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로 인한 농촌지역의 척추·관절질환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전체 농가인구 284만7000명 중 106만2000명(37.3%)이 65세 이상 고령층이었다. 이는 일본의 36.1%보다 높은 수치로 국내 농가의 고령화는 일본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젊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농사일을 해온 경우 발병하는 ‘농부병’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농부병 증상으로는 척추관협착증 외에 어깨결림, 요통, 손발저림, 야간빈뇨, 호흡곤란, 불면증, 어지럼증 등이 나타난다.
농촌생활연구소가 발표한 ‘2005년 농부증 실태조사와 관련 요인’에 따르면 농부병 발생률은 밭에서 채소농사나 화훼농사를 하는 노지재배 농업인에서 27.7%, 유리온실이나 비닐하우스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시설재배 농업인에서 23.6%, 논농사인 논벼재배 농업인에서 23.6% 등으로 높게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성보다 여성이, 젊은층보다 60대 이상 노인에서 발생률이 높았다. 증상별로 요통이 가장 자주 발생했고 어깨결림과 손발저림이 뒤를 이었다. 어지럼증, 불면, 야뇨 등도 발생빈도가 잦았다.
농업인은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장시간 일해야 하기 때문에 피로가 쉽게 쌓인다. 또 작업 특성상 허리를 계속 구부려야 하므로 피로감은 가중된다. 이로 인해 각종 관절염, 허리통증, 어깨통증의 발생위험이 높아지고 심한 경우 요추간판수핵탈출증(허리디스크)으로 악화된다.
확실하진 않지만 스트레스, 육체적 피로, 정신적 긴장, 영양부족, 기생충 감염, 한랭장해(추위로 인한 저체온증·졸음·동상·혈압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상당수의 농업인이 몸에 이상 증세를 느끼더라도 하루종일 일에 쫓기거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 방치한다. 결국 바쁜 농번기에 아픔을 참으면서 일하다가 비교적 한가한 농한기가 돼서야 병원을 찾아 치료받는 경우가 많다. 농업인은 오랜 시간 노동으로 제때 식사하지 못할 때가 많고 영양 불균형도 심해 질환이 쉽게 악화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강만호 창원 자생한방병원 원장은 “평소 허리나 다리에 통증이 느껴진 적이 있다면 농사일이 바쁘지 않은 농한기를 이용해 검사와 치료를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