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이후 소풍을 가거나 운동회가 열리는 날이면 김밥은 단골 점심 메뉴로 등장했다. 즐겁고 유쾌한 추억으로 대중과 함께 해왔다. 지금처럼 김발을 이용해 길고 둥글게 만 김밥이 유행한 것은 1960년대 이후로 추정된다. 당시엔 김밥이 특식이자 별식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언제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간편식으로 친근해졌다.
김밥의 유래는 명확하지 않지만 한국고유설과 일본유래설로 나뉜다. 김밥의 기원을 알려면 김의 역사를 찾아야 한다. 김을 뜻하는 단어는 고려시대 말 문신이었던 목은 이색(李穡)이 지은 시에서 처음 발견된다. 강릉절도사가 보내준 해의(海衣)를 받고 감사의 시를 썼는데 이것이 바로 김이다.
김을 이용해 만든 음식은 조선시대에 들어서 자주 등장한다. 학자였던 이규경(李圭景)이 지은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선 김을 이용해 먹은 주먹밥이 나온다. 단순히 김과 밥을 이용한 게 아니라 안에 각종 재료와 고명을 넣어 먹었다.
하지만 일본유래설을 주장하는 이들은 김밥의 모양이 원통형으로 바뀐 것에 주목한다. 일제 강점기 일본의 김초밥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고유의 김밥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김밥의 발달 과정을 볼 때 한국 김밥(주먹밥)과 일본 김초밥(원통형)이 상호 영향을 준 부분이 있겠지만 어느 한쪽이 원조라고 보기는 힘들다.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의외로 손이 많이 간다. 일반적으로 들어가는 단무지, 시금치, 햄, 당근 등은 한번 익히고 크기에 맞춰 잘라야 한다. 주재료인 밥은 질지 않으면서도 쌀의 형태가 유지되는게 중요하다. 재료의 양을 조절하지 못하면 크기가 커져 작은 힘에도 푹푹 터지기 쉽다.
가장 원초적 형태는 충무김밥이다. 김치나 무침을 반찬으로 먹지만 김과 밥을 이용해 만드는 게 전부다. 꼬마김밥이나 서울시 예지동 광장시장의 마약김밥도 재료는 풍부하지 않지만 특유의 맛을 자랑한다.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게 김밥이 가진 최고의 매력이다.
김밥천국, 김밥나라 등 분식점 스타일의 전문점이 등장하면서 김밥은 한국형 패스트푸드로 탄생했다. 1000~2000원대의 저렴한 비용으로 손쉽게 끼니를 때울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
최근에는 친환경 식재료를 넣고 업그레이드된 조리법으로 무장한 고급 김밥 전문점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들의 가격은 일반 김밥의 두 배를 훌쩍 넘기지만 줄서서 먹어야 될 정도로 인기가 좋다. 국내 고급 전문점의 돌풍은 바르다김선생, 고봉민김밥, 로봇김밥 등이 주도하고 있다.
바르다김선생은 떡볶이 등 분식점 프랜차이즈로 유명한 죠스푸드의 브랜드로 백화점 식품관에서 시작해 서울 동부이촌동 등에서 김밥을 선보였다. 김밥의 속을 밥을 제외한 재료로 80% 이상 채우는 게 특징이다. 사카린, L-글루타민산나트륨, 합성보존제 등을 넣지 않고 청정지역의 김, 저염 햄, 무항생제 달걀, 백단무지 등을 사용한다.
고봉민김밥은 주문과 동시에 즉시 말아서 만드는 김밥으로 부산시 용호동에서 창업됐다. 가맹사업을 시작한지 4년 만에 400여 곳으로 지점을 늘렸다. 대표 메뉴인 돈까스김밥 외에도 매운김밥, 참치김밥 등 다양한 메뉴로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로봇김밥은 이태원, 압구정, 홍대 등 사람들이 붐비는 번화가에 주로 위치하고 있다. 백미 대신 밥 짓기가 까다로운 현미를 이용해 김밥을 만든다. 담백하고 고소한 맛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저가 일색이었던 김밥 시장에서 프리미엄 김밥이 돌풍을 몰게 된 것은 좀 비싸더라도 양질의 재료를 찾는 방향으로 소비자의 구매 패턴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물가 수준을 고려하고 고가 식재료가 들어감을 감안할 때 가격대가 그리 높지 않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추세다.
김밥 한 줄의 열량은 400~500㎉ 정도다. 밥의 열량이 높긴 하지만 들어가는 재료도 만만치 않다. 돈까스, 참치, 치즈 등이 추가되면 500㎉가 쉽게 넘는다. 성인 하루 권장 칼로리가 2000㎉인 것을 볼 때 적지 않은 양이다. 나트륨 함유량도 높다. 식품의약안전처의 식품영양성분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김밥의 나트륨 함유량은 약 888㎎다. 국제보건기구(WHO) 하루 권장량인 2000㎎의 절반인 셈이다. 김밥과 주로 같이 먹는 라면, 떡볶이 등에도 나트륨이 과다 함유돼 주의해서 섭취해야 한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에 비해 보관하기도 쉽지 않다. 겨울철을 제외하고는 한나절만 밖에 두면 쉽게 상한다. 필요한 양만큼 준비하고 가급적 조리 후 4시간 이내에 섭취하는 게 좋다. 재료들은 충분히 식힌 후 만들고 자동차 트렁크 안이나 햇볕이 닿는 곳은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