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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 요양병원 화재 참사 … 노인요양시설 안전불감증 심각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4-06-08 23:58:45
  • 수정 2014-06-11 12:2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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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양병원 1284곳, 5년새 2배 증가 … 호출벨 설치 69.7% 불과, 스프링클러 의무화 대상 제외

지난 5월 28일 전라도 장성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은 세월호 참사에 이어 대한민국의 안전불감증을 여과없이 보여준 사례였다. 불에 탄 면적은 33㎡에 불과했지만 화재 6분만에 20명의 환자와 불을 끄려던 1명의 간호조무사가 목숨을 잃었으며 7명이 부상당했다.

전문가들과 각종 인권·시민단체들은 이번 참사의 원인으로 요양병원 등 노인 요양시설의 부실한 관리를 꼽고 있다. 실제로 인구고령화 및 치매환자 증가 등의 이유로 최근 몇년간 요양병원 수는 급증했지만 의료서비스나 안전관리시스템 등 질적인 면은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치매나 노인성질환을 가진 노인을 대상으로 치료 및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병원 수는 10여년간 20배 이상 증가했다”며 “그러나 노인 눈높이에서 노인을 위한 제도나 시설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이번 화재와 같은 재난 상황 속에서 노인의 생명권과 안전권을 담보하기가 어렵다는 문제는 현 실태의 심각성을 드러낸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결과 지난 4월말 기준 전국의 요양병원 수는 1284곳으로 2008년 690곳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요양병원 병상 수는 7만6556개에서 20만1605개로 약 2.6배 늘었다.

요양병원의 문제점이 뭔지 제대로 알려면 노인 관련 의료시설의 복잡한 용어부터 알아야 한다. 흔히 ‘노인요양병원’이라 불리는 의료기관의 실제 법적 용어는 그냥 ‘요양병원’이다. 의료법에 규정된 요양병원은 의사 또는 한의사가 의료를 행하는 곳으로 요양환자 30인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의료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개설된 의료기관이다. 연평균 하루 입원환자 40명당 의사 1명과 간호사 역시 연평균 하루 입원환자 6명마다 1명을 둬야 한다.
일반병원과 달리 의사 및 간호사의 법정 배치기준 완화돼 있고 사회복지사나 물리치료사를 추가 배치토록 한 게 특징이다. 요양병원은 본래 암 교통사고 뇌졸중 심장병 등의 급성기 치료를 마치고 요양하려는 사람을 위한 의료기관이므로 노인 전용의 병원은 아닌 셈이다.

노인전문병원은 1999년에 개정된 노인복지법에 의해 의사 한의사 등 의료인이 아닌 노인복지법인이 설립할 수 있는 노인복지시설로 의료법상으로는 요양병원과 거의 비슷한 기준을 적용받는다. 유료 서비스를 전제로 설립됐으나 간판에 ‘노인전문병원’이라 명시해야 하는 것 말고는 큰 차이가 없다. 흔히 노인병원하면 (노인)요양병원과 노인전문병원을 통틀어 일컫는다.

이에 반해 일반적으로 ‘요양원’으로 불려지는 요양시설은 의료서비스보다는 노인 수발 제공을 목적으로 한다. 의사가 근무해야 할 의무가 없고, 대체로 간호사·요양보호사·물리치료사 등이 환자를 관리한다.
2008년 7월부터 시행된 장기요양보험에 따라 1∼2등급 장애로 판명된 노인은 노인복지법 및 시·군·구 규정에 따라 장기요양기관으로 지정된 곳(2011년 기준 3195개소)을 이용할 수 있다. 장기요양기관(요양시설 또는 요양원)은 간호사나 사회복지사 등 의사가 아닌 사람도 설립할 수 있다. 따라서 의료서비스는 요양병원이나 노인전문병원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요양병원, 노인전문병원, 요양시설 등은 상대적으로 쉬운 설립조건과 장기입원이 필요한 노인환자 급증이라는 조건이 맞아 떨어지면서 과잉 공급되고 있다. 이는 부실한 안전관리, 과도한 환자 유치, 병원간 무리한 경쟁 등 부작용을 낳았다.

심평원의 ‘2012년도 요양병원 입원진료 적정성 평가’에 따르면 2012년 3월 기준으로 최소한의 응급시설인 호출벨을 모든 병상·욕실·화장실에 설치한 곳은 69.7%에 불과했다.
병상·욕실·화장실 등 바닥의 턱을 제거하지 않거나 안전손잡이를 설치하지 않은 기관은 3.8%였으며, 일부 요양병원의 경우 산소공급장비와 흡인기 등 필수 장비를 아예 갖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급증한 환자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의료진 및 간호사도 문제다. 심평원 조사결과 요양병원의 의사 1인당 평균 담당 환자 수는 31.0명에 달했으며, 의사 1명이 65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곳도 있었다. 평일 야간이나 휴일에 당직의사가 상주하는 곳은 44% 뿐이었다.
간호사의 1인당 평균 담당 환자 수는 11.4명, 최대 47.1명으로 확인됐다.

스프링클러 등 소방설비에 대한 미흡한 기준도 개선이 필요하다. 현행 소방법상 요양병원은 스프링클러 등 소방설비를 의무적으로 갖춰야 하는 대상에서 빠져 있다.
총면적 1500㎡ 이상이거나 바닥면적이 300㎡ 이상인 요양병원은 소화시설을 갖춰야 하지만 스프링클러는 이같은 기준이 아예 없다. 이에 복지부는 총면적 300㎡ 이상인 요양병원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시행할 예정이지만 너무 늦은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이 팽배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지난해 1월 도입한 요양병원인증제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효실천사랑나눔 요양병원의 경우 2013년 12월 의료기관평가인증원으로부터 정식 인증을 받았지만 화재 발생 6분만에 21명이 사망했다. 요양병원 인증기준 중 안전보장 항목에 ‘화재안전 관리활동’이 포함돼있지만 이번 화재 사건에서 제대로 실행됐는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는 사고 직후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화재 예방을 위한 대처방안과 협회 차원의 가이드라인 제정에 나섰다. 협회 관계자는 “빠른 시일내에 화제 예방 가이드라인을 제작 및 배포하고, 요양병원 임직원이 매뉴얼에 따라 신속히 화재 등에 대처할 수 있도록 정기훈련을 실시할 것”이라며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등 사안은 비용 부담이 매우 크므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요양병원을 포함한 노인 요양시설과 관련된 의료법과 기준들을 노인의 신체적 특성 및 질환을 고려해 재정비해야 한다”며 “노인의 시점에서 시설과 제도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의료법상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정부가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의료기관에는 1년 이내의 운영정지·허가취소·폐쇄 등 행정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김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요양병원들이 안전기준을 확실하게 지키도록 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며 “안전규정을 어기면 시설 인허가를 내주지 않거나 취소하고, 규정에 맞지 않는 건물에 위치한 곳은 다른 시설로 옮기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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