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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 건강 지킨다고 굳이 ‘초유분유’ 선택할 필요 없다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4-05-15 16:57:40
  • 수정 2016-02-18 05: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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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약처, 아직 초유성분에 대해 어떤 기능성도 인증한 적 없다

 효능은 성인 대상 연구 결과 대부분, 영·유아에게 알레르기 반응 일으키기도

이언주 민주당 국회의원이 15일 개최한 ‘초유성분 분유에 사용해야 하는가’ 토론회에서는 ‘안전성·효능 입증없이 값만 비싸’다는 학계 및 소비자단체 의견과 ‘10년간 안전성에 문제없었고 면역력증진 효과도 있다’는 분유업계의 반박이 이어졌다.

자식에게 최고로 좋은 것만 먹이고 싶은 게 엄마의 마음이다. 특별한 내 아이를 위해 임신한 순간부터 이왕이면 남들보다 더 좋은 것을 찾기 마련이다. 아이의 건강을 위해 가장 신경쓰는 게 ‘먹는 것’이다. 아이들 건강을 생각한다면 모유를 챙기는 게 당연하지만 사정상 수유가 불가능한 경우가 적잖아 대안책으로 모유만큼 영양성분이 풍부하다는 ‘초유분유’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직 초유성분에 대한 어떤 인증도 한 적이 없다고 15일 밝혔다. 이언주 민주당 국회의원(보건복지위원)과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녹색식품국이 이날 ‘초유성분 분유에 사용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보건당국은 이를 재확인했다.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것은 모유다. 특히 ‘초유’는 아이의 면역력을 높여 반드시 수유하는 게 좋다고 알려져 있다. 김미경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과장은 “출산 후 약 7일간 나오는 초유는 1ℓ당 580㎉로 탄수화물 53g, 단백질 37g, 지방 29g으로 이뤄져있고 면역물질이 많다”며 “초유는 색깔이 진하고 면역성분이 많아 아이에게 먹이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성숙유와 비교했을 때 단백질, 지용성 비타민, 아연, 칼륨 등이 풍부하다.
 
하지만 사정상 모유수유가 불가능한 경우도 적잖고, 초유를 계속 먹이고 싶어도 7일 뒤가 지나면 일반 모유(성숙유)가 나오는 탓에 아쉬워하는 엄마들이 적잖다. 이에 따라 국내 분유업체들은 소의 초유를 넣은 분유를 출시, 일반 분유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일명 ‘프리미엄 분유’로 알려지며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초유는 모든 포유류에서 출산 후 일주일 이내에 분비되는 노르스름한 유즙으로 각종 영양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노란색을 띠는 것은 베타카로틴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분유업체들은 “초유에는 면역 및 성장인자 등이 들어 있어 아기들이 자라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분유업체의 지난해 매출 중 15%가 초유분유매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초유라인 제품은 비초유라인에 비해 20%가량 비싼데도 불구하고 매출은 상승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론회에 참석한 프리미엄 초유분유 판매업체 관계자는 “분유 중 프리미엄급 초유 분유가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한다”며 “일반 분유보다 비싼 가격에도 프리미엄 초유 분유를 찾는 부모들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아무리 초유 성분이 좋다고 하더라도 산모의 모유와 젖소유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 자리에서 황종희 일산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모유의 단백질 성분은 유장(whey)과 카세인(casein) 비율이 8대2로 유장이 더 많다”며 “카세인 비율이 낮아 소화가 용이하다”고 말했다.
이어 “젖소유는 단백질 함량이 높고 포함된 베타락토글로불린(β-lactoglobulin)은 인간에게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황 교수는 또 “모유는 포유동물 중 단백질 구성분이 상대적으로 낮게 분포돼있어 우유 등을 통해 고단백질을 지나치게 섭취할 경우 소화장애가 나타나고 질환 발생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연구에서 면역력을 가진 젖소의 초유로부터 생성된 항체를 가지고 만들어진 면역 유제품은 장 병원성을 가진 미생물에 의한 인간이나 동물의 질병 치료 및 예방효과가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특히 로타바이러스에 대해 높은 항체가를 가진 젖소의 초유는 로타바이러스 장염에 대한 치료효과를 가진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다만 특정균에 대한 높은 항체가를 형성하려면 젖소가 특정균에 노출돼야 하고 항체가가 개별적으로 차이가 있어 임상적으로 사용하는 데 제한점이 있다. 이밖에 괴사성 장염, 성인의 경우 만성 설사, 상기도감염 등에도 효과가 있었다는 연구가 나왔다.
 
