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 씨(51)는 2008년 건강검진 중 혈당이 높은 게 발견돼 병원을 찾았다. 의사로부터 혈당을 관리하고 당뇨병성 자율신경병증과 비증식성 당뇨병성 망막병증 치료를 받으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한달 만에 치료를 그만뒀다. 일상의 불편함이 없고 번거롭다는 게 이유였다.
6년 뒤 전립선농양을 치료받던 중 심한 고혈당으로 다시 내분비내과를 찾게 됐다. 검사 결과 공복혈당이 300㎎/㎗이 넘고 당화혈색소가 13.6%로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는 여전히 불편함을 못 느낀다며 치료를 거부했지만 이어진 합병증검사 결과 망막의 황반부종, 미세동맥류, 출혈, 삼출 등 심한 망막증 소견이 나왔다. 이와 함께 자율신경이상과 말초신경이상, 불안정 협심증 등 치명적 심혈관질환도 진행되고 있었다.
김 씨의 사례처럼 많은 당뇨병 환자가 별다른 증상이나 불편함이 없다는 이유로 합병증 조기진단을 놓치고 있다. 자칫 실명이나 족부 절단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당뇨병 합병증의 종류와 예방법에 대해 전숙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당뇨병은 발가락 괴사부터 뇌졸중까지, 심장부터 신장까지 온 몸 구석구석에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는 ‘침묵의 살인자’다. 2011년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 성인 인구 중 12.4%(400만 명)가 당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약 3분의 1이 당뇨병을 인지하지 못했고, 특히 30~40대에선 환자의 60%가 자신이 당뇨병인 것을 모른다고 답변했다.
당뇨병 합병증은 실명 원인 1위, 교통사고를 제외한 족부 절단 1위, 만성신부전 원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혈당의 급격한 변화로 생명과 직결되는 ‘급성합병증’과 장기간 고혈당으로 발생하는 ‘만성합병증’으로 구분된다. 대혈관 합병증으로는 심근경색과 협심증 등 심혈관질환, 중풍 등 뇌혈관질환 등이 있다. 미세혈관 합병증은 망막증·신장병·신경병증 등이다.
합병증은 일단 발병하면 치료가 어려워 예방이 최선이다. 합병증 발생을 예방 및 지연시키려면 약물, 식사, 운동으로 혈당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등 동반 질환의 치료와 정기적인 검사를 통한 조기발견 및 관리도 중요하다.
당뇨병 환자의 사망원인 1위는 심혈관질환이다. 이를 예방하려면 혈당을 조절하는 것은 물론 혈압을 130/80㎜Hg 이하로 유지하고 철저한 금연과 고지혈증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특히 증상이 없더라도 관상동맥질환 선별검사를 받는 게 좋다.
눈과 관련된 당뇨합병증은 2008년 23만명에서 2012년 31만명으로 합병증 중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당뇨병성 망막증은 망막에 혈액을 공급하는 모세혈관이 막히거나, 모세혈관을 대체하기 위해 생긴 신생혈관이 터지면서 발생한다. 망막 중심에서 초점이 맺히는 황반부가 붓는 경우 시력이 상실된다.
초기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약 80%에서 망막증이 시작된다. 시력 이상으로 병원을 찾았을 땐 이미 증상이 매우 악화돼 정상으로 회복하기 어렵다. 평소 혈압을 잘 관리하고 당뇨병을 진단받은 해부터 매년 1회 이상, 증상이 발생하면 최소 3~6개월마다 눈 검사를 받는 게 시력상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당뇨병성 신장병은 혈액을 걸러 소변을 만들어내는 콩팥의 커다란 모세혈관 덩어리인 사구체에 이상이 생겨 혈액이 여과되지 않고 단백질이 소변으로 배출돼 신장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이다. 가장 심각한 합병증 중 하나로 인공으로 혈액투석을 받아야 한다.
하루 중 소변에 알부민이 30~299㎎ 나오면 신장 합병증이 시작된 것으로 본다. 모든 당뇨병 환자는 매년 소변검사를 받아 신장 합병증을 조기진단할 필요가 있다.
당뇨병성 족부병은 가장 흔한 말기 합병증으로 매년 10만~12만명이 발을 자르는 고통을 겪는다. 당뇨병에 의해 말초신경이 손상되면 감각이 둔해지고, 동반되는 혈액순환 장애로 상처가 아물지 않아 발이 썩게 된다.
당뇨병이 오래 지속되면 땀이 나지 않아 피부가 갈라지고 상처가 쉽게 나며 무좀 등 감염이 동반될 때가 많다. 발을 항상 깨끗하게 유지하고 작은 상처도 주의해 치료해야 절단을 막을 수 있다. 매년 족부검사를 받고 감각이상과 혈액순환장애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밖에 당뇨병은 피부병, 폐렴, 인플루엔자, 임신 악화 등 많은 합병증을 야기한다. 흔히 당뇨병을 몇 년 앓게 되면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관리 및 진료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당뇨병 합병증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은 정기적인 검사를 통한 조기발견, 철저한 혈당조절, 동반질환 치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