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흥 대한건선학회장이 지난 2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건선 바르게 알기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경증 건선환자의 초기치료에 스테로이드와 비타민D유도체 복합겔 타입의 ‘국소도포법’을 활용하면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임상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한건선학회가 ‘제3회 건선 바르게 알기 캠페인’을 맞아 국내 최초로 경증 건선환자에게 국소도포법을 활용했을 때의 효능 및 최적 유지요법에 대한 연구 결과를 지난 29일 발표했다.
건선은 전 인구의 약 1%에서 발생하며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만성 피부질환이다. 심한 경우 각종 대사질환, 관절염, 심장질환, 우울증 등 합병증을 동반한다.
박혜진 대한건선학회 홍보이사(일산백병원 피부과 교수)는 “경증 환자는 전체 건선환자의 약 80%를 차지한다”며 “이들에게 국소도포법을 활용하면 효과적으로 질환을 관리할 수 있지만 치료효과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오랜 치료 기간 등으로 치료만족도가 낮아 중도에 포기하는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건선 치료 및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게 ‘순응도(Adherence) 유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환자 중 약 60%는 치료를 시작한지 약 2개월만에 치료를 중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응도는 환자가 처방받은 약물을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얼마나 지속적으로 잘 사용하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박 이사는 “낮은 치료 순응도는 부정적인 치료결과를 초래하고, 이에 따라 치료를 중간에 그만두게 되며, 결국 증상악화를 초래하는 악순환이 형성된다”며 “건선 등 만성질환에서는 치료 순응도가 질환 관리 및 치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부작용의 위험성을 높이고, 증상이 악화되면서 더욱 고가의 치료비용이 요구되는 다음 단계의 치료를 진행해야 하는 등 경제적 부담까지 늘어난다.
이주흥 대한건선학회장(삼성서울병원 피부과 교수)은 “순응도가 낮아지는 것은 질환에 대한 낮은 인지도, 의료진과 환자간 커뮤니케이션의 부재, 의료진의 일상지도의 어려움 등을 꼽을 수 있다”며 “환자가 국소도포제를 처방받은 뒤 1주일 정도만 열심히 바르고 그 이후부터는 소홀해졌다는 외국의 연구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 건선으로 병원을 찾으면 1개월에 1회 정도 방문하는데, 한번의 치료지도로 완벽하게 가이드라인을 따르기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환자들의 낮은 치료 순응도를 해결하려면 치료의 기대감을 높일 수 있는 데이터가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관련 연구가 부재했다.
이에 대한건선학회는 몸에 발생한 건선에 최근 사용허가를 받은 복합겔 국소도포치료제의 실제 효능을 입증하고, 이를 유지요법에 활용할 경우 가장 적절한 방법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학회는 지난 6~9월 총 16주 동안 국내 환자 201명을 대상으로 국소도포제로 8주간 치료한 이후, IGA(치료자 평가)에 따라 ‘완전’ 또는 ‘거의 소실’ 된 환자들의 치료 반응률을 측정했다.
그 결과 임상 시작시점 대비 8주 차에 62.18%로 눈에 띄는 개선효과를 보였다. 4주차(16.67%)에 비해 8주차(62.18%) 치료 반응률도 유의한 상승세를 띄었다. 복합겔이 건선환자의 초기치료 및 유지요법 시 매우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회는 다시 8주차를 기준으로 IGA에 따라 치료 성공에 이른 환자 117명을 대상으로 △필요시요법(PRN) △지속요법(continuous) △주말요법(weekends) 등 3개 그룹에 무작위 배정, 추가 8주간 유지치료를 적용했다. 필요시요법은 증상이 두드러질 때, 지속요법은 꾸준히 매일, 주말요법은 주말에만 국소도포제를 환부에 발랐다.
시험 결과 필요시요법·지속요법군은 비교적 만족할 정도의 유지를 보였으며, 치료에 따른 약물 사용량은 필요시요법군이 다른 그룹에 비해 현저히 적은 양상을 보였다. 반면 주말요법군은 12주차, 16주차 치료반응에선 다른 그룹에 비해 효능이 급격히 저하됐다. 투여 순응도가 70% 이상인 환자에서 주말요법군은 다른군에 비해 반응률이 비교적 낮았다.
또 유지치료 기간 중 중등도 변화에 있어서도 필요시요법·지속요법 그룹은 12주, 14주차에서 ‘거의 소실’ 상태를 보인 반면 주말요법그룹은 ‘일부 소실(Mild)’상태로 나타났다. 주말요법군은 재발률에서도 다른 그룹에 비해 높았다.
박혜진 이사는 “이를 종합한 결과 ‘필요시요법’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최적 유지요법으로 추천될 수 있다”며 “환자들의 순응도를 관리할 수 있는 강력한 치료환경이 주어지면 국소도포제로 매우 높은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이후 초기 치료효과를 높인 이후에는 꾸준한 치료 및 관리 측면까지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주흥 회장(삼성서울병원 피부과)은 “이번 임상시험의 가장 큰 의의는 국소도포제의 용량을 줄이면서 안전성과 치료효과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최적의 유지요법(PRN, 필요시 요법)이 세계 최초로 입증되었다는 점이다”며, “이를 통해, 실제 진료 환경에서 전체 건선환자의 약 80% 이상을 차지하는 경증 건선 환자의 치료법 선택에 있어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옴과 동시에 국소도포법이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대한건선학회는 올해 캠페인의 목적을 ‘건선 환자 순응도 향상’에 두고, 건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 환자교육 프로그램 실시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건선 바르게 알기 앱’은 국내 최초의 건선 관련 모바일 질환 관리 프로그램이다. 진료과정에서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개발됐다. 특히 자신의 상태를 꾸준히 입력할 수 있도록 ‘알람 기능’이 설정돼있으며, 자신의 상태를 기록하면 일상생활 질환관리실태를 의료진이 확인하고 진료과정에서 안내할 수 있어 순응도 관리에 도움이 된다.
학회는 삼성서울병원 건선환자를 대상으로 약 3개월간 ‘건선 바르게 알기 애플리케이션’을 진료과정에 반영, 시범운영했다. 지난해 8월부터 진행된 프로젝트에는 총 31명의 환자들과 의료진이 참여했고 이들은 모두 긍정적인 피드백을 보였다.
환자들은 장소·시간에 구애 없이 활용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앱을 통해 담당 의료진에 대한 신뢰도가 향상됐고, 질환관리에 대한 의지가 높아졌다.
의료진은 진료실을 벗어나 환자의 일상생활 관리 실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진료시 환자 개인별 맞춤 진료상담이 가능해지면서 환자의 진료 만족도도 자연스레 높아졌다는 피드백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