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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발견된 치즈, 당연히 먹게된 치즈
  • 정종우 인턴 기자
  • 등록 2014-07-29 16:06:47
  • 수정 2016-02-18 03: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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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일 무게 우유보다 단백질 7배, 칼슘은 5배 … 숙성기간·질감·재료·미생물에 따라 분류

치즈는 숙성기간, 질감, 재료, 숙성시키는 미생물 등에 따라 4000여가지로 구분된다.

아라비아제국의 카나나(Kanana)라는 이름의 상인이 여행 중에 길을 잃어 사막을 헤매고 있었다. 목이 말라 소의 위로 만든 수통의 우유를 마시려 했더니 거기엔 우유 대신 하얀 덩어리가 들어 있었다. 이거라도 먹어보자 하는 마음에 덩어리를 먹었더니 생각보다 훌륭한 맛에 반해버렸다. 이 덩어리는 이 후에 ‘치즈’란 이름이 붙여졌다.

아랍에서 내려져오는 민화라 신빙성은 떨어지지만, 기원전 6000년경 메소포타미아에 치즈와 비슷한 식품에 대한 기록이 발견된 것을 볼 때 치즈의 기원은 그 이전인 것으로 보인다. 고대 그리스의 전설적인 시인 호메로스의 ‘오디세이’를 보면 ‘아름다운 신 아프로디테가 제우스의 딸 헬레나에게 치즈와 와인과 달콤한 조청을 먹여 길러낸 덕분에 헬레나는 최고의 아름다움과 지성을 가질 수 있었다’ 라고 적혀있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의 치즈에 대한 사랑을 볼 수 있는 내용이다.

제조법은 치즈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제조공정의 원리는 같다. 먼저 원료 우유의 치즈 제조 적합여부를 확인해 선별하고 응유효소(凝乳酵素, milk clotting enzyme)인 레닛(Rennet)과 젖산균을 넣어 굳어지게 한다. 굳어진 우유를 가늘게 썰어 수축시키면서 수분을 제거한다. 수축된 우유를 판에 채워 압착하고 배수시키면서 예비발효를 시킨다.

일정 온도를 유지한 장소에서 수주일~수개월, 종류에 따라서는 1년 이상 숙성시킨다. 이 과정에서 발효미생물의 작용으로 특유의 풍미와 조직을 가지게 된다.
숙성 과정에서 젖당은 젖산으로 바뀌어 치즈 내부를 산성으로 만들고, 젖산균 및 다른 미생물에서 분비되는 여러가지 효소로 단백질은 펩티드를 거쳐 아미노산으로 분해돼 성분의 주체가 된다. 소젖인 우유뿐 아니라 염소유, 양유, 산양유, 물소유 등도 치즈의 재료가 된다. 일부 국가에서는 낙타와 순록의 젖을 활용하기도 한다.
원유(原乳)의 종류, 숙성되는 기간, 미생물의 종류, 발효 온도, 유지방 함량, 저온살균 여부 등 다양한 조합에 따라 형태·굳기·질감·향미가 다른 약 4000여종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숙성 기간에 따라 생치즈와 숙성치즈로 나뉜다. 생치즈는 우유와 거의 비슷한 성분을 갖고 있으며, 응고 후 분리해 낸 것으로 보존처리를 하지 않은 것이다.

질감 차이로 연질, 반연질, 반경질, 경질로 구분된다. 치즈의 질감은 수분의 함량에 영향을 받는데, 치즈 내 곰팡이와 숙성기간과도 관련이 있다. 연질일수록 맛이 부드럽고 경질일수록 독특한 맛이 난다. 반경질 치즈는 수분 함량이 45~55% 정도로 칼로 썰 수 있을 정도다. 대표적인 연질치즈에는 ‘까망베르’가 있고, 경질치즈에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슬라이드 체다치즈’가 있다. ‘고다’, ‘블루’ 치즈는 반경성 치즈다.

원유의 종류로도 치즈를 분류한다. 대부분의 치즈는 우유를 이용해 만들지만 염소와 양의 젖을 활용하기도 한다. 특히 피자치즈로 알려진 ‘모차렐라’는 요즘 우유로 만들지만 과거에는 물소의 젖으로 만들었다.

치즈의 숙성을 돕는 미생물로는 칸디둠, 페니실리움, 글라우컴 등이 있다. 칸디둠은 흰색 껍질을 만들어 질감이 부드럽고 끈적끈적한 연질치즈를 만든다. 또 글라우컴은 숙성 중인 치즈 속으로 들어가 연한 녹색에서 진한 청색까지 다양한 색깔을 낸다.

