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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여드름, 치료해도 그때 뿐이라면 ‘장누수증후군’ 의심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4-11-13 17:39:25
  • 수정 2014-11-18 13:5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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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패균 늘면서 장내 미세한 틈으로 독소 침투 … 영양소 공급 어려워지며 ‘피부질환’

장에 생긴 미세한 틈으로 소화가 덜 된 음식물·독소·세균 등이 혈액으로 유입되면 영양소가 피부까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여드름 등 피부질환이 유발되기 쉽다.

청소년기엔 ‘꿀피부’로 통하던 김모 씨(25·여)는 직장생활을 시작한 2년 전부터 피부에 여드름이 끊이질 않는다. 올해 초엔 ‘문제가 심각하다’ 싶어 한방치료, 피부과 레이저치료 등을 받아봤지만 잠깐 ‘반짝’ 좋아질 뿐 다시 우툴두툴해졌다. 비용은 비용대로 나가고 효과는 일시적이라 ‘여드름엔 답이 없구나’ 하고 포기하려는 중이다.

흔히 사춘기의 심벌로 불리던 여드름이 최근 성인에게도 흔히 발병하는 추세다. 한 조사 결과 전체 여드름 환자의 46%가 25세 이상이었다. 25세 이상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성인여드름 환자의 54%를 차지하고 있었다.

여성에서 성인여드름이 흔한 것은 보통 생리·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호르몬 불균형으로 알려져 있다.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고령 임신에 따른 호르몬 변화로 여드름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병원을 다니고 치료받아도 그때 뿐이라면 평소 자신의 생활습관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평소 면류·빵류를 즐겨 먹는 밀가루·인스턴트 위주의 식습관이 여드름을 악화시키는 주범일 수도 있다. 이들 식품은 장점막층을 자극하고 이 과정에서 신체 대사작용을 돕는 미네랄이 부족해져 ‘장누수증후군’(새는장증후군, leaky gut syndrome)이 나타나 여드름을 유발한다. 김 씨도 잦은 야근에 야식을 매일 먹는 게 일상화됐다. 밤 늦게 한식을 차려먹기보다는 주로 배달음식 등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됐다.

강형철 비타클리닉피부과 원장은 “장누수증후군은 장점막의 면역체계를 유지하는 장 속 세균총의 비율이 깨져 부패균이 늘어 독소가 체내에 침투하는 현상”이라며 “장점막이 새면서 장 내부에 있던 세균과 독소가 혈액으로 그대로 흡수돼 몸의 대사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린다”고 소개했다. 결국 각종 면역질환을 유발시켜 ‘제2의 대사증후군’으로 불릴 정도다.

그는 “체내에 침투한 독소는 결국 혈관을 수축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이때 장에 생긴 미세한 틈으로 소화가 덜 된 음식물·독소·세균 등이 혈액으로 유입되면 영양소가 피부까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피부질환이 유발된다”며 “전형적인 면역반응의 증상인 ‘염증 상태’가 나타나고 여드름·아토피·알레르기·발진 등이 자극된다”고 설명했다.

이 질환은 20여가지 만성질환을 앓다가 사망한 환자의 소장 점막에서 우연히 수많은 미세 구멍이 관찰됐고, 이것이 소장 상피세포 연결부인 밀착결합(타이트정션, tight junction) 부위라는 게 확인되면서 알려졌다.

장누수를 유발하는 요인으로는 △칸디다균 △화학물질 △변비 △항생제 및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스트레스 △아연·칼슘·식이섬유·비타민D·오메가3지방산 외의 영양결핍 등이 대표적이다.

칸디다균은 거의 모든 상피세포에 기생하며 염증 등 각종 병의 원인을 만든다. 장벽을 자극해 미세구멍을 만들어 장누수를 일으킨다. 칸디다는 산소와 산성 환경을 싫어하는 성질을 가져 소장의 산소가 부족해지면 대장에 있는 칸디다균이 소장으로 옮겨간다. 이때 장내 단당류와 위에서 소화되지 않고 내려온 단백질 등을 먹기 위해 장벽에서 각종 분해효소가 분비되고 이것이 장점막상피세포를 관통하며 소장에 미세구멍을 만들면 칸디다가 대량 증식하게 된다.

화학물질은 다른 게 아니다. 술·카페인·탄산음료 등 자극적인 음료, 식품 속 색소·방부제, 트랜스지방 등이 모두 장에 강한 자극을 주는 화학물질이다. 강 원장은 “알코올이 분해되면 생기는 아세틸알데하이드 성분은 장점막을 심각하게 손상시키는 주범”이라고 강조했다.

변비가 심한 사람에게도 장누수가 나타날 확률이 높다. 장을 통과하는 이물질은 가능한 빨리 배출돼야 한다. 하지만 변비가 있으면 장내 이물질, 독소, 유해균 등이 머물면서 유해한 자극을 주는 기간이 길어진다. 이 과정에서 암모니아·인돌 등 유화수소가스가 발생하고 장점막을 자극해 상처를 낸다.

항생제는 문제되는 병원균을 제거하지만 나머지 박테리아·칸디다·기생충·곰팡이 등 장내 이상균 번식을 초래해 장내 세균총 비율의 균형을 깨뜨려 장을 자극한다. 스트레스는 소화력을 떨어뜨리고 위장관의 면역력을 약화시켜 점막 궤양을 초래한다. 이 증상이 장누수증후군으로 이어진다.

장점막에 난 상처를 치유하고 건강한 점막상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아연’이 결핍되면 장점막 치유가 지연되면서 장누수증후군이 유발된다. 이밖에 칼슘, 식이섬유 등이 부족해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 기능의학적으로 치료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아직 생소한 분야이나 환자마다 각기 다른 생화학적 물질대사의 이상 패턴을 찾아 영양학적 방법으로 치료, 최상의 기능을 회복하도록 돕는다.

강형철 원장은 국내서 처음 피부과학과 기능의학을 접목해 치료에 접목하고 있다. 그는 “우선 ‘장투과성검사’로 장내 상태가 어떤지 파악해야 한다”며 “검사결과를 바탕으로 건강한 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아미노산의 일종인 L-글루타민(L-glutamine), 유산균 증식과 장내 유해균 억제효과를 보이는 프락토올리고당(FOS), 초유 성분인 콜로스트롬(Colostrum) 등 영양소를 처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누수증후군 치료의 핵심은 장 점막을 건강하게 회복하고 누수를 차단하는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식생활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평소 좋아하던 밀가루 음식, 술, 카페인, 감미제, 화학조미료 등 해로운 식품섭취를 줄이는 게 우선이다.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잠을 충분히 자 주며, 평소 항생제나 진통제 등 의약품을 남용하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봐야 한다.

강 원장은 “기능의학으로 피부를 개선하면 자기에게 맞는 영양분을 섭취하고, 생활패턴을 바꾸는 치료가 기본이다보니 즉각적으록 개선 효과가 나타나는 기존 ‘시술’에 비해 속도가 느린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몸 속의 이상패턴을 고쳐나가는 만큼 치료효과가 나타나면 피부질환이 재발할 확률이 크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필요할 경우 기존 시술을 병행하는데 이때 기능의학요법은 일종의 부스터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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