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탈레이트’ 검출량 ADHD군에서 더 많아 … DBP 농도 10배 증가시 행동장애수치 7.5배 ↑
김붕년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교수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인 ‘프탈레이트(phthalate)’가 아동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와 두뇌 발달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붕년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교수팀(김재원, 홍순범, 박수빈)은 이같은 연구결과를 저명 국제학술지인 ‘정신의학저널(Psychological Medicine, IF 6.1)’ 최신호에 발표했다.
프탈레이트는 냄새와 색이 없는 액체기름으로 내분비계 교란 물질로 알려져 있다. 화장품, 어린이용 장난감, 주방 및 화장실 세제, 방과 거실의 바닥재 등 광범위한 생활용품에 사용되고 있다. 그동안 이 물질의 유해성에 대해 많은 보고가 있었지만 ADHD 증상과 두뇌 발달에 대한 실증적 영향을 뇌 영상연구를 통해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이 ADHD 아동 180명(비교군)과 일반아동 438명(대조군)에게 소변검사를 실시한 뒤 요(尿) 중 프탈레이트 대사물질의 농도를 비교 분석한 결과 △MEHP는 비교군 48.18㎍/g, 대조군 25.3㎍/g △MEOP는 비교군 43.99㎍, 대조군 20.53㎍ △MBP는 비교군 65.96㎍, 대조군 50.86㎍로 모두 비교군에서 더 높게 검출됐다.
프탈레이트는 ADHD 증상의 정도와 유형에도 영향을 미쳤다. 프탈레이트의 일종인 DBP(di-n-butyl phthalate)의 검출 농도가 10배 증가할수록, 아이들의 행동장애수치(DBDS)는 7.5배 높아졌다. 즉 공격적이고 충동적인 성향이 강해졌다.
ADHD는 △A군: 주의력결핍 + 과잉행동장애 △B군: 주의력결핍 △C군: 과잉행동장애 등 3가지 형태로 나뉜다. 이번 연구에서 DBP는 A군과 C군에서 높게 검출됐다. 이는 프탈레이트가 ADHD의 충동조절 및 공격성 악화에 관여함을 보여주는 결과다.
연구팀은 또 ADHD 아동 115명을 대상으로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한 뒤 뇌피질 두께와 프탈레이트 농도와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프탈레이트 대사물인 DEHP가 높은 아동일수록 우전두엽과 측두엽의 피질 두께가 더 얇은 발달 지연 소견을 보였다.
우전두엽과 측두엽은 공격성, 과잉행동, 불복종, 짜증, 비행 등 밖으로 드러나는 행동상의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ADHD 환자에서 프탈레이트 노출은 공격적 행동문제를 악화시키는 기전으로 뇌 발달의 이상을 초래하는 것으로 우측된다.
김붕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아이에게 광범위하게 노출되는 프탈레이트 물질이 공격성 문제를 야기하고, 연관된 측두엽 부위의 발달을 저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세계 최초의 뇌 영상 실증연구”라며 “공격성 품행장애를 보이거나 공격성을 보이는 우울·불안증 아이를 대상으로 추가적인 뇌 영상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