에 지방이 정상 수치 이상 쌓인 상태로, 절주나 금주를 하지 않고 계속 술을 마시면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증으로 악화될 수 있다.

알코올성 간염은 과도한 음주로 염증성 손상이 나타나며 황달, 신장기능 저하 등 단기 증상이 동반된다. 간염은 환자가 이상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정도에서 간부전이 진행돼 사망하기까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간 염증이 비가역적으로 진행되고 섬유화돼 간기능 손상, 출혈, 혼수, 간암 등 심각한 합병증이 동반되는 질환을 알코올성 간경변증이라고 한다.

지나친 음주는 급성 췌장염을 일으킨다. 이자로도 불리는 췌장은 음식을 소화시키는 소화효소를 생성하고 분비시키며 혈액 내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과 혈당을 조절하는 글루카곤 등을 생성한다. 술을 과하게 마시면 췌장염을 일으킬 수 있다. 심한 복통, 오심, 구토 등의 증상이 동반되고 누우면 복통이 더 심해져 배를 움켜지고 새우처럼 구부리고 있게 된다.

췌장이 붓는 정도의 염증이면 증상도 경미하고 저절로 개선된다. 하지만 염증이 심해 췌장조직이 괴사되면 췌장 소화액에 의해 주변 조직이나 장기가 녹아 심한 복막염이 발생할 수 있다. 염증이 진행되면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염증 매개 물질은 심장, 폐, 신장 등의 기능저하가 동반되는 합병증을 일으킨다. 복막염이 발생한 곳은 물주머니(가성낭종)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선영 이대목동병원 췌장·담도센터 교수는 “급성 췌장염은 술이나 담석 등 원인이 사라지면 저절로 좋아지기도 한다”며 “금식과 충분한 수액을 공급해 통증을 조절하면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췌장 조직이 썩는 괴사로 진행되면 췌장에 가성낭종 등 후유증은 물론 중요 장기의 기능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중증 급성췌장염은 사망률이 10~15%에 달하는 위험한 질환으로, 합병증으로 이어지기 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알코올성 간질환 치료의 핵심은 금주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을 끊으면 4~6주내로 정상으로 돌아온다. 알코올성 간염도 절주나 금주로 큰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알코올성 간경변증까지 진행되면 음주를 중단해도 이전 상태로 회복하기가 어렵다.

문일환 이대목동병원 간센터 교수는 “알코올성 간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절주와 금주가 가장 중요하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지키기가 매우 어려우므로 매일 술을 마시지 말고 최소 일주일에 이틀은 금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술만 마시면 금방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은 선천적으로 알코올 대사 효소가 부족한 것으로 알코올 독성에 취약해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B·C형 간염 등 만성 간질환은 알코올성 간염이나 간경변증으로 악화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과음은 대장 세포를 손상시켜 대장암을 일으키기도 한다. 대한대장항문학회에 따르면 맥주를 한 달에 15ℓ 이상(하루에 알코올 30g 이상, 주종별 보통잔으로 3잔) 계속 마시는 사람은 대장암에 많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술을 마셨을 때 얼굴이 빨개지는 등 알코올 분해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대장암 발병 위험이 6배 가량 높다.

유방암과도 깊게 연관된다. 음주가 유방암의 위험인자인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의 농도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매일 맥주 한 잔을 마실 경우 유방암의 위험률이 3~4% 정도 높아지므로 매일 가볍게 술을 마시는 여성은 주의해야 한다.

술과 직접 접촉하는 부위인 식도와 구강, 인후두는 더욱 위험하다. 이들 암은 상대적으로 흔하지는 않지만 소량의 음주만으로도 발병 위험률이 높아진다. 실제 하루 한 잔 정도의 가벼운 술(알코올 12.5g)만으로도 식도암은 30%, 구강암과 인후두암은 17% 가량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술을 먹었다고 해서 모두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술을 오랫동안 많이 마실수록 암에 걸릴 위험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원장은 “술을 끊는 순간 몸이 깨끗해지고 아무 문제없이 건강해진다고 생각하는 건 큰 착각 중 하나”라며 “암 발병 위험은 최근 먹고 있는 알코올 양이 아니라 그동안 먹어왔던 알코올 총량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술은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여러 요인 중 하나일 뿐이다. 오히려 음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느니 하루 한두 잔만 술을 마시면 암 예방에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술이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암 예방과는 무관하다. 현재까지의 수많은 연구를 종합해 보면 암 발생에는 적정 음주량이란 없으며 한 잔의 술도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술을 줄이는 것만으로 암이 예방된다고는 볼 수 없지만 잘못된 음주 습관을 바로잡으면 암 발병위험을 줄일 수 있다”며 “예컨대 음주 후 반드시 양치질하는 습관은 알코올 속의 각종 발암 물질로부터 구강 점막과 식도를 보호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은 “절주를 위한 인식개선 교육을 강화해 음주정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정부의 인력 및 조직을 보강해 음주정책에 체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교육은 한국의 음주문제가 알코올의존성 같은 중독문제 외에 사회생활과 음주문화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점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는 음주정책 수행 부서가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로 알코올중독을 포함하는 4대중독사업의 일환으로만 다루고 있지만 통합적인 음주정책 관리를 위해 담당부서를 보강하고 ‘국가알코올전문위원회’을 구성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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