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정 인체조직 통한 이익 창출 과정에 공정성·투명성 확보돼야 … 기증자 존중 문화 필요
세계보건기구(WHO) 장기이식 전문가인 룩 노엘(Luc Noel) 박사가 3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기·인체조직에 대한 통합적 관리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최근 중증·난치성질환의 증가로 장기이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현재 분리돼 있는 장기와 인체조직 기증 절차를 통합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이식학회(이사장 이석구 삼성서울병원 소아외과 교수)와 사단법인 생명잇기(이사장 조원현 계명대 동산병원장)는 세계보건기구(WHO) 이식담당전문가인 룩 노엘(Luc Noel) 박사의 방한을 맞아 3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윤리적 차원에서 장기기증에서 수혜자와 가족은 물론 기증자를 위한 인간애(humanity)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기증자 중심의 포괄적 기증 절차를 확립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엘 박사는 “그동안 기증자는 치료재료를 제공하는 일종의 수단으로만 여겨져 수요의 편의만 중시돼왔다”며 “하지만 나 또는 나의 가족이 기증자가 될 수 있으므로, 기증자 중심의 생명자원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 곳곳에선 납치나 인신매매를 통해 장기 및 인체조직을 채취하거나 사용 불가능한 조직을 의료기관에 공급하는 등 불법행위가 자행되고 있다”며 “이처럼 장기·조직기증의 순수성을 해치는 행위를 막으려면 전세계적·국가적 관리·감독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의 경우 장기기증시스템 및 이식 술기는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지만 현행법상 장기기증과 인체조직기증의 절차가 분리돼 절차가 복잡하다. 즉 한 명의 기증자가 장기와 인체조직 모두를 기증해도 각각 다른 기관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현재 장기기증은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기증부터 배분까지의 과정을 관리한다.
인체조직은 ‘인체조직안전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인체조직 기증 단계까지는 복지부, 채취 이후 단계부터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담당한다.
특히 인체조직은 특정 대상에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어 공정성과 투명성 보장이 필수다. 김순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장(이식외과 교수)는 “수혜자가 정해져 있고 채취 후 바로 이식해야 하는 장기와 달리 인체조직은 채취 후 가공단계를 거쳐야 하고 불특정 수혜자에게 분배된다”며 “특정 기업이나 개인의 이익에 따라 분배될 수 있으므로 기증·채취·분배 등 전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룩 노엘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1968년부터 이식·치료·연구·교육의 네 가지 목적에 한해 사후에 신체의 일부 혹은 전체 기증하는 내용을 담은 사체기증법을 제정해 적용하고 있다. 의료기관이나 요양기관에서 발생하는 사망자 또는 사망에 임박한 자를 각 지역 구득기관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해 기증 내용에 관계없이 기증자를 통합적으로 관리한다.
캐나다의 경우 각 주별로 장기 및 인체조직기증 제도가 각각 다르게 운영하다가 2001년 장기기증 및 이식 전문가, 인체조직 기증 및 이식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통합관리체계의 개발에 착수했다. 2003년부터 이식을 위한 세포, 인체조직, 장기의통합 운영법을 마련해 적용하고 있다.
노엘 박사는 “장기 및 인체조직의 공정·투명한 분배를 실현하려면 사회 전반의 인식이 향상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기증자를 존중하는 장기·인체조직 기증 관련 교육과 홍보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불명확한 뇌사의 올바른 이해와 입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원현 생명잇기 이사장은 “현행법상 장기기증을 동의했을 때에만 뇌사판정 절차가 진행된다”며 “하지만 뇌사는 장기기증과 관계없는 환자의 의학적 상태이므로 독립적으로 판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궁극적인 죽음은 뇌가 죽을 때이므로 이에 대한 명확한 정의, 사회적 합의, 입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