한영신 삼성의료원 아토피환경보건센터 교수는 “이런 연구 결과는 주로 성인을 대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아이들은 소화능력·면역력 등이 성인과 달라 처음부터 초유를 먹인다고 해서 성인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즉 굳이 소의 초유를 먹일 필요는 없다는 의견인 많은 셈이다. 황종희 교수는 “젖소는 태반과 함께 송아지가 떨어져나와 송아지에게 초유 속 면역글로불린G(IgG)를 공급해주지 않으면 생명에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는 반면 사람은 태어날 때 탯줄을 통해 IgG를 충분히 공급받게 돼 사람의 초유에는 IgG가 아닌 면역글로불린A(IgA)가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인간은 태반을 통해 면역체계를 만드는 세포를 얻어 굳이 소의 초유를 먹이지 않아도 괜찮다”며 “소의 초유는 분말로 만들어져 이미 세포가 죽었다고 볼 수 있고, 아기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모유수유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정명섭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아직 연구 자체가 많지 않아 안전성 자체에 대해 논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만 초유 함유 단백질 자체가 면역원으로 작용, 면역글로블린에 대한 민감성과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특별히 ‘안전성 문제’ 논란에 휩싸인 적은 없지만 그만큼 연구도 적다는 의미다.
그는 “초유 농축제품의 유당은 위장관질환 유발 및 통증감각을 더 강화시켜 유당불내성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는 인기 폭발인 초유분유이지만, 알고 보면 한국에서만 한정된 기이한 트렌드다. 정작 초유성분을 분유에 사용하는 국가는 전세계에서 한국, 대만, 베트남 단 3곳밖에 없다. 프랑스·호주·뉴질랜드 등에서는 초유성분의 분유 시판을 허가하지 않고 있으며, 일본은 초유분유를 의약품으로 지정하는 등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보건당국은 2012년 9월부터 영아용 식품에 젖소의 초유 사용을 금지시킨 바 있다.
 
중국 정부는 “젖소의 초유를 장기간 섭취할 경우 영아의 건강에 대한 국내 및 해외의 과학적인 자료가 부족하다”며 “젖소의 초유에는 일반 우유에 비해 에스트로겐 함량이 높아 이론상 장기간 섭취 시 비정상적으로 발달할 위험을 높여줄 것”이라며 사용을 금지시킨 이유를 제시했다. 에스트로겐 문제의 경우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아직까지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 자체만으로 사용을 허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손성완 식품의약품안전처 축산물기준과 과장은 이같은 중국 상황을 소개하면서 “현재 유통 중인 초유 분유는 안전성에 문제가 없지만, 앞으로 초유성분을 포함해 조제유류의 안전성에 대한 철저한 관리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심지어 우유로 만든 일반분유든, 산양분유든 인간과 종(種)이 다른 이상 면역물질이나 항원항체 생성의 유용성이 인간에게 미칠 수 없고 이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의견을 가진 의학자들도 많다.

하지만 국내서는 정작 초유 함유량을 측정하는 공인된 검출실험방법조차 존재하지 않고, 제조사별로 자체성분분석 기준을 사용하고 있으며 관련 상세정보는 제공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오직 분유업체들의 과대포장 마케팅에 의해 ‘기존 분유보다 초유분유가 무조건 좋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사람이 적잖다. 분유는 기능성식품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에게 기능성제품인 양 광고하는 자체가 문제다. 아이의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초유성분의 건강 기능을 직접 인증해준 기관은 아직 없다.

허혜연 녹색소비자연대 녹색식품국장은 “분유제품 용기를 보면 읽을 수 없을 만큼 작은 글씨, 영문표시, 약어표시가 대부분이고 ‘프리미엄’ 등 미사여구를 앞세워 정작 정보를 얻기 어렵다”며 “기업의 홍보에만 의존한채 기능성을 발현하는 용량과 성분이 제대로 들어가 있는지 검증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초유분유 간 가격차이도 크다. 허혜연 국장은 “조사 결과 시중에서 판매되는 초유분유에는 초유 성분은 0.02~2.442% 정도 함유됐지만 가격차이는 제품별로 2배 이상까지 난다”며 “기업들은 유효성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품을 출시해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초유성분이 가장 많이 함유된 일동후디스 제품(2.4%)은 통당 3만7000원대인 반면 남양유업의 2.2%대 제품은 3만2000원대다. 파스퇴르는 초유함량을 공개하지 않았는데도 가격이 4만원을 넘어서고 있다. 매일유업·아이배냇의 경우 이런 논란에 따라 초유분유를 제조하지 않고 있다.

이언주 의원은 “내 아이에게 더 좋은 것, 안전한 것을 먹이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라며 “오늘 열린 자리를 통해 초유성분의 안전성에 대한 심도 깊은 토의가 진행돼 모든 부모들이 내 아이들에게 안전한 것을 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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