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0명 중 34명서 백일해균 검출 … 영·유아 감염시 폐렴 등 치명적 부작용 유발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무심코 지나친 만성기침이 영·유아에서 백일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팀은 2011년 7월부터 2012년 6월까지 11세 이상 기침 환자 490명을 대상으로 백일해검사를 실시한 결과 34명에서 백일해균이 검출됐으며, 이들은 평균 14일간 구토가 동반될 정도의 심한 기침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6일 밝혔다. 청소년이나 성인이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에게 백일해를 전염시킬 경우 폐렴 등 치명적인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
최근 기침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일부 환자의 경우 치료가 잘 되지 않자 학계에선 백일해가 유행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정 교수팀은 질병관리본부의 용역사업을 통해 백일해 유병률 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연구에서 30일 미만의 만성기침 환자 490명 중 34명에서 백일해균이 검출됐다. 지역간 차이 없이 전국적으로 백일해 환자가 분포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또 2월과 8월에는 기침 환자의 15%가 백일해로 판정된 반면 3~6월엔 백일해균이 검출되지 않았다.
정 교수는 “30일 미만의 급·만성 기침 환자는 치료시 꼭 백일해를 고려해야 한다”며 “백신접종과 함께 백일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개인의 주의가 필요하고, 증상이 나타날 경우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받으면 완치된다”고 설명했다.
요즘처럼 건조하면서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호흡기질환 환자가 급증한다. 보통 가벼운 감기로 생각하고 지나칠 때가 많지만 치료받아도 기침이 잘 낫지 않고, 구토가 동반될 정도로 증상이 심하면 백일해를 의심해봐야 한다.
백일해는 ‘백일동안 지속되는 기침’이라는 의미로 발작적 기침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주 이상 지속되는 발작적 기침 △숨을 들이마실 때 거친 숨소리 △다른 증상 없이 기침 후 구토 중 한 가지 이상에 해당될 때 백일해에 감염된 것으로 정의한다.
하지만 성인은 만성기침 증상만이 나타날 때가 많아 감염 사실을 알아채기 어렵고, 신생아나 영·유아에게 세균을 감염시킬 수 있다. 특히 청소년기에 DPT 추가접종을 하지 않았다면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이므로 임신을 계획중이거나 신생아 및 1세 미만 영아가 있는 가족은 백신 접종이 권장된다. 미국에선 Tdap백신을 임신 전이나 출산 직후에 접종하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다.
신생아나 영·유아가 성인으로부터 백일해에 감염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치명적인 합병증에 노출된다. 1세 미만 영아는 백일해에 대한 면역력이 약해 무호흡 증상이 나타나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른다.
백일해로 인한 사망은 주로 호흡기계 합병증에 의해 발생하며, 특히 폐렴은 전체 사망 원인의 54%를 차지한다. 이와 함께 저산소증, 급성 뇌증, 중이염, 영양부족, 탈수, 발작성 기침에 의한 기흉, 탈장, 비출혈, 경막하출혈 등이 합병증으로 나타난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의학회지(JKMS,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지난 9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