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입증 안돼 발모효과 마케팅 ‘불법’ vs 청열해독작용으로 효과 존재, 염증성탈모에 긍정적
어성초는 최근 여러 방송에서 발모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인기가 급증하고 있다.
탈모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서면서 풍성한 머리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적잖다. 탈모는 흔히 중년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요즘엔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습관 등으로 젊은 사람이나 여성에서도 탈모로 고생하는 경우도 적잖다.
이런 경우 병원을 찾는게 가장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된다. 하지만 아직까진 탈모 자체를 인정하는 게 자존심이 상해 ‘자가치료’로 모면해보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최근 탈모인의 관심을 끄는 것은 다름아닌 ‘어성초’(魚腥初, 학명 Houttuynia cordata)다.
어성초는 삼백초과의 여러해살이 풀로 생선냄새가 난다고해서 이같은 이름이 붙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잎과 꽃, 뿌리가 하얗다고 해서 삼백초(三白草, 학명 Saururus loureiri)라고도 부르기도 하는데 삼백초와는 모양이 약간 다르다.
항암효과, 피부개선효과 등으로 예로부터 민간에서는 환으로 만들어 먹거나 달여 바르기도 했다. 끓여서 김을 쐬는 등 외용약으로 자주 활용돼왔다. 1200년 경 송나라의 왕개(王介)가 쓴 ‘이참암본초’에 처음 기재됐다. 잘 알려진 다른 약물에 비해 비교적 늦게 기재된 편이다.
김달래 한의원 원장은 “어성초는 동의보감에는 나오지 않지만 25년전 병원에서 수련의 생활을 할 때부터 많이 활용되던 약재”라며 “소변배설을 촉진하거나, 염증을 가라앉히고, 호흡기·피부과 질환에 효과적이며, 부인과 질환에도 널리 쓰인다”고 소개했다.
소변배설을 촉진하므로 부종·황달·배뇨곤란증세을 개선하거나, 염증을 가라앉히는 작용으로 폐렴·방광염·신장염·피부염을 완화시킨다. 호흡기질환 및 피부과질환에 뛰어난 효과를 보여 여드름, 아토피성피부염에 많이 쓰인다. 여성의 염증성 방광염, 질염, 유선염 등을 완화·치료할때도 활용된다.
잠시 항암 효과를 보인다고 알려져 암 환자나 가족들 사이에서 관심을 끌기도 했다. 김달래 원장은 “어성초는 정유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 성분이 물고기의 비린내를 풍기게 되며 잎과 줄기를 말리면 정유성분은 줄어든다”며 “어성초에는 쿼세틴(quercetin), 쿼시트린(quercitrin), 이소쿼시트린(isoquercitrin) 등이 함유돼 항암작용을 하며, 간암으로 복수가 찬 사람을 어성초로 치료했다는 임상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여러 방송에서 ‘발모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인기가 급증하고 있다. 어성초를 함유한 발모팩·발모수는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지난 10월 온라인쇼핑몰 ‘11번가’는 “10월 22일까지 어성초샴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90% 급증했다”며 “어성초·자소엽·녹찻잎 발효액 매출은 120%, 어성초즙 매출은 100%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온라인쇼핑몰 ‘G마켓’도 어성초 관련 제품의 매출은 지난달 같은 기간보다 4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G마켓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거래가 많지 않아 매출 자료를 집계하기조차 어려웠다”며 “최근엔 어성초가 ‘G마켓 건강식품 부문 인기검색어 2위’에 오를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성초로 발모 효과를 봤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어성초 판매가 급증해 약초값도 오르는 추세다. 서울약령시에서 지난달까지 600g당 3만원 중반 선에 팔리던 어성초는 이달 들어서 4만원 중·후반대에 거래되고 있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이같은 상황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대한모발이식학회는 지난 5일 “어성초 등을 이용해 발모 기능을 내세운 화장품 제조사들의 마케팅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발모 기능을 표방한 허위·과장 광고로 탈모 환자들이 올바른 치료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가는 만큼 의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탈모 제품에 대한 광고 심의 기준을 강화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학회는 대중매체에 출연해 어성초 등을 함유한 제품이 탈모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소개하는 일부 의료인들을 강하게 비난했다. 학회는 “어성초, 자소엽, 녹차엽과 같은 원료나 이를 활용한 식품의 경우 임상시험을 통해 탈모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없다”며 “이들은 식품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병원에서 탈모 치료를 위해 처방되는 약제들은 대규모 임상 시험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한 의학적 치료제인 반면, 어성초는 의학적으로 검증된 치료제가 아닌 식품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학회 관계자는 이어 “현재 의학적으로 치료 효과가 검증된 방법은 크게 먹고, 바르는 ‘약물치료’와 ‘모발이식수술’ 2가지뿐”이라며 “이외에는 의학적 효능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탈모치료에 가장 확실한 효과를 보이는 것은 아무래도 모발이식수술이지만, 예방 차원에서라면 어성초를 활용해도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보이는 한의사도 적잖다.
허종 한의원 원장은 “어성초 자체가 탈모에 아주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며 “한의학에서는 탈모 치료에 이 약재를 함께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어성초의 강한 ‘청열해독작용’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성초의 데카노일아세트 성분은 탈모를 유발하는 균을 억제하고 뛰어난 항균·항염 효과로 발모에 도움을 준다”며 “예로부터 탈모 관리에 사용돼 왔으며, 모낭충 번식을 억제하고 염증성 탈모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서양의학과 한의학에서 말하는 탈모의 원인은 ‘표현법’이 다르지만 대상 자체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서양의학에서는 탈모의 원인으로 유전·스트레스·약물복용·과도한 다이어트·단백질 및 철분 부족·열병·감염질환·지루성 두피염·모낭염 등 기타 두피질환 등을 꼽는다. 한의학에서는 신허·폐기허·기혈허·혈허·혈열·어혈·칠정 등 내인내적요인과, 풍사·풍열·습열·충·화 등의 외적요인을 들고 있다.
또 서양의학에서는 ‘두피로의 원활하지 못한 혈액공급’을 탈모를 일으키는 큰 원인으로 보는데, 어성초는 피부의 혈액순환을 원활히 만들어 두피로의 영양공급을 강화시켜준다.
허종 원장은 “지루성두피염 등으로 비듬이 심하고 탈모가 나타나는 사람은 어성초의 강한 살균력이 염증을 제거해 두피를 튼튼하게 만든다”며 “어성초를 단독으로 활용하거나 이 성분 자체만을 맹신해서는 곤란하지만 탈모 치료에 활용되고 효과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피부가 약한 사람은 의사와 잘 상의해서 써야 하는 약재다. 허 원장은 “여성이나 피부가 예민한 사람은 어성초의 강한 살균력으로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피부가 손상돼 소양감, 염증질환이 유발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달래 원장도 어성초를 복용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우선 자신의 체질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성초는 차가운 성질을 가져 염증성 질환을 개선하는 데엔 효과적이나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을 제외하고는 냄새 자체가 역겹다고 느끼기 쉽다”며 “소화력이 약하거나 식욕이 없는 사람은 많이 먹으면 체력이 더 떨어지는 부작용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태음인이나 소양인 체질 가운데 맥이 강하고 체력이 좋은 사람에게 좋은 약이지만 맥이 약하거나 냉증이 있는 소음인 체질은 먹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