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에는 기온·습도가 변하면서 피부트러블이 자주 나타난다. 피부가 건조해지고, 각질이 일어나거나 당기는 증상이 악화되면 가려움을 동반하는 ‘과민성 피부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혈(血)의 기능을 중심으로 어떤 피부질환이 어떤 습관을 지닌 사람에게 자주 나타나는지, 원인과 치료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설명한다. 크게 ‘혈허(血虛)’·‘혈어(血瘀)’·‘혈열(血熱)’ 등 3가지로 분류한다.
혈허는 혈의 생산에 문제가 있거나 혈이 지나치게 소모됐을 때 피부·모발에 영양을 공급하는 기능이 쇠퇴한 상태다. 보통 혈의 생산과 연관된 급격한 다이어트·불규칙적인 식습관, 혈의 소모와 관련된 수면부족 등이 혈허를 일으키는 주원인이다. 이런 경우 피부가 푸석푸석해지고 수분기가 없는 피부건조증이 나타난다. 노인, 체력이 약한 여성, 오랜 시간 투병생활을 한 환자, 만성소모성 질환자에게 잦다. 방치하면 얼굴색·입술색·손톱색이 창백해지고, 머리카락이 점점 빠지며, 어지럽고 눈이 뻑뻑한 느낌이 들어 시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혈어는 혈액순환의 장애로 문제가 생기는 상태를 뜻한다. 이런 경우 피부 각질층이 두꺼워지고 떨어지는 각질량이 늘어난다. 손발톱의 광택이 사라지고, 입술·혀의 색깔이 푸른빛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원형탈모 등 모발과 관련된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혈열은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예민한 성격, 화를 잘 내는 성격에서 흔하다. 젊은 사람들 중 수면부족, 과로, 기름진 식습관을 가진 사람에게 염증이 쉽게 생길 수 있는 상태를 뜻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피부가 가렵고 붉어지는 피부염증이 자주 발생한다. 건선·지루성피부염 환자도 혈열인 경우가 많다. 특히 밤에 열이나 염증이 심해지고 수분량이 부족하며 가슴이 답답한 느낌을 받는다. 여성은 생리량이 많아지고 시기가 앞당겨지기도 한다.
김규석 경희대한방병원 피부과 교수는 “피부를 건강하게 지키려면 수분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라며 “피부를 보호하는 각질층의 피부장벽 기능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상태에 맞는 적절한 보습제를 사용해야한다”고 말했다.
세정력이 강한 알칼리성 비누보다 약산성 비누를 사용하는 게 좋다. 너무 뜨겁거나 차가운 물 대신 미지근한 물로 세안·목욕하는 습관을 들인다. 담백한 음식 위주로 식사하고, 충분히 수면을 취하면 피부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김 교수는 “환자별로 피부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상태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며 “한약과 침치료 등으로 혈의 순환을 돕고 피부를 보호하는 한방연고를 주로 처방해 증상을 개선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