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지방 늘고 근육량 줄면 통증 악화, 여성이 영향 더 받아 … 한국인에 많은 ‘마른비만’서 흔해
김현아 한림대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근골격계 통증은 성인에서 가장 흔한 만성질환 중 하나로 나이들수록 유병률이 높아진다.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환자 수가 점점 증가해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이런 가운데 김현아 한림대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와 조남한 아주대 예방의학과 교수팀은 여성의 경우 체지방이 증가할수록 근골격계 통증이 악화된다는 연구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07년부터 현재까지 경기도 안성에 거주하는 40~79세 성인 1530명을 대상으로 나이, 체질량지수, 체지방, 근육량, 체지방/근육량 비율, 교육정도, 직업, 운동, 흡연, 음주, 결혼여부,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손·무릎 관절염 등 인구통계학적 특성과 근골격계 통증과의 연관관계를 조사했다. 특히 근골격계 통증 중 증상이 가장 심한 전신통증(척추뼈와 허리를 기준으로 상하좌우를 모두 침범)과 체지방/근육량의 관련성을 분석했다.
조사 결과 체지방이 늘고 근육량이 감소할수록 근골격계 통증이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결과는 남성보다 여성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나이, 관절염 여부 등 교란 변수를 보정한 뒤에도 결과는 비슷했다.
김현아 교수는 “이번 대규모 연구는 국내 최초로 체지방과 근육량 같은 체성분과 근골격계 통증 범위와의 관련성을 일반인을 대상으로 입증했다”며 “전통적으로 비만의 척도로 사용해 온 체질량지수(BMI)와는 독립적으로 체지방량과 통증과의 관련성을 고찰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마른비만이라는 용어가 주목받고 있다. 체질량지수는 정상이지만 근육량이 적고 체지방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우를 의미한다. 최근 여러 연구를 통해 마른비만이 당뇨병을 포함한 대사증후군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1530명 중 43.1%는 정상체중이면서 대사증후군이 없었다. 16.4%는 정상체중이면서 대사증후군을 앓고 있는 마른비만군으로 이는 미국의 4%보다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15.7%는 비만이면서 대사증후군이 없었고, 24.8%는 비만과 대사증후군을 모두 갖고 있었다.
연구팀이 비만과 대사증후군의 유무와 통증간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정상체중이면서 대사증후군이 있는 마른비만군의 전신통증 발생률은 17.2%로 정상체중이면서 대사증후군이 없는 군의 11.0%보다 높았다.
또 비만과 대사증후군이 모두 있는 군은 19.6%로 비만이면서 대사증후군이 없는 군의 16.7%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같은 결과는 여성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김 교수는 “체지방이 자체적으로 염증을 촉발해 류마티스관절염과 골관절염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해외 연구결과와 이번 연구는 같은 방향의 데이터를 제시한다”며 “체지방과 체지방/근육량 비율이 증가할수록 관절염 유무와 무관하게 근골격계 통증의 빈도와 정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규모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시행된 이번 연구는 체지방과 통증간 관련성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근골격계 질환의 예방 및 치료방침 확립에 크게 도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인구집단에서 체질량지수와 체지방, 근육량 및 체지방/근육량 비율과 근골격계 통증과의 관련성(Relationships between body mass index, fat mass, muscle mass, and musculoskeletal pain in community residents)’이라는 제목으로 류마티스 분야 최고 권위학술지인 ‘관절염류마티즘(arthritis rheumatism)’ 온라인판 9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