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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정심 개편 향한 의사·정부 ‘동상이몽’ … 국민건강은 어디에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4-07-14 05:24:36
  • 수정 2014-07-17 11:5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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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 등 공급자측 주도권 쥐면 비급여·과잉진료 남발 우려 … 3단계 간담회로는 의견수렴 역부족

지난 3월 정부와 대한의사협회는 건강보험 재정과 및 운용에 관한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구조를 개편키로 합의했지만 여전히 뚜렷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수가 결정 구조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편성하려는 의·정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원인이다.


건정심은 치료행위, 약재의 보험등재 여부, 수가인상 폭 등을 결정하는 핵심 의결기구다. 건강보험의 주요 결정은 이 위원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법에 명시돼 있다. 의사나 약사는 매년 협회를 통해 의료서비스에 대한 대가인 수가를 얼마나 올릴지 정부와 협상하는데, 협상이 결렬될 경우 건정심에서 표결을 통해 확정한다. 의사들의 수입과 직결되는 의료수가가 최종 결정되기 때문에 건정심의 공정한 구성 및 운영은 국민 건강과 보험재정의 건전성에 필수 요소다.

수가의 상대가치점수는 건정심이 건강정보심사평가원 상대가치운영기획단의 안을 심의·의결하고 장관이 고시한다. 상대가치점수는 요양급여에 소요되는 시간, 업무량, 인력, 시설, 장비 등 자원의 양과 위험도를 고려해 산정한 요양급여의 가치를 각 항목간 상대적 점수로 나타낸 수치다.
급여 적용 여부는 심평원 전문평가위원회 검토를 거쳐 건정심이 심의·의결하고 장관이 고시한다. 보험료는 건정심에서 의결한 뒤 대통령령으로 명시한다.

현재 건정심 위원은 복지부 차관인 위원장을 포함해 공급자측 대표 8명, 가입자측 대표 8명, 공익대표 8명 등 총 25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공급자 대표는 의협 인사 2명, 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대한간호협회·대한약사회·제약협회 각각 1명씩으로 이뤄진다.

가입자 대표는 한국노총·민주노총(근로자 대표) 2명, 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사용자 대표) 2명, 바른사회시민회의(시민단체) 1명,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소비자단체) 1명,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농림단체) 1명, 한국외식업중앙회(자영자단체) 1명이다.

공익위원은 보건복지부·기획재정부·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정부측 인사 4명, 나머지는 복지부 장관 위촉 교수·연구원 등 민간 전문가 4명으로 이뤄진다. 보험료를 내는 쪽인 가입자와 쓰는 쪽인 공급자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을 때 중간에서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공익위원의 경우 정부 인사 외 4명의 추천인도 정부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의협은 그동안 건정심 구조 개편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지난 3월 협의안대로 공익위원(8명)을 가입자와 공급자가 동수 추천(4대4로 분점)할 경우 수가인상 등 사안을 논의할 때 건정심의 주도권이 정부에서 공급자 쪽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부가 의사들의 요구대로 수가를 올려주고 그 대가로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협의안이 정부와 의사들간 ‘밀실 야합’이라는 의견이 나온 것도 같은 이유다.

정부와 의협은 건정심 구성방식에 대한 협의안을 두고 서로 다른 주장을 펼쳐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의협은 “건정심 공익위원 8명 전원을 가입자와 공급자가 동수 추천키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복지부는 “8명 중 정부인사 4명을 제외한 정부 추천인 4명에 한해 가입자와 공급자가 각각 2명씩 추천하자는 의미”라고 밝혔다. 건강보험료 및 세금과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데 당연히 정부가 개입할 수 밖에 없고, 이는 의협도 인정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의협 측 주장대로 정부인사를 배제하고 가입자와 공급자가 공익위원을 추천하는 방식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많다. 즉 가입자와 공급자의 영향력이 50대50으로 나눠져 이해관계가 상반된 사안을 결정할 때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정부대표가 나서 중재자의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부와 의사협회는 토론회 등을 통해 건정심 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을 논의키로 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건정심에서 의사들이 주도권을 쥐게 되면 비급여·과잉진료가 남발될 우려가 있고 의료수가 책정에서 공정한 심의·의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은 “2차 의·정 협의는 건정심 구조를 공급자에게 유리한 구조로 제도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협의 내용처럼 공급자 중심으로 건정심 위원의 과반수가 채워질 경우 국민을 대변하는 쪽이 취약해져, 결국 국민들은 건강보험 결정구조에서 쫓겨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가입자포럼 관계자는 “이해 당사자가 스스로 수가를 결정하는 비상식적이고 불합리한 거버넌스를 가진 나라는 전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며 “의협은 수가인상이 투쟁 목표가 아니고 이면합의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건정심 구조 개편 외에도 초·재진료 일원화, 진찰료 개편, 수가모형 개발 등 수가 신설 및 인상을 전제로 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은 2012년 건정심 위원회 구성을 가입자와 공급자 대표 각 5명과 공익대표 3명 등 총 13명으로 축소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공익대표는 가입자 추천 1인, 공급자 추천 1인, 가입자 및 공급자 공동 추천 1인이 맡게 된다.
복지부 차관이 맡았던 건정심 위원장은 가입자와 공급자가 공동 추천해 지명한다. 이는 독일에서 건정심 역할을 하는 독일종합연방위원회(G-BA) 모델을 차용한 것으로 현재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건정심의 주도권을 가입자와 공급자에게 돌려줄 수 있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건정심 위원의 구성은 중립적으로 보이지만 그동안 의결사항은 협의에 의한 의결보다는 표결에 의한 의결이 절대다수로 진행됐다”며 “실질적인 중재와 조정이 가능하도록 건정심 위원 구성을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1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 워낙 중요하고 민감한 사항이라 국회에서도 건정심 개편에 대한 논의를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건정심 위원들간 이권 다툼과 의협 지도부 교체 등으로 건정심 구조를 단시간에 개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건정심 개편은 국민 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될 사안으로 국내 건강보험 현황, 외국의 사례 등을 충분히 검토한 뒤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국민은 배제된 협상을 기반으로 의료제도가 개편돼서는 안된다”며 “건정심 구조와 건강보험 개편은 국민 건강권이 침해되지 않게 보장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건정심 구조 개편에 따른 세부적인 계획은 나와 있지 않다”며 “빠른 시기에 공급자 단체, 가입자 단체, 전문가들과 3차례의 간담회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지만 의료계에서는 세 차례의 간담회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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