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내 커피숍서 쿠폰 선불, 커피 제공하기도 … 일부 개원의는 직원 선물 마련 요구 관행 남아
정부의 의약품 리베이트 금지 정책에 따라 5만원 이상 추석선물이 금지되자 제약사 영업사원들은 편의점 택배 등을 이용해 선물을 배달하거나, 직원들에게 커피쿠폰을 배포하는 식으로 추석선물을 대체하고 있다.
의약품 리베이트 영업 규제 탓에 올 추석도 의료계가 썰렁하다. 업계의 ‘미풍양속’이었던 영업사원들의 추석 선물이 공식적으로 사라진 가운데 직원이 직접 배달하는 풍경은 볼 수 없고 편의점 택배를 통해 의사 자택으로 선물을 나르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의사 차 트렁크에 직접 넣기도 했지만 행여나 차량용 블랙박스 또는 CCTV에 찍힐까 두려워 직접 배송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인천의 모 병원 신경과 과장은 “예전에는 간호사들에게 나눠줘도 충분할 만큼 선물이 들어왔는데, 작년 추석부터 대부분 사라졌다”며 “몇 만원 안팎의 작은 정성의 표시인데도 민족의 대명절에 정이 사라진 듯해 좀 섭섭하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내과 전문의도 “업계 영업사원들이 선물을 주고 싶어도 할 수 없어 미안해 한다”며 “병원 구내 커피전문점에서 쿠폰을 미리 끊어 병원 직원들에게 커피를 제공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병원 커피 전문점에는 일부 영맨들이 선불금을 내고 장부를 만들어 놓고 병원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개원가 일각에서는 여전히 직원용 선물을 요구하기도 한다. 상위권 제약사의 박 모 영업사원은 “개원가 원장이 간호사 등 직원들에게 줄 선물을 챙겨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 난감하다”고 밝혔다.
대부분 제약사들은 ‘원칙적으로 선물을 금지한다’는 지침을 내린 가운데 영업팀장급 이상만 일부에서 비공식적으로 주요 거래처에 대해 ‘추석 선물을 알아서 챙기라’는 식으로 허용하고 있다. 현대약품의 경우 ‘명절선물 안 주고 안 받기 운동’까지 펼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많이 사라진 ‘미풍양속’이 관가와 국회에서는 살아있다”며 “고가의 선물이 아닌 인사용 선물 정도는 경제회복 차원에서라도 해주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