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석회 조직처리기법으로 당단백질 ‘알파갈’ 제거 … 羊승모판에 이식, 18개월간 정상기능 유지
돼지의 장기를 이용한 차세대 심장판막(왼쪽)·새 판막을 양의 심장에 이식하는 모습
임홍국·김용진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와 김기범 소아청소년과 교수팀은 인체조직과 유사한 차세대 심장판막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이 판막은 이종이식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면역거부반응이 전혀 없는 ‘인간화’된 생체조직으로 향후 심장판막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돼지는 장기의 크기와 유전자 배열이 인체와 비슷해 인체 이식용 장기를 생산할 수 있는 동물 1순위로 꼽힌다. 하지만 영장류를 제외한 다른 포유동물에 존재하는 ‘알파갈(α-GAL)’이라는 당단백질이 문제를 일으킨다. 인체에는 알파갈에 대한 항체가 있기 때문이다.
돼지 심장판막이 인체에 이식되면 항체가 알파갈을 이물질로 알고 공격(면역거부)해 석회화가 일어나고 이식된 판막의 수명이 단축된다.
연구팀은 ‘알파갈’을 제거하면 면역거부반응이 없는 심장판막 개발이 가능함을 주목하고 이종장기사업단과 함께 수년간 연구, 돼지의 대동맥 판막에 자체 개발한 항석회화 조직처리 기법을 적용해 알파갈이 제거된 심장판막을 만들었다.
이후 새로 만든 판막을 양 10마리의 승모판 부위에 이식한 후 관찰한 결과 1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판막은 면역거부반응 없이 정상기능을 유지했다.
혈역학, 방사선, 현미경, 생화학검사에서도 석회화 및 퇴행성 변화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임상시험을 하려면 보통 3~6개월의 검증기간이 필요한데, 연구팀은 18개월에 걸쳐 판막의 안정성과 유효성을 확인했다.
일반적으로 판막이 이식된 승모판 부위는 좌심실의 높은 수축기압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조기에 퇴행성 변화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번에 개발된 판막은 이를 극복했다.
연구팀은 차세대 판막의 개발 단계부터 세계 최대 규모의 심장판막 회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으며 주목받았지만 판막의 국산화를 위해 모든 원천 기술 및 특허를 국내 기업인 태웅메디컬에 이전했다.
임홍국 교수는 “가장 인간다운 차세대 판막을 개발하기 위해 수년간 연구를 지속했다”며 “새 판막은 판막 치료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고 심장질환 완치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유럽 최고 권위의 ‘흉부외과학회지(European Journal of Cardio-Thoracic Surgery)’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유럽시장 진출을 위해 논문 게재 학술지로 유럽흉부외과학회지를 선택했으며, 학회지 편집장은 이같은 선택에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