치즈는 동일한 무게의 우유보다 단백질이 7배, 칼슘은 5배가 많다. 하루에 60g만 먹어도 칼슘의 하루섭취권장량을 모두 충족할 수 있다. 지방이 농축돼 칼로리도 높은 편이다. 동양인은 우유보다 치즈가 몸에 좋다. 우유 속에 들어있는 유당 때문이다. 서양인은 대부분 유당을 소화할 수 있는 효소를 갖고 있지만, 동양인은 대부분 유아기에 이 효소를 갖고 있다가 성인이 되면 효소를 가지지 않는 ‘유당불내증’으로 바뀐다. 치즈는 발효되는 과정에서 유당이 유산과 가스로 변해 날아가므로 이런 증상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유럽식 발효 치즈에 구멍이 송송 뚫려 있는 것은 바로 날아간 가스의 흔적이다.

종류만큼 먹는법도 다양하다. 각 치즈의 특성을 살려 조리하면 치즈의 풍미를 배가시켜 즐길 수 있다. 냉장보관이 원칙이지만, 실온에서 살짝 녹았을 때 먹는 게 가장 좋다. 일부는 뜨겁게 녹였을 때 맛있는 경우도 있다.

질감이 부드럽고 지방 함유량이 높은 치즈는 부드럽고, 맛이 진한 와인과 어울린다. 단맛이 강한 와인은 신맛이 강한 치즈와 잘 맞는다. 레드와인보다는 화이트와인과 먹는 게 좋다. 그래도 레드와인은 대부분의 치즈와 잘 어울린다. 기왕이면 그 지역에서 생산된 치즈와 비슷한 지역에서 난 와인을 같이 먹어야 치즈의 풍미가 좋아진다.

감자, 버터와 함께 요리해서 먹으면 맛뿐만 아니라 영양적으로 어울린다. 감자에 부족한 단백질을 치즈가 보충해준다. 치즈에 풍부한 비타민 A·B1·B2·나이아신·칼슘·인과 감자에 상대적으로 많은 비타민C와 칼륨, 일부 비타민B군은 상호 보완하는 효과가 있다. 

콩은 치즈와 어울리지 않는다. 콩은 지방과 인산의 함량이 높은 고단백 식품이다. 치즈와 같이 먹으면 인산칼슘이 만들어져 흡수되지 않고, 몸 밖으로 그냥 배출돼버린다.

치즈를 이용한 요리로는 ‘퐁듀’가 가장 이름 높다. 알프스 산맥에 걸친 쥐라 산맥을 건너던 사람들이 딱딱하게 굳어진 치즈를 불에 녹여 빵을 찍어 먹던 것에서 유래됐다.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알프스 지역과 그 주변 지역에서 주로 먹다가 전세계적인 요리가 됐다. 마늘즙을 칠해 잘게 썬 치즈를 화이트와인에 담그고 이를 뚝배기 같은 냄비 안에 녹여 한입 크기로 자른 빵을 묻혀 먹는다. 한마디로 퐁듀는 치즈를 녹여 빵이나 소시지를 찍어 먹는 음식이다. 이 때 주재료로 사용되는 치즈로는 ‘에멘탈’과 ‘그뤼예르’가 대표적이다.

치즈는 한국 고유의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매운 떡볶이나 라면에 치즈를 넣어 조리하면 매운맛을 줄이고 치즈향을 더할 수 있다. 체다치즈와 모차렐라치즈가 적합하다. 치즈가 박힌 소시지나 떡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부침개, 전 등에 넣으면 피자와 같은 풍미를 느낄 수 있다. 기름이 많은 음식에 첨가하면 고소한 맛이 배가된다.

최근 가짜치즈가 논란이 되고 있다. 법적으로는 보조치즈라 불리고, 가공치즈와는 다르다. 가공치즈는 자연치즈를 기본으로 첨가물을 섞고 공장에서 열처리 등 가공을 거치지만 엄연한 치즈다. 하지만 모조치즈는 식용유를 써서 만든 치즈맛 나게 하는 ‘기름덩어리’다. 팜유 같은 식용유를 주원료로 해 화학조미료, 색소, 유화제 등을 넣고 레닛카제인을 넣어 굳혀 모차렐라 치즈와 비슷하게 만든다. 자연산 치즈에 비해 가격은 싸지만 건강에는 해롭다. 가짜치즈는 저렴한 피자가게에서 주로 사용한다. 100% 사용하면 맛이 구분되지만, 30% 정도만 섞어 쓰면 일반인의 입으로는 구별하기 힘들다. 피자가 식어서 치즈색이 투명하게 변하면 가짜치즈를 썼을 가능성이 높다. 투명한 치즈는 없고, 식용유 본래의 성질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치즈가 생산된 것은 벨기에에서 온 지정환(디디에 세르스테반스) 신부가 1966년 전라북도 임실에서 치즈를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지 신부는 1969년 유럽에서 3개월 동안 치즈 제조 기술을 배워와 1970년 체다치즈를 만들었다. 조선호텔과 계약해 대량 납품하면서 치즈생산이 본 궤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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