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갱년기여성에는 당귀·속단이 효과적 … 적하수오도 생식 대신 법제(法製)해서 섭취해야 바람직
하수오가 현대인이 고민하는 대표적 질환인 탈모증과 여성갱년기증후군에 도움이 된다는 소문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질환은 다양한 원인이 알려져 있지만 아직 뚜렷한 치료법과 예방법이 없다. 심한 탈모는 모발이식수술로 치료하지만 고가의 수술비용 탓에 대다수가 수술받기를 주저한다. 여성갱년기증후군은 호르몬요법으로 치료하지만 부작용 때문에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백하수오
하수오(何首烏)는 백하수오(백수오)와 적하수오(적수오)로 구분한다. 두 식물은 덩이뿌리를 약재로 사용하는데 효능과 생김새가 비슷해 편의상 나뉠 뿐 식물분류상 다른 종이다.
하지만 기원은 달라 적하수오는 마디풀과의 식물인 하수오의 덩이뿌리이고, 백하수오는 박주가리과인 식물의 덩이뿌리이다. 그냥 하수오라고 하면 본래 적하수오를 의미했다. 적수오는 중국에서 주로 났고 생약의 어원처럼 ‘(그대의) 머리가 어찌 그리 검은가?’처럼 중년 이후 탈모 및 백모 증상에 효과적이라고 전해져왔다. 이에 비해 국내에 압도적으로 많이 생산되는 백하수오는 적하수오와 구분지어 불리어져 왔으며, 적하수오의 대체재로 간주된다.
국내서 남해안 및 일부 남부지방에서만 적수오가 채취되고 일부는 중국에서 수입된다. 백수오는 국내 전역에서 두루 재배되고 있다.
요즘 시중에 유행하는 제품에 들어가는 하수오는 대부분 적하수오가 아닌 백하수오다. 백수오는 조롱·새박풀·해숭애로 불리고 자양강정·보혈(補血) 등에 효능이 있어 병후쇠약·빈역·신경쇠약에 사용된다. 갱년기여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적하수오는 보통 덩굴 길이는 3~4m 정도지만 오래된 것은 칡덩굴처럼 나무를 타고 올라가 10m 이상 자란다. 덩이뿌리는 흑갈색으로 자양강정, 기력회복에 도움이 된다. 적하수오 내 레시틴 성분은 면역력증강과 세포노화에 효과가 있어 모근건강에 좋다.
상당수 한의사들은 하수오 열풍에 거품이 끼었다고 지적한다. 김달래 한의원 원장(전 경희대 한의대 교수)은 “갱년기여성에게 좋다는 백하수오 제품은 하수오뿐만 아니라 당귀나 속단과 혼합한 것”이라며 “갱년기증상 개선효과는 이들 약재의 시너지이지 백하수오만의 단독 효과는 아니므로 백하수오에 대한 과신은 금물”이라고 밝혔다.
당귀는 혈액을 따스하게 하며 나쁜 피를 제거해 피가 잘 돌고 체온이 올라가게 한다. 여성의 피를 맑고 따뜻하게 덥히는 대표적인 약이다.
속단은 간과 신을 보하며 근골격계를 튼튼히 하고 혈맥을 소통시켜 허리와 무릎이 시리고 아픈 증상, 관절염, 관절의 피로로 인한 통증을 개선하는데 쓴다. 성기능장애로 인한 조루, 유정, 빈혈, 백대하 과다, 어혈로 인한 통증에도 사용한다.
백하수오가 몇가지 동물실험을 기초로 여성호르몬을 증가시킨다고 광고되고 있으나 수백년 동안 한의학에서는 당귀나 속단을 더 중시해왔다는 게 김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요즘 유행하는 제품의 효과는 상당 부분 백하수오 자체 효능보다는 함께 들어간 당귀, 속단 등의 효능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하수오는 몸을 데워주는 약이기 때문에 몸에 열이 많거나 자주 달아오르는 사람, 식욕이 너무 좋거나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은 피하는 게 좋다.
적하수오
적하수오 섭취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적하수오에는 모세혈관을 확장하는 성분이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혈류량이 증가하고 모세혈관을 통해 두피의 모낭에 더 많은 영양분과 산소가 공급된다.
섭취 전에 법제(法製)가 필요하다. 법제되지 않은 적하수오를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독성간염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 적하수오의 효능을 얻기 위해 가정에서 직접 섭취하기 보다는 전문가가 법제한 적하수오를 섭취하는 게 바람직하다.
백하수오는 몸이 차고 기력이 약한 소음인에게 도움을 주는 약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갱년기증상을 호소하는 상당수 여성들은 신체표면과 얼굴쪽으로 열이 달아오르면서 땀이 나는 불편을 호소할 수 있다. 따라서 몸에 열이 많고 맥이 빠른 사람이거나 소양인 또는 태음인 체질인 경우에는 이런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어 삼가는 게 좋다.
결론적으로 마치 백하수오 한가지 약재만으로 여성호르몬을 보충할 수 있다거나, 체질에 관계없이 모든 갱년기여성에 좋다는 내용은 과대 포장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