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산소운동, 교감신경·피부 흥분시켜 … 근육운동, 피부 수축·이완반복으로 자극 강해 피해야
30대 남성이 건선으로 치료받기 전(사진 맨 위), 40일 후, 80일 후 한방치료를 받으며 호전돼 가는 모습. 단한의원 제공
수년째 건선으로 고생하고 있는 직장인 박 모씨(32)는 최근 스테로이드제제를 이용한 치료를 받으면서 얼굴이 심하게 붓고 당기는 느낌에 업무에 집중하기가 괴로울 정도다. 이에 병원을 찾아 증상에 대해 설명했더니, 약물을 오래 복용해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병원에서는 유산소운동을 실시해 땀을 흘려 노폐물을 배출시켜주라고 조언했다. 의사의 조언에 따라 매일 달리기를 하고 있는데, 어쩐지 피부가 더 화끈화끈하고 좋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건선은 좁쌀만한 크기의 붉은색 발진과 함께 하얀색 비늘이 온몸의 피부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난치성 피부질환이다. 한번 발병하면 10~20년 지속되고 악화·호전이 반복된다. 자극을 자주 받는 팔꿈치, 무릎, 엉덩이, 머리 피부 등에 흔하다. 일상생활에서 불편한 점은 없지만, 붉은 반점과 두꺼운 각질은 미관상 보기 좋지 않아 앓는 사람의 스트레스가 크다.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T면역세포, 유전, 환경 등이 주요소로 꼽힌다.
한방에서는 건선을 면역력과 관계지어 본다. 면역체계가 무너지고 면역세포가 과민하게 활동하면서 피부에 염증과 각질을 일으키는 것이다. 먼저 생성된 각질세포가 완전히 탈락하지도 않은 채 계속 쌓이고 쌓여 두꺼워진다. 조월태 단한의원 원장은 “정상적인 피부는 28일 주기로 신구 각질세포가 교체되는 반면 건선 환자의 경우 4~5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환부는 물리·화학적 자극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처방받은 한약을 복용하며 일상생활 속에서 환부를 안정시키는 게 중요하다. 조 원장은 “팔 바깥쪽, 무릎, 발바닥, 손바닥 부위는 일상생활 중 많이 노출되거나 사용하는 부위로 불가피하게 환부안정이 어려워 다른 곳에 비해 늦게 회복된다”고 설명했다.
성난 듯 붉어진 건선 환부는 언제든 주변 건강한 피부에 세포정보전달물질 등으로 인해 쉽게 전이될 수 있다. 건선이 활성화된 상태에서는 점점 범위를 넓혀가며 붉게 퍼져 나가면서 악화된다. 건선 환부가 안정되지 않으면 치료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이렇게 환부의 상태가 심각해지면 보통 피부과를 찾게 된다. 현대의학에서는 주로 강한 스테로이드제제를 활용해 건선을 치료한다. 이럴 경우 면역이 강하게 억제돼 악화 양상이 사그라든다. 면역억제효과가 24시간 내내 지속되면 증상이 약물에 의해 일시적으로 완화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장기간 스테로이드를 치료를 받으면 전신에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있다. 혈관질환, 당뇨병, 간부전, 신부전, 안면부 부종 등이 유발될 수 있는 만큼 현대의학에서는 건선치료를 받으며 땀을 흘리는 운동을 실시할 것을 적극적으로 권하기도 한다.
하지만 면역억제적 현대의학치료가 아닌 천연 한방요법으로 인체 본연의 자연치유력으로 건선을 개선하려는 사람은 오히려 운동을 피하는 게 좋다.
조월태 원장은 “운동하면 교감신경과 피부가 흥분돼 환부의 안정을 방해해 건선 치유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며 “특히 무릎, 정강이, 팔꿈치 아래 등에 건선이 나타난 사람은 근육운동을 하는 것도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손등의 경우 주먹을 꽉 쥐면 피부가 활짝 펼쳐지듯 늘어나고 주먹을 풀면 다시 이완되다. 이런 동작이 반복되면 건선환부는 자극을 계속 받게 돼 악화되기 쉽다. 다른 부위도 마찬가지다.
조 원장은 “운동 중 피부온도가 올라가면 환부는 성이나며, 이를 씻어내기 위해 샤워하며 물로 자극을 주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며 “특히 뜨거운 샤워를 한 뒤에는 피부가 건조해지고, 자주 긁게 돼 건선 증상이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화학 보습제로 환부의 가려움증을 가리려다 보면 화학물질에 의해 환부가 오염돼 오히려 피하는 게 좋다. 글리세롤 성분이 많이 함유돼 물에 잘 씻어지는 로션 타입이 무난하다.
조월태 원장은 “건선은 마치 화상을 입은 상처를 다루듯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며 “화상 환부를 자꾸 씻고, 문지르고, 자극을 주고, 긁으면 덧나고 악화되듯 건선도 성난 피부염이며 염증이라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