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의료민사사건 중에서 대법원 판결과 서울고등법원 종결 판결 등 1249건을 분석한 결과, 예방 가능한 위해사건이 55.3%(69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양승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인하대 산학협력단에 용역을 준‘예방적 관점에서의 의료분쟁 판례 분석 보고서(2013년)’를 인용해 이같은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예방 가능한 위해사건의 비중이 55.3%로 가장 높았으며, 불가항력으로 판단한 적신호사건이 32.4%였다. 의료사고를 일으킨 주체는 보건의료인이 97.6%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환자가 주체인 의료사고는 자살이나 자해 등이 해당된다.
진료과목별로 의료분쟁 건수가 많은 순서는 산부인과(19.3%), 정형외과(12.8%), 신경외과(11.3%), 외과(10.2%), 내과(10%) 순이었다.
또 인하대 산학협력단이 2000년 이후의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 사건 283건을 따로 뽑아 예방적 관점에서 완전진료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예방 가능한 위해사건이 54.8%에 달했다. 즉 인적·물적·시스템적인 측면이 구비된 의료수준을 기준으로 할 때 의료사고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판례에서는 현 의학수준으로 예방이 불가능한 사고의 비중이 과반이 넘는 66%에 이르고, 실제 예방할 수 있다고 본 사건은 29% 수준이었다.
특히 내과에서 발생한 의료사고 중 ‘조금만 더 노력하면 예방될 수 있는 사건’이 36.2%, ‘특별한 노력 없이 당장 의료예방 할 수 있는 사건’은 32.8%로 나타나 무려 69%가 예방의료적 측면에서 예방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비해 의료분쟁 판례에서 피고 의료인의 예방적 관점의 과실을 인정한 판례는 8.7%에 불과해 보고서에서 분석한 결과와 큰 차이를 보였다.
이에 비해 판례는 다른 경향을 보였다. 의료과실이 인정돼 원고인 환자 측이 승소한 비중은 점차 줄어든 반면 의료사고의 원인이 불가항력적 사유 내지는 현대의학의 불가피한 한계 등으로 원고인 환자 측이 패소하는 비중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하대 산학협력단은 “결국 의료기관이 예방 의료적 차원에서 더 큰 노력을 해야 함에도 현실적 여건을 고려한 법원의 판결이 오히려 의료기관의 노력을 위한 동기를 희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지적했다.
양 의원은 “예방 가능한 의료사고 비중이 약 60%에 달한다는 분석은 매우 놀랍다”며 “비슷한 유형의 의료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막으려면 보고와 조사를 통한 예방책 마련과 시행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요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환자안전을 위해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환자안전사건, 근접오류(니어미스), 환자안전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 대한 정보의 수집·분석·유통 기능을 갖출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와 한국의료분쟁조정위원회의 정책협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