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분자 형태로 소화 거의 이뤄지지 못해 … 미량 흡수되더라도 아미노산 등으로 변화
오히려 지방산·피지분비 어려워 건조해지기도 … 복합비타민B·마그네슘 등 효과
고분자 형태의 히알루론산은 섭취해도 소화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미량이 흡수되더라도 소화 과정에서 아미노산 또는 기타 성분으로 분해돼 히알루론산 본연의 효능은 기대할 수 없다.
여대생 송모 씨(23)는 환절기마다 검정색 스타킹을 남들보다 훨씬 많이 구입한다. 날씨가 건조해지면서 피부가 건조해지고 각질이 생겨 검정 스타킹을 신었다 벗으면 하얗게 각질이 묻어 있다. 요즘엔 피부가 가렵기까지 해 몸 속 수분을 충전시켜준다는 ‘히알루론산 영양제’까지 챙겨먹고 있다.
피부건조증(xeroderma)이 발생하면 미세한 하얀 각질이 일어나고, 손으로 만져봤을 때 거칠거칠하다. 심한 경우 빨간 반점이 생기거나 금이 간 도자기처럼 표면에 균열이 나타나기도 한다. 흔히 피부 각질층의 수분이 10% 이하(정상은 15~20%)로 부족한 상태를 뜻한다. 환절기마다 겪는 사람이 많은 것은 그만큼 재발이 잦다는 의미다.
환절기엔 건조한 날씨뿐만 아니라 화학섬유와의 마찰, 정전기, 대기오염물질 농도상승, 빈번한 샤워 및 목욕 등이 피부를 자극시켜 악화시킨다.
피부는 천연보습인자(natural moisturizing factor)를 가져 적절한 보습상태를 유지하며 주위 환경과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때 건강한 피부의 각질은 겉면이 매끄럽고 촘촘이 배열된 기와지붕 같은 반면 건조한 피부는 단면이 거친 기왓장이 수직으로 일어선 모양과 비슷해진다. 피부각질층이 일어난 채로 섬유와 마찰하거나 엉키면 말초신경을 자극하고 히스타민이나 염증물질이 방출돼 피부를 가렵게 만든다.
특히 이 증상은 다리, 정강이 쪽에 먼저 나타난다. 여러 겹의 옷에 둘러싸인 몸통과는 달리 외부의 찬 공기에 쉽게 노출되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송 씨도 얇은 스타킹 한장으로 겨울을 났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다리의 건조함을 더욱 악화시켰다. 얼굴에 비해 천연보습인자 역할을 하는 피지 분비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한몫한다.
자꾸 반복되는 증상에 피부과에서는 흔히 가려움증을 줄여주는 스테로이드제제와 피부를 유연하게 만드는 젖산(lactic acid)·유리아(urea) 성분을 처방한다. 요즘엔 건조한 피부속 수분을 채워준다는 건강보조식품 타입의 히알루론산(hyaluronic acid)을 챙겨먹는 사람도 적잖다. 이 성분은 자기 무게의 1000배 이상의 수분을 저장하는 능력을 가진 천연 보습인자다.
강형철 비타클리닉 피부과 원장은 “사실 히알루론산 보조제를 먹는 것은 이 성분을 바르는 것보다 못하다”며 “고분자 형태인 히알루론산은 섭취해도 소화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미량이 흡수되더라도 소화 과정에서 아미노산 또는 기타 성분으로 분해되므로 히알루론산 본연의 효능은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얼굴에 직접 히알루론산을 주사하는 ‘물광주사’는 단기간 어느 정도 효과를 내지만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니다.
매년 환절기마다 건조한 피부 때문에 고생한다면 오히려 자신의 ‘영양적 상태’에 대해 파악할 필요가 있다. 강 원장은 “간혹 피지·지방산 분비에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 건조증이 나타나기 쉽다”며 “체내 오메가3·6 지방산 성분이 과도하거나 부족해 밸런스가 깨진 경우 이들의 균형을 다시 맞춰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우 기능의학적 검사로 자신의 상태를 진단받을 수 있다. 기능의학은 현대의학의 기초지식을 기반으로 체내 영양·생리·생화학적 상태를 포괄적으로 분석해 개인별로 부족한 부분은 채워주고 과도한 기능은 바로잡아 건강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강형철 원장은 국내서 처음 피부과학과 기능의학을 하나로 접목,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전인적 측면에서 치료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지향하고 있다. 그는 “이런 경우 우선 혈액을 통한 지방산 프로파일 검사를 시행한다”며 “사람에 따라 결과가 다르지만 보통 복합비타민B제제, 마그네슘, 아연 등 천연 미네랄 성분을 투여하면 체내 지방산 조성이 긍정적으로 개선된다”고 조언했다.
피부과 치료와 함께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빠른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물을 충분히 마시고, 보습크림을 잘 바르는 것은 기본이다. 강 원장은 “무엇보다도 샤워·목욕하는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며 “아미노산, 지질 등에서 유래하는 천연보습인자는 대부분 수용성으로 물에 잘 녹는데, 이를 없애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목욕’”이라며 “장시간 자주 목욕하면 탈수는 물론 세제에 의해 피부지방층이 손실돼 피부건조증이 나타날 우려가 높다”고 조언했다.
특히 두피 얼굴 등 기름이 많이 나오는 부위와 비슷하게 다리 팔뚝처럼 피지가 거의 나오지 않는 부위까지 자주 씻으면 피지가 쉽게 사라지므로 샤워할 때 때를 벗기는 강도와 빈도를 달리해야 한다. 예컨대 두피는 1~2일에 1회, 얼굴은 1일 2회, 샤워는 이틀에 한번 정도가 적당하다. 피지 분비가 거의 없는 부위까지 때를 밀듯 씻는 것은 금물이다.
그는 또 “각질이 일어난다고 해서 스크럽제를 쓰는 것도 피해야 한다”며 “샤워 직후 약간의 물기가 남아있을 때 로션이나 오일 등을 발라주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보디클렌저도 잘 골라야 한다. 인체의 전체적 pH(수소이온지수)는 약알칼리이고 피부는 피부 표재균을 살균하기 위해 약산성을 띠고 있다. 일반 약알칼리성 성분을 자주 사용하면 피부의 최적상태를 깨뜨리는 만큼 중성 성분의 제품을 고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