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험생·해장 음식으로 적절 … 밥보다 쌀·영양분의 함량 적고 다양하지 못해 상식하면 영양부족
죽을 자주 즐기면 영양소의 절대량 부족 및 편중으로 영양부족 상태에 놓일 수 있다.
‘조반석죽(朝飯夕粥)’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아침에는 밥, 저녁에는 죽이란 뜻으로 간신히 사는 가난한 삶을 표현할 때 사용한다. 예부터 죽은 가난한 사람들의 음식으로 통했다. 하지만 몇년전부터 거리에 죽 전문점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하더니 외식문화 트렌드의 하나가 됐다. 죽 전문점들이 잣, 전복, 인삼 등 보양식 재료를 넣은 고급죽을 선보이면서 죽의 이미지도 서서히 바뀌고 있다.
죽은 인류 문명 초기부터 나타난 음식이다. 역사학자들은 죽의 최초 형태는 지금보다 묽은 상태로 인류가 곡물과 토기를 갖게 되면서 점점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었다고 추측한다. 유럽에서는 빵이 대중화되기 전 밀가루를 이용한 밀죽이 주식이었다. 전쟁터에서도 여러 곡식을 집어넣은 죽을 전투식량으로 사용했다. 조리법의 발달로 밥과 빵이 등장하면서 죽은 주요 요리로서의 위치를 잃었지만 거의 모든 재료를 첨가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다양하게 발달해왔다.
다른 음식보다 조리법이 간단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 밥에 물을 넉넉히 붓고 재료를 넣어 끓이면 완성된다. 자신이 넣은 재료에 따라 죽의 종류도 달라진다. 과거 상류층은 육류, 어패류, 우유 등을 섞어 영양식 및 보양식으로 먹었지만 하류층은 시래기·산나물을 넣어 먹었다.
조선시대 문헌에 나오는 죽의 종류는 170여종에 이른다. ‘요록(要錄)’, ‘군학회등(群學會謄)’ 등 조리서에는 다양한 죽의 종류가 기록돼있다. ‘임원경제십육지’에선 매화꽃잎을 눈 녹인 물에 삶아 흰죽에 넣어 끓이는 매죽의 기록이 있다. 보통 매화꽃을 이용한 음식이 드물다는 것을 고려하면 죽의 재료가 얼마나 다양했는지 알 수 있다.
궁중에서는 임금이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우유를 넣은 타락죽(駝酪粥)을 종종 먹었다. 한의학에선 환자의 원기를 돋우고 밥맛을 살리기 위해 녹두죽을 자주 처방했다. 녹두는 소화흡수가 빠르고 입안이 쓰거나 밥맛이 없을 때 먹으면 기운이 난다. 열을 내리고 해독하는 효능이 있어 환자가 먹기에 적절하다.
여름철 더위를 이기기 위해서는 삼복죽이 좋다. ‘바다의 산삼’이라 불리는 찬 성질의 전복과 소화불량, 복통 등에 도움되는 따뜻한 성질의 닭을 넣어 양기와 음기를 모두 보강할 수 있다.
죽은 소화가 매우 잘된다. 탄수화물이 호화되기 때문이다. 호화란 풀처럼 된다는 말로 생녹말의 미셀(Micelle)구가 물과 열에 의해 바깥층부터 깨지는 현상이다. 탄수화물이 호화되면 분해(당화)가 쉬워져 음식물이 편하게 소화된다. 다이어트 음식으로 죽을 즐기는 사람이 있지만 이는 적절치 못하다. 밥과 죽을 비교할때 100g당 열량은 죽이 절반 정도지만 시장기를 금방 느껴 오히려 식단조절에 어려움을 겪는다.
공부할 때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는 수험생은 과식을 할 경우 혈액이 위장관으로 집중돼 뇌에 들어가는 혈류량이 줄어 졸음 등을 오기 쉽다. 죽은 포만감을 적게 느끼게 해 수험생에게 적절한 음식이다. 수능철이 되면 각종 죽 전문점에는 죽을 예약하려는 학부모로 호황을 누린다.
해장에도 죽이 좋다. 연말이 되면 지인들과 어울리다 과음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술을 많이 마신 다음 날엔 식사를 거르기보다 죽, 꿀물, 식혜 등을 먹는게 건강에 도움된다. 죽은 과음으로 자극받은 위의 점막에 무리를 주지 않아 숙취해소에 효과적이다.
일반적인 흰죽에 들어가는 쌀의 양은 흰밥의 절반 수준이다. 양이 절반이다 보니 함유 영양분도 그만큼 적다. 보통 죽을 먹을 때 반찬을 젓갈이나 김치 등 단조로운 것을 섭취하므로 영양결핍에 빠지기 쉽다. 전문가들도 죽을 자주 즐기면 영양소의 절대량 부족 및 편중으로 영양부족 상태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죽은 환자식으로 자주 찾는다. 다른 음식에 비해 씹어서 넘길 필요가 없고 소화가 잘된다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자에게 죽을 주지 말라고 권하는 의사도 꽤 있다. 영양성분이 부족한 데다가 정신적으로 나약해질 수 있어서다. 사람은 음식을 먹을 때 어느 정도 씹어야 활기가 도는데 죽은 그렇지 않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견해다. 어린아이들이 설사할 때에도 굳이 죽을 먹일 필요가 없다.
도움말=김달래 한의원 원장(전 경희대 한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